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 통신 89호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하카 갈보리신학대학 강의

    하카 갈보리신학대학은 하카(Hakha)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약 20분이 걸렸다. 비는 그쳤지만 길은 질퍽했다. 하카 아래에는 여전히 짙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신학대학까지 가는 길에 많은 교회들을 볼 수 있었다. 작은 개척교회들처럼 보였다. 장로교회, 감리교회, 침례교회, 오순절교회 간판들을 볼 수 있었다. 천주교회도 있었다. 첫 번째 방문 때, 몇 시간 동안만 잠시 하카를 보고 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학교 언덕으로 올라갔을 때, 잠후(Zam Hu)학장이 미리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의 안내를 받았다. 오른쪽으로 두 채의 집이 있었다. 첫 번째 집은 여학생 기숙사였고, 두 번째 집은 남자 기숙사였다. 건너편에는 작은 이층집이 있었는데, 아래층은 학장 집이고, 위층은 학교 사무실이었다. 학교 건물은 그것이 전부였다.

    강의는 9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학교에는 8시 30분에 도착했기 때문에 학교 사무실로 안내되었다. 학장으로부터 학교 소개가 있었다. 도서관의 책은 2,000권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체 학생 수는 45명이고, 풀타임 교수는 5명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매월 학비와 식사비로 1인당 25불을 낸다고 했다. 적은 운영비 때문에 아침과 저녁만 주고, 점심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침은 거의 옥수수 죽으로 먹는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 운영을 돕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거리로 나아가 폐품을 수집해서 팔아 학교에 기부를 한다고 했다. 하카에 있는 교회들이 1년에 한 번 신학대학 후원 주일로 드리면서 모금된 헌금을 전달해 주는 것이 외부로부터 받은 유일한 후원금이라고 했다. 모두들 허리를 졸라매고 선지동산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인데, 가난한 신학교까지 와서 죽을 힘을 다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직 그 학생들을 보지 못했지만, 가슴이 아파서 강의실 쪽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강의실은 여자 기숙사 아래층에 있었다. 학생들이 이미 강의실에 모여서 찬양을 열심히 부르고 있었다. 강의실로 들어서자 찬양을 중단하고, 마치 연습을 많이 한 꼬마들처럼 한 목소리로 “Good morning, Pastor!"하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침에 옥수수 죽만 먹고 나온 힘없는 얼굴들이 아니었다. 이미 하나님의 은혜를 충만히 먹은 얼굴로 학생들은 나에게 그렇게 천사처럼 다가왔다.

    하나 밖에 없는 강의실에는 45명의 학생들과 전체 교수들이 앉아 있었다. 설교학 강의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점심 간식시간을 짧게 갖고, 곧바로 오후 강의를 시작해서 오후 4시까지 하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Valung에서 목회자와 장로들의 열정을 보았고, 어제는 람챠오에서는 일반 청년들의 열정을 보았고, 오늘은 신학생들의 열정을 보았다. 선포되는 말씀들이 너무 소중해서 단 한 알이라도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드리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틀 동안 오전부터 오후까지 전 학생은 물론 학장과 교수들 역시 단 한 사람도 강의에 빠지지 않았다. 이런 학원 공동체를 본 적이 없었다. 특별히 학장과 사모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모든 면에서 본이 될 만한 겸손과 깊은 영성을 가진 분들이었다.

    저녁에는 교회에서 모이는 부흥회에 전 교수와 학생들이 참석했다. 3일 동안 신학생이 나와서 특별 찬양을 해주었는데 얼마나 큰 감동을 주었는지 모른다. Chin 말로 부르는 찬양이라 그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신학생들이 찬양을 시작하면 하카의 어머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들고 함께 그 찬양을 드렸다. 그리고 성령님의 임재하심을 억제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강단 앞으로 나아와 아름다운 춤을 추면서 찬양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신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은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내 평생에 그와 같은 신학생들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이틀은 나에게는 축복이었고 영광이었다.

    이틀 강의를 마치고 학교에서 마지막 커피 타임을 가졌을 때, 잠후(Zam Hu)학장이 휴식 시간을 가질 때마다 여러 학생들의 놀라운 간증을 들었다고 했다. 그 중 한 학생은 배도 고프고 너무 힘들어서 신학을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고 결정을 했었는데,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했고, 뜨거운 체험을 해서 다시 학교에 남아 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목회자가 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잠후학장은 신학대학이 설립된 이후 외국인 선교사가 학교 안에서 강의를 해 준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하면서, 매년 와서 이틀이 아니라 2주 동안 강의를 해준다면 어떤 날이든 모든 학사 일정을 접고 전교생이 내 강의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감사한 일이었다.

    신학대학 이름은 갈보리였지만, 그곳은 엘리야의 갈멜산과 같은 곳이었다. 시간 시간마다 신학생들이 품어냈던 그 열기는 뜨거움이 아니라 불이었다. 미얀마의 미래가 그곳에 있었다. 하나님이 그들 속에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