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벽을 향하여

이사야 38:1-6

     히스기야는 남왕국 제13대 왕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아하스 왕은 아들을 산 채로 불살라 우상에게 제물로 바쳤던 우상 숭배자였습니다. (왕하 16:3-4) 히스기야는 그의 아버지와 달리 하나님 앞에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유다에 있는 모든 우상과 산당과 제단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없앴습니다. 위대한 종교개혁을 감행했던 것입니다. 야웨 신앙이 온전히 회복되었습니다. 그러나 국가 안보 측면에서는 앗수르 제국의 위협 때문에 항상 위기 경보 가운데 있었습니다.

    히스기야는 BC715년에 왕이 되었는데, 이미 7년 전 BC722년에 북왕국이 앗수르 제국에게 멸망 당하고 남왕국만 남아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앗수르 산헤립 왕은 남왕국까지 점령하기 위해서 18만 5천 명 대군을 이끌고 침공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히스기야는 곧바로 삼베 옷으로 갈아입고 성전으로 나아가 기도했습니다. (왕하 19:1) 그리고 신하들을 선지자 이사야에게 보내 국가의 위기를 위해서 기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왕하 19:2)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응답해 주셨습니다. “이 밤에 여호와의 사자가 나와서 앗수르 진영에서 군사 십팔만 오천 명을 친지라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보니 다 송장이 되었더라.” (왕하 19:35) 하나님께서 히스기야에게 [대승]이란 큰 선물을 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그의 전성시대에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그 비극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내가 말하기를 나의 중년에 스올의 문에 들어가고 나의 여생을 빼앗기게 되리라.” (사 38:10) 현대인 성경은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나는 생의 전성기(in the prime of my life)에 죽음의 문턱을 넘어 수명대로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인생 최고의 순간에서 육체적 질병으로 인해 자신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사야가 하나님의 메시지를 그에게 전달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너는 네 집에 유언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 하셨나이다.” (사 38:1) [사망 선고]를 받은 히스기야는 곧바로 벽을 향하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히스기야가 얼굴을 벽으로 향하고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구하오니” (사 38:2-3)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응답해 주셨습니다.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내가 네 수한에 십오 년을 더하고, 너와 이 성을 앗수르 왕의 손에서 건져내겠고, 내가 또 이 성을 보호하리라.” (사 38:5-6)

    하나님께서 치유해 주심으로 히스기야는 다시 정상을 회복했습니다. 제2의 찬란한 인생이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진짜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히스기야가 기적적으로 회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주변국에서 축하 사신들을 보내왔습니다. 그 사신 중에 바벨론 왕이 보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바벨론 왕의 친서와 예물을 히스기야에게 올렸습니다. 당시 바벨론은 제국(帝國)이 되기 전이었습니다. 콩알만 한 작은 몸을 세계 무대에 슬며시 내민 소국(小國)이었습니다. (사 39:1) 그래서 바벨론을 형편없는 소국으로 취급한 히스기야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바벨론 사신들에게 그의 왕궁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도 숨김없이 탈탈 털어서 보여주었습니다. 왕궁에 있는 보물과 성전의 보물뿐만 아니라 무기고까지 열어서 다 보여주었습니다. (사 39:2) 하나님께서 이사야를 히스기야에게 보내셨습니다. “왕은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소서. 보라. 날이 이르리니 네 집에 있는 모든 소유와 네 조상들이 오늘까지 쌓아 둔 것이 모두 바벨론으로 옮긴 바 되고 남을 것이 없으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또 네게서 태어날 자손 중에서 몇이 사로잡혀 바벨론 왕궁의 환관이 되리라 하셨나이다.” (사 39:5-7) 이 말씀 속에는 바벨론 70년 포로 생활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생명 연장을 받았던 히스기야의 인생이 [다시 절정]을 향하여 올라갔던 것이 아니라 [참담한 비극]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무엇이 비극입니까? 죽을 병에 걸린 것이 비극입니까? 무엇이 성공입니까? 모든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 성공입니까? 무엇이 의(義)입니까? 모든 우상을 제거하고 신정정치, 신본주의를 복원시킨 것이 의(義)입니까? 히스기야의 생애를 보면 그것은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인생의 절정들이 아니었습니다. 끝은 시작보다 중요하고, 끝은 그 어떤 절정(클라이맥스)보다 중요합니다. 사울 왕도 시작은 좋았습니다. 가룟 유다도 시작은 좋았습니다. 그들은 멋진 인생 절정을 찍는 경험은 했었지만, 그러나 그들의 끝은 비극이었습니다.

