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웃었습니다.

창 32:24-31

       아브라함, 이삭, 야곱은 족장들로서 하나님으로부터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는 언약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하나님의 언약을 받고 살았던 그들은 그래서 언제나 만사형통한 삶을 살았습니까? 오늘은 그 족장들 중에서 야곱의 생애를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야곱은 브엘라해로이에서 이삭과 리브가 사이에서 쌍둥이 중 동생으로 출생했습니다. (창 25:11) 흉년이 들자 이삭은 가족을 이끌고 곡창지대인 그랄로 가서 살았습니다. (창 26:6) 거기에서 브엘세바로 이주해서 살았습니다. (창 26:23) 브엘세바는 에서와 야곱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고, 에서는 헷 족속의 딸과 결혼했습니다. 그때 에서와 야곱의 나이는 40살이었습니다. (창 26:34) 세월이 흘러 이삭의 눈이 어둡게 되자 큰 아들에게 장자의 축복을 내려주기를 원했습니다. 그때 어머니 리브가가 개입해서 에서 대신에 야곱이 그 장자의 축복을 가로채게 했습니다. 그때 야곱의 나이는 대략 70세 때였습니다.

        축복기도를 받은 후에, 야곱은 형의 분노를 피하여 야반도주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오라비였던 라반이 사는 하란으로 피신하라고 했습니다. 야곱은 리브가의 말대로 순종했습니다. 야곱이 집을 떠나서 제일 먼저 쉬었던 곳은 벧엘이었습니다. 브엘세바에서 벧엘까지는 약 90km가 됩니다. 사흘 이상 걸어가야만 했던 먼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형의 빠른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필사적으로 도망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게는 음식도 없었습니다. 동행인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야곱은 그때 일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내가 내 지팡이만 가지고 이 요단을 건넜습니다.” (창 32:10) 그가 형의 분노의 불꽃 속에서 타죽지 않기 위해서 간신히 몸만 빠져나와 정신없이 달렸던 다급했던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벧엘에서 야곱은 하나님과 대면했습니다. 그리고 언약을 받았습니다.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 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창 28:13-15)

        그 언약을 받은 후에 야곱은 다시 일어나 달려 하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창 29:4) 그런데 외삼촌 라반을 만나기 전에 들판에서 라헬을 먼저 만났습니다. (창 29:6) 야곱은 첫눈에 라헬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야곱은 한 달 동안 무보수로 일했습니다. 그러자 라반은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하고, 야곱에게 그가 원하는 보수를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야곱은 보수 대신에 라헬을 아내로 주면 7년 동안 무보수로 일을 더 하겠다고 했습니다. 라반은 좋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라반은 첫날 밤에 라헬 대신에 맏딸 레아를 야곱에서 주었습니다. 형 에서를 속인 죄의 대가를 그렇게 지불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야곱은 레아를 위해서 7년, 라헬을 위해서 7년 모두 14년 동안 무보수로 일했습니다. (창 29:20)

        야곱은 하란에서 네 명의 아내를 통해서 열 한 명의 아들을 얻었습니다. 야곱이 열한 번째 아들 요셉을 낳았을 때, 라반에게 찾아가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창 29:25)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축들을 준비하기 위해서 라반에게 희한한 제안을 했습니다. 라반의 짐승들 중에서 흰색 짐승들 몇 마리만 자신에게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흰색 짐승들 사이에서 얼룩덜룩한 색깔의 양과 염소와 나귀와 소들이 나오게 되면 그것들을 자신의 소유가 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라반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흰색끼리의 교배를 통해서 검은 점이 섞인 새끼가 나올 가능성은 1%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라반은 속으로 “멍청한 놈”하면서 야곱의 제안을 쾌히 수락하고 자신의 짐승들 중에서 야곱이 원하는 흰색 짐승을 골라서 주고, 얼룩덜룩한 점박이 짐승들은 모두 야곱의 손에서 빼내서 떠났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울타리를 쳤습니다. 라반의 울타리와 야곱의 울타리의 간격은 사흘 길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고 했습니다. (창 30:36) 한 마리도 섞이지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라반은 유전자 법칙을 믿었지만, 야곱은 그 유전자 법칙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짐승들이 물을 먹을 때 그들의 눈앞에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플라타너스 가지를 꺾어서 놓았습니다. 그러자 흰색 짐승들이 얼룩덜룩한 새끼들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창 30:39) 나중에 라반이 그 비법을 묻자, 야곱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창 31:10-12)

