어제의 그들처럼 살지 않기를

시편 42:1-11

    오늘 따라 1999년 12월 31일 자정이 새삼 기억납니다. 2000년이 되면 예수님이 다시 오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그 날 밤 자정은 사뭇 긴장되고 흥분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2000년이 지나고 22년이 더 흘렀습니다. 이제 2023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주님은 언제 오실까요? 1999년에 가졌던 그 긴장감과 흥분이 내 안에 여전히 있는가 보았습니다. 없었습니다. 제가 속은 것입니까? 제가 기다림에 지친 것입니까? 아니었습니다. 제가 나태해진 것이었습니다. 주님을 향한 사랑이 식은 것이었습니다.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시편 42편은 그처럼 나태해진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두 손바닥을 동그랗게 모아서 시편 42편을 감싸고 내려다보면 그 안에는 시편 기자가 겪었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수북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종일 그에게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조롱한다고 했습니다. (3절) 그래서 그의 눈물이 주야로 그의 음식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은 뼈를 찌르는 칼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10절) 그 시편 기자는 누구였을까요? 어떤 이는 그가 다윗이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이는 그가 고라의 자손이었다고 했습니다. 시편 42편의 제목이 [고라 자손이 부른 송가]라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고라(Korah)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라는 레위 지파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모세를 대적하는 주모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반역이 더 슬픈 이유가 있습니다. 야곱의 열 두 아들 중에서 레위가 있었습니다. 그 레위에게는 게르손(Gershon), 고핫(Kohath), 므라리(Merari)란 세 아들이 있었습니다. 모세와 아론은 그 세 아들 중에서 둘째 아들 고핫의 자손이었는데, 반역의 주모자 고라(Korah)도 그 고핫의 자손이었던 것입니다. 즉 모세와 아론과 고라는 매우 가까운 사촌이었습니다. 그것이 문제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아론이 초대 대제사장이 되었고, 아론의 아들들이 그 제사장직을 승계했습니다. 그런데 첫째 아들 나답과 둘째 아들 아비후가 제사장 직무를 태만이 이행하다가 하나님께 벌을 받고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러자 셋째 아들인 어린 엘르아살이 제사장직을 이어받았습니다. 그것을 짜증스럽게 여겼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라였습니다. 고라는 자신도 레위 지파이고, 같은 고핫의 자손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사장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권력을 독점하고 그의 친 형제에게만 그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의 주장에 동조했던 무리들이 250명이 되었습니다. 성직을 놓고 권력 투쟁이 일어난 것입니다. 즉 모세의 신정정치와 고라의 민주정치가 충돌하게 된 것입니다. 모세는 아론의 후손에게 제사장직을 준 것은 그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결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모세는 고라에게 그를 따르던 250명과 함께 향로를 각각 가지고 아론과 함께 여호와 앞으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민 16:16-17) 그 다음 날 하나님의 판정이 엄중히 내려졌습니다. 고라와 250명이 섰던 땅바닥이 순식간에 갈라지면서 그들 모두가 땅 아래로 떨어졌고, 여호와께로부터 불이 나와 그들 모두를 불살라버렸습니다. (민 16:35) 고라의 반란은 하나님의 엄중한 개입과 무서운 심판으로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민수기 26:11절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라의 아들들은 죽지 아니하였더라.” 폐역의 주동자가 된 고라였지만, 그의 자손 전체가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고라와 그의 자손들을 신중하게 구분해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라는 참 잘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수하에 든든한 지원병들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리더십은 탁월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고라 자손들은 그의 조상 고라의 죄 때문에 얼굴을 떳떳이 들고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라 자손들이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역대상은 고라 자손들이 후에 어떤 사람들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그들은 성전 문지기(대상 9:19, 26:1)들이 되었고, 요리사(대상 9:31)들이 되었고, 노래하는 자(대상 15:19)들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고라처럼 제사장직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성전 문지기라도 감사하며 살았고, 요리사라도 감사하며 살았고, 성가대원이라도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비록 낮고 작은 일이라도 하나님의 성전에서 섬길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만으로도 그들은 무한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특별히 고라 자손은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드리는 성가대로 헌신했습니다. 제사장직보다 훨씬 더 존귀한 직분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시편 42편이 다윗의 시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더 더욱 은혜가 되는 대목입니다. 다윗이 그의 작품을 고라 자손에게 주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고라의 반란을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이 고라 자손에게 자신의 송시를 노래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은 고라 자손이 그들의 조상 고라처럼 살지 않았다는 증거가 분명했습니다.

    그것이 오늘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고라 자손은 그들의 조상 고라처럼 살지 않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고라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모의하고, 동맹하고, 반역하고, 반란을 주동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고라 자손과 같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높은 자리를 탐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면서 겸손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그런 고라 자손의 삶을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보려고 합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시편 42편을 두 손바닥으로 모아 벽을 만들고 그 안을 내려다보면 날마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아픔들이 많았습니다. 낙심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 같습니다. 2022년 저는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2023년에는 더 아플지도 모릅니다. 2022년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2023년에는 더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안보가 2023년에는 더 위태롭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2023년에 거는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소원을 말하겠습니까?

    저는 그 정당한 대답을 오늘 본문 시편 42편, 고라의 자손의 송가에서 찾았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몸이 원하는 것을 소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소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영혼이 소원하는 것을 소망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습니까? “내 영혼이 하나님 곧 살아 계시는 하나님을 갈망합니다.”였습니다. 할렐루야! 2023년에 일어날 어려운 일들도 그 말씀 앞에 서면 모두 잔잔히 내려앉을 것입니다.

    시편 42편을 갈릴리 호수로 비유해서 보겠습니다. 3절에서 10절까지에는 갈릴리 호수 안에서 일어나는 숱한 비바람과 풍랑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격동의 갈릴리 호수를 두 손바닥으로 살며시 감싸주면 격노했던 풍랑이 잔잔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왼손 손바닥에 있는 말씀은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 내 영혼이 하나님 곧 살아 계시는 하나님을 갈망합니다.”입니다. (1-2절) 오른손 손바닥에 있는 말씀은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나는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 하나님을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입니다. (11절)

    첫 절과 마지막 절 그 두 말씀을 두 손바닥에 쓰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하면서 2023년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고라 자손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성전에서 찬양할 때 그들의 영혼에는 말할 수 없는 감사와 감격이 넘쳤습니다. 그들이 목마른 사슴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갈망하면서 찬양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찬양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2022년 12월 31일. 우리 안에 다시 있어야 할 것은 바로 그 영혼의 목마름입니다. 고라 자손의 소망은 무병장수나 만사형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소망은 하나님이었고, 그들의 소망에는 주님을 간절히 고대하는 갈급함만이 가득했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고라는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살다가 가장 추악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고라 자손은 어제의 그 고라처럼 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낮은 자리로 내려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선을 결코 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우리 앞에는 두 가지의 선택이 놓여 있습니다. 황금실로 짠 에봇을 입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대제사장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무명천으로 짠 하얀 성가대복을 입고 이름이 없는 한 무명인으로 살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다짐이 있지만 이 다짐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합니다. 어제의 누구처럼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2023년에는 2022년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목마른 사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

내 영혼이 하나님 곧 살아 계시는 하나님을 갈망합니다.

(시편 4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