    히스기야의 생애를 통해서 얻는 교훈은 기적이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축복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독은 [허영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가 어깨를 촐랑거리며 왕궁의 보물 창고와 무기고를 열어서 다 보여주었던 것은 그의 허영심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극대 자랑거리가 뒤에는 치욕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잘 되면 사람들 앞에서 우쭐거리고 싶은 허영심이 독이 되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놀라운 은혜와 크신 축복과 기적을 하나님께로부터 받았다면 쉽게 간증하지 마십시오. 간증을 통해서 하나님을 높여드리겠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입을 여는 순간 여러분은 무너집니다. 하나님은 당신께서 높임을 받으시기 위해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십니다. 허영심을 경계하십시오. 잠잠하십시오. 몸을 낮추십시오. 히스기야는 죽을 병에서 살아났을 때 하나님께 겸손히 살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사 38:15절입니다. “여호와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고 이 일을 행하셨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이 고통을 생각하며 여생을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그러나 생명이 15년 연장되면서 그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허영심]은 [오만]이 되었습니다.

    이사야가 바벨론 70년 포로 생활을 암시하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히스기야의 반응을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사야가 히스기야에게 이르되 왕은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소서. 보라 날이 이르리니 네 집에 있는 모든 소유와 네 조상들이 오늘까지 쌓아 둔 것이 모두 바벨론으로 옮긴 바 되고 남을 것이 없으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또 네게서 태어날 자손 중에서 몇이 사로잡혀 바벨론 왕궁의 환관이 되리라 하셨나이다 하니” (사 39:5-6) 이 말씀에 대한 히스기야의 반응입니다. “히스기야가 이사야에게 이르되 당신이 이른 바 여호와의 말씀이 좋소이다 하고 또 이르되 내 생전에는 평안과 견고함이 있으리로다 하니라,”라고 했습니다. (사 39:7) 그의 대답은 “오케이”였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내 생애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까요.”라고 했습니다. 참 이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참 비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다음 세대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부덕한 왕이었습니다. 자신만 괜찮다면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이었습니다. 그것은 처음과 끝이 다른 [변질]이었습니다. [한 때] 잘했던 사람이 아니라, [항상]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죽을 병에 걸렸을 때는 살려달라고 새벽 제단에 엎드렸던 사람이, 살려주면 퇴원해서 새벽기도를 멈추는 사람과 같습니다. 여러분의 전성시대가 여러분에게 독(毒)이 되지 않게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주신 축복이 허영심을 키우는 도화선이 되지 않게 하십시오.

    결론입니다. 히스기야의 최대의 불행은 허영심이 아니었습니다. 변심도 아니었습니다. 변질도 아니었습니다. 보물 창고와 무기고의 문을 열어준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최대 불행은 기도를 멈춘 일입니다. 이사야로부터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곧바로 “벽을 향하고” 하나님께 기도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사야로부터 그의 실수로 인해 남왕국의 운명이 바벨론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을 때 그는 벽을 향하지 않고 곧바로 “좋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도를 버렸던 것입니다. 기도하던 사람이 기도하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그는 밖에 버려져 사람들의 발에 짓밟힐 뿐입니다. 그는 15년을 더 살았습니다. 장수한 것입니까“ 부끄러운 세월을 15년 더 살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부끄럽게 죽을 바에야 15년 전에 그 죽을 병으로 죽는 것이 그에게는 영광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내일 일을 모릅니다. 상상하지 않았던 무거운 일, 슬픈 일, 고통스러운 일이 우리에게도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일이 우리의 인생에서 최악의 날이 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도 오직 하나밖에 없습니다.

다시 벽을 향하는 일입니다.

언제나 벽을 향하는 일입니다.

새벽을 버리는 사람은 그 날 하루를 가질 자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