        하나님께서 야곱을 축복해 주셔서 많은 가축을 갖게 되어 야곱은 가족과 함께 많은 짐승을 거느리고 20년 만에 하란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라반에게 알리지 않고 떠났습니다. 삼 일 후에 딸들과 손자들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라반은 화가 나서 야곱을 추격했습니다. 7일 만에 길르앗 산지에서 야곱을 따라잡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두 사람은 극적으로 화해했고, 라반은 더는 야곱을 추격하지 않겠다는 증표로 그곳에 경계석을 세웠습니다. 그곳 이름을 미스바라 했습니다. (창 31:49)

        야곱은 거기서부터 20년 전 고향 브엘세바을 떠나 하란으로 올라올 때 택했던 옛길로 내려가지 않고 동남쪽 길을 택했습니다. 동남쪽 아래 에돔에 형 에서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야곱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야곱이 그처럼 동남쪽 길을 택했던 이유는 고향으로 가기 전에 형과 화해를 꼭 하고 가겠다는 굳은 결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행 길에 야곱은 하나님의 천사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야곱은 그곳을 ‘마하나임 (하나님의 군대)’이라고 했습니다. 마하나임은 하란으로 올라올 때 처음으로 하나님의 천사들을 만났던 벧엘과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하신다는 확신을 더 갖고 그의 종들을 에서가 사는 세일 땅 에돔으로 보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했습니다. 에서는 야곱의 동선을 확인하고 40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북상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야곱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든 야곱은 짐승들을 두 떼로 나눴습니다. 에서가 한 떼를 치면, 그 사이에 다른 한 떼를 다른 곳으로 빼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야곱은 밤이 새도록 하나님께 자신을 지켜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창 32:9-12) 아침에 일어나 형에게 줄 선물을 별도로 준비했습니다. 암염소 200마리, 수염소 20마리, 암양 200마리, 수양 20마리, 낙타 30마리, 암소 40마리, 황소 10마리, 암나귀 20마리, 수나귀 10마리였습니다. (창 32:14-15) 야곱은 그 많은 짐승들을 다시 여러 떼로 나눠서 출발시켰습니다. 그리고 종들에게 당부했습니다. 형이 “이것들이 다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동생이 형에게 드리는 선물이라고 말하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떼를 이끌고 가는 종들에게도 같은 지시를 내렸습니다. 종들과 짐승들이 얍복강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가족들을 불러 같은 당부를 하고 앞서 떠난 종들을 따라서 얍복강을 건너가라고 했습니다. (창 32:22) 야곱만 혼자 얍복강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와서 야곱과 밤새 씨름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천사였습니다. 야곱은 자신을 축복해 달라고 매달렸습니다. 그러자 천사가 그의 엉덩이뼈를 쳐서 부서트렸습니다. 그래도 야곱은 천사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때 천사가 야곱을 축복하며 그에게 [이스라엘]이란 새 이름을 주고 떠났습니다. 야곱은 그곳 이름을 브니엘이라고 하였습니다. 다음 날, 야곱은 20년 만에 형을 만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의 기도를 응답해주셨습니다. 야곱이 형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용서를 구할 때, 에서는 동생을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야곱도 에서에게 “형님의 얼굴을 보니 꼭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야곱이 지난밤 얍복강에서 만났던 브니엘의 하나님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야곱은 에서와 헤어지고, 숙곳을 지나, 요단강을 건너, 세겜으로 들어갔습니다. 20년 전 브엘세바에서 하란으로 올라갈 때 걸었던 그 길로 되돌아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세겜에서 딸 디나가 세겜의 왕자에게 강간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오빠들의 복수로 인해 야곱은 초죽음이 되어 세겜을 황급히 탈출했습니다. 세겜을 떠나, 야곱은 하나님을 처음 만났던 벧엘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께 예배하고, 야곱은 그곳 이름을 엘벧엘이라고 개명했습니다. “그 옛적 벧엘에서 만났던 하나님”이란 뜻이었습니다. 그 엘벧엘을 떠나, 야곱은 아버지가 사는 헤브론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라헬이 둘째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야곱에게는 열두 번째 아들이 되는 베냐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라헬은 그 베냐민을 출산하고 죽었습니다. 그곳이 에브랏이었습니다. (창 35:16) 에브랏은 지금의 베들레헴입니다. 라헬을 그곳에 묻고, 야곱은 에델로 내려가 장막을 쳤습니다. (창 35:21) 불행하게도 그곳에서 장남 르우벤이 야곱의 아내인 빌하를 범하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창 35:22)

