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168호

동남아한센선교회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성도들의 믿음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때문에 필리핀도 매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여러 어려움들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3월 15일 주일부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권고 사항이 아니라, 정부의 명령이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자는 사살하라는 명령까지 더해진 필리핀의 현실입니다.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없는 기간은 고난주일(4월 5일)과 부활절 주일(4월 12일)까지 포함한 한 달 동안입니다. 필리핀은 여러 열악한 환경에서 온라인 예배는 불가능합니다.

   Facebook을 통해서 짧은 메시지를 성도들에게 전하고 있지만, 그것이 예배를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직 딸라에는 확증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혜롭게 움직이면 고난주일 예배를 짧게라도 드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3월 25일부터 매주 2회, 전 교인의 가정 앞으로 한 번 줄 때마다 쌀 5kg와 마스크 한 장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제가 네 번째 배급 날이었습니다. 어제도 많은 성도들로부터 확인된 것은 TV에서는 매일 정부에서 빈민 가정들에게 쌀을 나눠주는 장면이 방송에 나오고 있지만, 딸라는 지금까지 쌀 한 톨 받은 가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획된 보여주기 식 배급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불만을 표출할 수가 없습니다. 불평하고 시위하는 동네는 그나마 “국물도 없다. (No mercy)”고 정부가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도들은 딸라에서 쌀을 배급해 주는 곳은 딸라교회가 유일하다고 했습니다. 그 점을 잘 이용하면 고난주일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도사들에게 예배 안내 규칙을 전달했습니다.

- 비상연락망을 통해서 각 가정에게 교회에서 고난주일 예배가 있다고 전달해라.

- 예배는 찬양과 헌금 순서 없이, 오직 설교만 20분 듣고 돌아간다.

- 교회에 오는 사람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 의자는 1미터 이상의 간격으로 배치하고, 최대 예배 참석 인원은 40명으로 제한한다.

- 예배는 오전 8시, 9시, 10시, 11시에 네 번 드린다.

- 예배 참석자가 몰리지 않도록 각 구역별로 분산해서 오도록 배정한다.

   몇몇 성도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목사님, 정말 괜찮을까요?” “지시대로만 따로 오시면 괜찮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교회에서 약 30미터 떨어진 곳에 검문소가 있습니다. 3월 25일부터 매주 2회 교회에서 쌀을 받아서 집으로 가는 것을 검문소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예배를 드린 후에 쌀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면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예배를 드리고 간다는 것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이 선교통신을 드리는 이유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법 앞에서도 우리는 떨지 않고 담대히 고난주일 예배를 드렸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악수도 할 수 없었고,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는 거리두기 만남이었지만, 예배 후에 성도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었습니다. 평상시에 마음껏 찬양하고, 기도하고, 예배했던 일이 이렇게 소중한 일이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었습니다. 오늘은 찬양을 부를 수도 없었지만, 예수님의 십자가에 관한 말씀을 듣게 되니 하나님께 너무 너무 감사했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오늘 이 선교통신을 드리는 이유입니다. 지진이 일어나면 건물의 벽들이 갈라지고, 유리잔은 떨어져 산산이 부서집니다. 비상사태 속에서 자유가 격리되고, 먹을 것이 떨어지고, 감염에 대한 공포가 점점 커져 오지만, 성도들의 믿음에는 그 어떤 균열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어렵고 힘든 환경이 길어지고 있지만, 성도들의 믿음은 더욱 더 단단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고난주일이었습니다. 격리가 해제되고, 교회에 모여서 다시 예배를 드리게 될 때, 그 예배가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그 예배가 기다려집니다.

   지금도 비상사태에 있기 때문에, 한 가정에 한 장만 주어진 통행증을 가지고 양식과 약을 구입하는 목적으로 외출하면,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어제도 그 법에 따라 각 가정에서 대표자 한 사람만 나와서 고난주일 예배를 드리고, 쌀과 마스크를 받아간 성도들은 100명이 넘었습니다.

   축도 전에 두 가지 광고를 했습니다. 첫째, 4월 13일에 격리가 해제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한 달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한 달 더 격리를 연장한다면, 저 역시 한 달 더 쌀 배급을 연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성도들의 집 주변에 안 믿는 가정들 가운데 정말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성도들의 추천을 받아 우선 100가정에게 부활절 주일에 쌀을 선물하겠다고 했습니다. 성도들은 기뻐했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돌아가는 성도들의 발걸음이 훨씬 더 가볍고, 힘차 보였습니다.

   딸라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고, 확진자가 없는 현재의 수준을 계속 유지된다면, 어제 시도했던 동일한 방식으로 다음 주에도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려고 합니다. 코로나-19를 통해서 성도들의 연합은 더 끈끈해졌습니다. 굶주리고 있는 가난한 필리핀 형제들에게 큰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모든 교회와 선교 동역자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