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93호

양한갑/최영인선교사 

메얀청 선교

     메얀청을 다시 찾았다. 오늘은 선교센타에 있는 우리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갑(Kap) 전도사는 이미 학교로부터 모든 센타 학생들이 하루 결석을 하고 하루 종일 나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특별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오전 8시부터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 양곤에서 일찍 출발을 했다. 그런데 메얀청에 도착하기 전에 전화로 연락이 왔다. 학교로부터 오전 수업은 해야만 하고, 오후 수업만 빠질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통보가 다시 왔다는 것이었다. 결석을 시키면서까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대신에 갑(Kap)전도사와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갑전도사는 아담이 추천해서 지난 5월부터 우리와 합류한 사람이었다. 선교센타 헌당식에서 그를 보고, 이번에 6개월만에 다시 와서 그를 만났기 때문에 그와 개인적으로 대화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담과 함께 처음으로 세 사람이 가까이 앉게 되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메얀청에서 지내는 일이 어땠느냐? 많이 힘들지 않았느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느냐?" 등등. 갑전도사는 모든 질문에 단지 "다 좋았어요."라고만 대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더니 "잠깐만 실례하겠습니다."하고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약 10분 동안 그는 나오지 않았다. 아담도, 나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10분 후에 눈물을 닦고 밖으로 나왔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더니 다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오른쪽에서 내가 그의 손을 잡아 주었고, 왼쪽에서 아담이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흐느끼던 그의 손은 점점 진정이 되었다. 오전에 갑자기 학교 일정이 바뀐 것은 갑전도사를 위해서 하나님께서 친히 변경하신 일이었다. 그때부터 갑전도사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12시가 되었다. 갑전도사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 점심이 잘 준비되고 있는지 부엌으로 가서 점검하겠다고 했다. 넘치는 활기와 에너지를 되찾은 갑전도사였다. 잠시 후, 사진에서만 보았던 아이들이 선교센타로 하나, 둘 들어왔다.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 주었지만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은 여기저기로 숨고 말았다. 특별 점심이 테이블로 전달되었다. 아이들은 "와우!"했다. 나는 속으로 "에게~~"라고 했다. 밥 그리고 생선 한 토막, 닭튀김 한 토막, 야채가 전부였다. 이제는 그것이 미얀마에서는 얼마나 큰 특식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갑전도사에게 이것이 전부냐고 묻지 않았다. 모두들 행복한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에 아담이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을 공개했다. 아이들은 한결 같이 "와우~~"했다. 오리온 쵸코파이였다. 아이들이 먹고 있을 때, 아담에게 말했다. "케익은 어디 있어?" 아침에 메얀청으로 올 때 차에서 아담에게 물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선물을 많이 준비해 달라고 했는데 뭘 준비했어?"라고 물었다. 아담은 "많이 준비했습니다. 케익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깜짝 놀랄 겁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쵸코파이 다음에 나올 케익이 정말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캐익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아담은 쵸코파이 하나를 들더니 "이것이 케익이예요."하는 것이었다. 정말 [아이구 아담]이었다. 그는 그렇게 늘 짠돌이었다.

      큰 원을 만들어 앉았다. 오전에 갑전도사가 내게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내가 말을 많이 하는 시간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들이 누구인지 더 많이 알고 싶다. 그러니 그런 방향으로 모임을 인도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목사님, 그것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히 부모 이야기, 가정 이야기, 종교 이야기는 절대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모들 대부분이 한센인인데, 자신들이 한센인의 자녀라는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 저에게도 가정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어제 만났던 고아원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이 짧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나도 짧게 소개했다. 우리는 이제 서로 소개를 하고, 소개를 받은 사이가 되었다. 장래의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의사, 군인,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 학생들이 많았다. 선교센타에서 배운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도전을 많이 받고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학생들은 한결같이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 아직까지 아이들이 불교 신자들이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 그들과의 첫 만남을 정리하고 싶었다. 놀랍게도 한 학생, 한 학생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갑전도사가 지난 6개월 동안 힘쓴 열매라고 믿었다. 말씀을 전하고 마지막 기도를 하는 시간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라고 했다. 아담이 그 말을 미얀마 말로 통역을 할 때 잠시 눈을 떴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직접 목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미얀마 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라고 하자, 모든 학생들이 눈을 감은 채로 ”아멘“하는 것이었다. 너무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잔윈목사에게 6년 동안 훈련을 받은 고아원 아이들의 영적 수준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6개월만에 우리 아이들도 위대한 출발을 시작했다는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마지막 단체 사진을 마당에서 가졌다. 그때 두 명의 어머니들이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촬영을 끝내고, 갑전도사가 두 어머니를 나에게 소개했다. 두 어머니는 고개를 몇 번이고 숙이면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좋은 곳에서 자게 해주고, 매일 매일 맛있는 밥을 먹여주셔서 정말 감사하는 인사를 했다. 나는 두 어머니에게 다음에 다시 오면 나를 당신들의 집으로 초대를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두 어머니는 박수를 치면서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기뻐했다. 전도의 접촉점을 미리 못박아놓고 가고 싶었다. 떠나는 우리들을 보고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늘은 첫 만남이었지만, 다음에 또 만나면 그리고 또 만나면 점점 그들의 아버지가 되어 가리라 믿으며 메얀청을 떠났다.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메얀청 사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