        야곱은 분노를 삼키며 다시 짐을 싸서 아버지가 있는 헤브론 가까이에 있는 마므레에 도착했습니다. (창 35:27) 야곱은 그 마므레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습니다. 야곱는 자주 헤브론으로 내려가 아버지 이삭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이삭이 180세 나이로 죽었습니다. (창 35:28) 그때 야곱의 나이는 120세였습니다. 창 25:26절을 보면, 이삭이 에서와 야곱을 낳았을 때 그의 나이가 60살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야곱이 마므레에 도착해서 이삭이 죽을 때까지 약 30년 동안 마므레와 헤브론을 오가면서 아버지를 섬겼다는 말이 됩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에서도 헤브론으로 와서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어 에서와 야곱이 다시 한번 상봉하게 되었습니다. (창 35:29)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야곱에게 또 한번 하늘이 무너지는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라헬의 맏아들 요셉이 들판에서 짐승에게 찢겨 죽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요셉이 17살 때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 야곱은 애굽에서 요셉을 다시 만날 때까지 약 22년 동안 요셉이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요셉이 애굽의 국무총리가 되어 돌아왔던 것입니다. 야곱은 모든 가족을 데리고 그 요셉을 보기 위해서 애굽으로 내려갔습니다. 애굽으로 내려가는 길에 야곱은 브엘세바로 들어갔습니다. (창 46:1) 그곳에서 하나님께 희생 제사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브엘세바가 어떤 곳입니까? 야곱의 청춘이 있었던 곳입니다. 어머니가 계셨던 곳입니다. 야곱에게 진정한 고향은 출생지 브엘라해로이도 아니었고, 잠시 흉년을 피해 가서 살았던 그랄도 아니고, 어머니가 계셨던 그곳, 어머니와 눈물로 작별했던 그곳, 꿈속에서도 그리웠고, 다시 돌아가고 싶었던 그곳은 바로 브엘세바였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가득 담긴 브엘세바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밤새 통곡했을 것입니다. 그날 밤, 하나님께서 다시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밤에 하나님이 이상 중에 이스라엘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야곱아 야곱아 하시는지라 야곱이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버지의 하나님이니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반드시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며, 요셉이 그의 손으로 네 눈을 감기게 하리라.” (창 46:2-4) 그 약속을 받고 야곱은 애굽으로 내려갔다가 147세 나이로 죽었고, 요셉에 의해서 그의 유골이 가나안으로 옮겨서 아브라함과 이삭이 묻힌 마므레 땅 막벨라 굴에 장사되었습니다. (창 50:13)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떠났던 쓸쓸했던 야곱이었지만 애굽의 황금 마차를 타고 많은 사람의 애도를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야곱의 전 생애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야곱의 생애가 너무 방대합니다. 하나하나 짚어서 보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가 지나왔던 장소들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브엘라해로이 – 그랄 – 브엘세바 – 벧엘 – 하란 – 길르앗 산지 – 미스바 – 마하나임 – 얍복강 – 브니엘 – 숙곳 – 세겜 – 엘벧엘 – 에브랏 – 에델 – 마므레 – 헤브론 – 브엘세바 – 애굽 – 막벨라 굴. 야곱은 김삿갓처럼 바람처럼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곳 하나 그에게는 평안한 곳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야곱이 얍복강에서 하나님의 천사와 씨름하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은 것만을 기억하면서 그의 인생 역경이 거기에서 모두 끝나고 해피핸딩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닙니다. 야곱은 브엘세바에서부터 막벨라 굴까지 단 한 순간도 평안했던 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애굽 왕 바로에게 했던 그의 말이 우리의 가슴을 멍하게 합니다.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창 37:9)

        정리하겠습니다. 우리는 가끔 야곱을 가볍게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거머 쥔 교활한 사람,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의 축복을 도적질한 사람, 어머니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유약한 사람, 네 명의 아내를 거느렸던 세속적인 사람, 라반의 짐승 몇 마리를 가지고 재테크를 잘해서 대박 부자가 되었던 사람, 에서의 복수심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뇌물로 형을 매수했던 사람, 등등. 정말 그는 그처럼 잔머리를 잘 굴렸던 처세술에 뛰어났던 사람이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야곱의 생애 속에서 일어났던 그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섭리였다면 우리는 그에게 무거운 돌을 던질 수가 없습니다.

