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147호

동남아 한센 선교회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Aung La N Sang과 함께

   현재 박항서 감독이 모든 베트남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현재 모든 미얀마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이 들어가 있는 한 스포츠맨이 있습니다. 세계 종합격투기 One Championship에서 미들급 세계 챔피언이 된 웡라응산(Aung La N Sang)입니다. 미얀마에서 이런 스포츠맨이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웡라응산이 태어난 곳이 카친(Kachin)의 수도 미치나(Mythyina)입니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합니다. (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면 선교통신 144호를 읽어 보십시오.) 웡라응산이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는 것을 보면서 미얀마 선교를 위해서 그를 반드시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일반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얀마 경제인, 미얀마 정치인, 미얀마 대통령까지 꼭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현재 미얀마에서 웡라응산의 인기와 영향력은 2위가 도저히 근접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벌리면서 단독 1위로 달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한 것입니다. 웡라응산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 선교회 사무국장이신 송재선장로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한국에 있는 외교부 채널을 통해서라도 웡라응산을 만날 수 있도록 섭외를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웡라응산이 저를 만나주겠다고 하면 당장 미국 마이애미(Miami)로 가서 그를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를 그처럼 만나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열광적인 그의 높은 인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경기를 보았습니다. 링에 올라가자마자 그는 항상 무릎을 꿇고 먼저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승리하고 갖는 인터뷰에서는 제일 먼저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저희가 미얀마에서 시작하려는 축구 선교와 권투 선교에서 만나게 될 미얀마 선수들에게 웡라응산을 훌륭한 모델로 세우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송장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답변이 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미치나에 도착했을 때, 아푸목사에게 두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첫째는 팔라퐁을 찾아라. 둘째는 웡라응산의 부모님들이 미치나에서 살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그 부모님들을 만나서 내가 웡라응산을 만날 수 있도록 부탁했으면 한다. 미팅 약속을 만들어주면 내가 미국으로 가서 웡라응산을 만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푸가 하는 말이 “목사님, 그의 부모님들이 미치나에 사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미국까지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웡라응산이 지금 미치나에 있습니다.” “뭐라고!!!”

   영웅이 된 웡라응산을 기념하기 위해서 카친 정부가 카친의 심장이라고 일컫는 Kachin National Manau Park 안에 웡라응산의 동상을 크게 세웠는데, 그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웡라응산이 그의 아내와 함께 지금 미치나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푸에게 그를 만날 방법을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푸는 그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현재로서는 0%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며칠만 미치나에 머무는 일정이기 때문에 그를 만나보기 위해서 줄을 선 사람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를 개인적으로 만나볼 수 없다면, 그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그의 동선을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길거리에서 그를 만나면 혈루증 여인처럼 그를 향해 질주해서 들어가 그를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아푸는 웃었습니다. 농담으로 알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푸가 사람을 풀어서 웡라응산의 동선(動線)을 찾아냈습니다. 그 동선들 중에서 하나를 택했습니다. 시내에서 벗어난 지역인데, 작은 인조 잔디 축구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젊은 후배 청년들에게 2시간 동안 격투기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일정이었습니다. 개인 가정집이 아니고, 정부 건물도 아니고, 오픈 공간이었기 때문에, 예약 없이, 순서 없이 쳐들어가면 그를 만날 수 있는 장소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아푸에게 “여기다. 여기로 빨리 가자.”라고 했습니다. 미치나에서 오래 사는 아푸였지만, 그곳을 쉽게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다섯 번 이상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갔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 축구장을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잘못 왔나 싶었습니다. 웡라응산이 오기로 한 장소인데, 개미 한 마리 없었습니다. 축구장도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허름한 사무실에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여기가 웡라응산이 선수들을 훈련 시킨다는 그 장소가 맞습니까?” 그 여인은 맞다고 하면서, 1시간 후에 웡라응산이 도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격투기 선수들이 하나, 둘 도착했습니다. 웡라응산이 도착하기로 한 시간은 오후 5시였습니다. 15분 전, 4시 45분에 드디어 웡라응산이 도착했습니다. 축구장 안으로 함께 들어오는 사람들 속에서 웡라응산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훈련을 시작하면 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그를 향해서 질주해 나갔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 그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는 조금 당황해하면서 내 악수를 받아주었습니다. 복싱하는 그의 손에서 어마어마한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그의 손을 놓지 않고, 더 꽉 잡고 말했습니다. 조금 거짓말을 했습니다. “제 이름은 Joshua입니다. 당신을 만나보고 싶어서 한국으로부터 왔습니다.” 웡라응산이 자기를 보기 위해서 한국으로부터 왔다는 말을 듣고 밝게 웃으면서 “Wow!”라고 했습니다. 그 “와우” 소리와 함께 저는 그의 시선을 완벽하게 붙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필리핀과 미얀마에서 하는 한센선교에 대해서 짧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양곤에 축구 스포츠 센타와 복싱 스포츠 센타를 세울 계획이다. 우리 선수들을 위해서 당신을 롤모델로 삼고 싶다. 우리 선수들을 위해서 격려의 말과 사인을 부탁하고 싶다. 액자에 넣어서 스포츠 센타 중앙에 항상 걸어놓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웡라응산은 “Sure!”하면서 격려의 메시지와 함께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그의 격려문은 이랬습니다. “Asia Leprosy Mission, Be a Powerful Christian Fighter! Aung La N Sang. (사인) 2018. 12. 21.” 저는 그에게 양곤에 스포츠 센타가 완공되면 꼭 한번 방문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웡라응산은 반드시 찾아가겠다고 약속해 주었습니다. 참 따뜻하고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웡라응산은 그의 아내 캐서린(Katherine)를 불러서 저에게 따로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그에게 했던 말을 그의 아내에게 다시 간략하게 설명했습니다. 캐서린은 그 말들을 듣고, 저를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올리면서 “화이팅!” 메시지를 보내주었습니다. 훈련생들이 코트 안에서 돌기 시작했습니다. 웡라응산이 코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내년 3월에 일본 도쿄에서 방어전을 갖습니다. 그때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십시오.” 나 역시 그에게 “Sure!”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참 동안 그가 후배들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지켜 보고 떠났습니다. 아푸는 계속해서 “우리 같은 사람이 어떻게 웡라응산을 만날 수 있었지요?”라고 하면서 “하나님께서 목사님과 늘 함께 동행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 저로 하여금 미국까지 갈 필요가 없도록 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웡라응산에게 미얀마로 가서 저를 만나보라고 그를 미치나로 보내주셨다고 믿습니다. 저는 팔라퐁을 찾기 위해서 서울을 떠나서 미치나로 갔고, 같은 시간에 웡라응산은 미국을 떠나서 자신의 동상 제막식을 위해서 미치나로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부도 할 수 없다던 그 일이 미치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연히 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당신께서 기뻐하시는 일들을 친히 이루어 가십니다. 웡라응산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