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게 하시는 대로 살라.

사무엘 하 4:1-12

   다윗의 절친이었던 요나단은 그의 아버지 사울과 함께 길보아 전투에서 전사(戰死)했습니다. 요나단에게는 므비보셋이란 아들이 있었습니다.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은 두 가지 사건을 유발했습니다. 첫째는 요나단의 전사 소식을 들은 유모가 므비보셋을 안고 급히 도망치다가 떨어트려 당시 다섯 살이었던 므비보셋이 평생 걷지 못하는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이스보셋이 암살된 사건이었습니다. 이스보셋은 사울 왕의 막내아들이었습니다. (대상 8:33) 그러므로 이스보셋과 므비보셋는 삼촌과 조차 사이었습니다.

    사울 왕이 죽자, 사무엘의 지명대로 다윗이 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울의 군대 장관이었던 아브넬이 사울의 막내아들 이스보셋을 왕으로 추대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다윗/이스보셋이란 두 왕권이 나라를 다스리는 과도 정부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두 세력 간의 팽팽한 권력다툼은 약 7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삼하 3:6) 그런데 이스보셋 진영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아브넬이 사울 왕의 첩인 리스바를 범하게 된 사건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삼하 3:7) 이스보셋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넬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었습니다. “아브넬이 이스보셋의 말을 매우 분하게 여겨 이르되 내가 유다의 개 머리냐? 내가 오늘 당신의 아버지 사울의 집과 그의 형제와 그의 친구에게 은혜를 베풀어 당신을 다윗의 손에 내주지 아니하였거늘 당신이 오늘 이 여인에게 관한 허물을 내게 돌리는도다.”라고 했습니다. (삼하 3:8)

    아브넬은 자신의 전령을 다윗에게 보내어 다윗을 왕으로 인정하고 적극 지지해 줄 테니 자신과 협상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윗은 아브넬에게 오라고 했습니다. 아브넬은 2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다윗이 있는 헤브론으로 내려갔습니다. 다윗은 그를 위해서 큰 잔치를 배설해 주고, 언약을 맺고 그를 평안히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다윗의 군대장관 요압이 그 소식을 듣고 아브넬의 뒤를 추격해서 붙잡아 다시 그를 헤브론으로 데리고 와서 죽였습니다. 비극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스보셋은 아브넬이 헤브론에서 요압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했습니다. 그때 이스보셋 수하에 군지휘관 바아나와 레갑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형제였습니다. 그들은 돌아가는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일찍 배를 갈아탔습니다. 그들은 다윗 밑으로 들어가서 살아남으려면 공적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낮잠을 자고 있던 이스보셋을 암살했습니다. 배신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보셋의 목을 쳐서 다윗에게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 이스보셋의 머리를 다윗 앞에 높이 쳐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왕을 위해서 좋은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삼하 4:8) 다윗은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바아나와 레갑을 당장 처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삼하 4:12)

    이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가슴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왜 그럴까요?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억지]라는 큰 돌들이 여기저기에 쿡쿡 박혀있습니다.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는 억지 이야기들로 여기저기에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분재입니다. 자연에 있는 나무를 깨서 화분으로 옮겨놓는 것도 못마땅한데, 자신이 원하는 모양대로 자라게 하려고 나뭇가지들을 철삿줄로 꽁꽁 묶어놓고 웃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납니다. 예술입니까? 나무의 팔을 억지로 꺾어놓고 행복해하는 그 자체가 비뚤어진 인간의 자화상입니다. 하나님께서 피게 하신 대로 자연스럽게 들에 핀 코스모스가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

    삶을 억지로 꺾지 마십시오. 자살은 선택이 아니라 그릇된 억지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방향대로만 가야 한다는 그런 억지는 버려야 합니다. 자신의 안일을 위해서 남의 생명을 파괴하는 억지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살게 하시는 대로 살면 됩니다. 투덜거리지 말고 가면 됩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다 힘듭니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 다 아픕니다. 나만 죽는 것이 아니라 다 죽습니다. 아브넬의 잘못이 무엇이었습니까? 바아나와 레갑의 잘못이 무엇입니까? 그들은 순리대로 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바아나와 레갑은 이스보셋의 머리를 가지고 다윗에게 가면 영웅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으로부터 그들이 하사받았던 것은 영웅 훈장이 아니라 처참한 처형이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에 여러분의 손을 넣지 마십시오. 우리의 삶은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계획하시고, 모든 일을 결정하시고, 모든 일을 행하십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도록 우리는 하나님의 결정에 순종만 하고 물 흐르듯 그분을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냥 가십시오. 그냥. 그것이 다윗의 삶이었습니다. 그는 동굴 속에서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가졌지만, 그는 그 찬스를 거머쥐지 않았습니다.  그는 복수라는 프레임에서 스스로 그의 손을  뺐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하나님의 손이 그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나님을 기다리는 삶] 그것이 인생을 순리대로 사는 원리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살게 하시는 대로 사는 삶의 원리입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손을 빼십시오. 내 생각을 빼십시오. 내 주장을 빼십시오. 내 고집을 빼십시오.  힘을 빼십시오. 작든, 크든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요 14:1) “나를 믿으라”고 말씀하신 것은 “주님께서 그 일을 맡아 주시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된 것 아닙니까? 그러면 끝난 것 아닙니까?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닙니까? 그러므로 “믿습니다.” 해놓고, 돌아서서 다시 염려하고, 다시 근심하는 것은 주님을 온전히 믿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하나님께서 “너는 이렇게 살아라.”하시면 불평하지 말고, 억지 부리지 말고, 다른 것을 더 요구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됩니다. 하게 하시는대로 하고, 가게 하시는대로 가고, 살게 하시는대로 살면 됩니다. 오늘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지 않고, 억지로 꺾어서, 억지로 뒤틀어서, 억지로 뒤집어서 자신을 철삿줄로 꽁꽁 묶고 하나님의 뜻과 역행하면서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아브넬, 바아나와 레갑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비극적인 최후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살게 하시는 대로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곳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바다처럼 넘치고, 그 넘치는 은혜 안에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살게 하시는 대로 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