        쌍둥이 중에 둘째로 태어난 것이 하나님의 섭리였다면 야곱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형 아론 대신에 동생 모세를 택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형 에서 대신에 동생 야곱을 택하셨다면 야곱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레아가 자식들을 쑥쑥 출산할 때, 여종들도 자식들을 쑥쑥 출산할 때, 가장 사랑했던 아내 라헬은 임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라헬은 첫째 아들 요셉을 낳고, 둘째 아들 베냐민을 낳으면서 죽었습니다. 라헬을 그렇게 죽게 하셨던 것이 하나님의 섭리였다면 야곱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 축복달라고 매달렸는데, 자신의 엉덩이뼈를 깨트려 장애인이 되게 하셨던 것도 하나님의 섭리였다면 야곱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딸 디나가 세겜 왕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장자 르우벤이 자신의 아내를 범하고, 자식들끼리 시기와 질투로 요셉을 애굽으로 팔아버렸던 일들이 모두 하나님의 섭리였다면 야곱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야곱에게 쉽게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놓고 우리 스스로 자책(自責)하거나 자학(自虐)하지 않아야 합니다. 남들을 향해서도 쉽게 판단하고 돌을 던지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경에서 가장 가정적인 사람을 뽑는다면 100% 야곱을 뽑습니다. 그는 에서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집에 머물며 어머니의 일을 도왔던 딸 같은 아들이었습니다. 형이 밖으로 돌아다니며 이방 여인들과 자고 다닐 때, 야곱은 70살이 될 때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어머니를 봉양했던 효자였습니다. 아내를 위해서 14년 동안 불평 없이 무보수로 일했던 좋은 남편이었습니다. 자녀들을 지극히 사랑했던 아버지였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형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평생 가지고 살았던 착한 동생이었습니다. 그는 팥죽 한 그릇으로 형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일을 평생 미안해하며 그 형과의 화해를 위해서, 아니 형이 받았던 그 상처가 온전히 치료되고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야곱은 최선을 다해서 그 엄청난 짐승들을 준비해서 형에게 보냈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행했던 일을 보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잔머리를 굴려 형에게 [뇌물]로 공략했던 머리가 매우 비상하고, 꽤가 많았던 야곱으로 해석합니다. 아닙니다. 그것은 [뇌물]이 아니라 [선물]이었다고 성경은 분명히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소중한 선물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됩니다. 선물은 선물입니다. 그 선물 속에는 형을 향한 야곱의 미안한 마음, 연민의 마음, 사랑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야곱은 매우 가정적인 사람이었고,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이 가정의 달에 성경에서 가장 가정적이었던 야곱을 다시한번 깊이 묵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끔 아내가 저에게 이런 부탁을 합니다. “손목이 시큰거려서 빨래를 꼬옥 짤 수가 없으니, 힘 좋은 당신이 꽈악 좀 짜주세요.” 저는 고릴라 손으로 있는 힘껏 빨래를 짜서 건넸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이것도 짠 것이냐?”고 핀잔을 주면서 내가 보는 앞에서 빨래를 다시 짰습니다. 그러자 물이 주르르하고 떨어졌습니다. “엇! 힘껏 짰는데?” 아내가 빨래 짜는 법을 다시 한번 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당신은 가운데만 잡고 틀어요. 빨래는 끝을 단단히 잡고 틀어서 짜야 돼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랬었습니다. 떨어졌던 물은 빨래의 끝에 남아 있던 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그렇게 철저히 짜셨던 것입니다. 야곱이란 뜻은 “발뒤꿈치의 끝”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생애 147년 동안 그의 머리에서부터 그의 발뒤꿈치까지 짜고, 또 짜고, 또 짜고는 하셨습니다. 야곱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하나님은 얍복강에서 그를 짜다 못해 엉덩이뼈까지 쳐서 부서트렸습니다. 그때 아침 해가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천사는 떠나고, 90살이 된 노인이 혼자서 지팡이를 집고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입니까? 아닙니다. 그의 앞을 보십시오. 그의 얼굴에는 아침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 빛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야곱은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험악한 세월을 보냈지만, 하나님은 그의 고통에서 단 한 번도 눈을 떼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님은 그에게 나타나 힘을 주시고 언약을 주셨습니다. 야곱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엉덩이가 깨져서 너무 고통스럽고 아팠지만 야곱은 웃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도 살아가면서 부모와 형제와 그리고 여러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맺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도 그들과 화해하기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기 위해서, 그들을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야곱처럼 밤새도록 몸부림치며 기도해야 합니다. 그 기도를 통해서 야곱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형도 웃게 했습니다. 철야기도가 만든 기적이었습니다. 빨래를 짜듯이 자신의 몸을 쳐서 얻어낸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형과 화해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시지 않으면 저는 결코 이 강을 건너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매달렸던 그 야곱이 되십시오. 형제와 화해하십시오. 형제를 용서하십시오. 그들을 사랑하십시오. 야곱처럼 말입니다. 우리도 웃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