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루턱을 향하여

삼하 15:25-26

    다윗의 첫째 아들 암논은 아히노암의 소생이었고, 둘째 아들 길르압은 아비가일의 소생이었고, 셋째 아들 압살롬은 마아가의 소생이었습니다. (삼하 3:3) 세 아들 모두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들이었습니다. 둘째 길르압은 어렸을 때 죽은 듯 보입니다. 세째 압살롬에게는 친여동생 다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째 암논이 이복동생 다말을 강제로 겁탈한 후에 버렸습니다, (삼하 13:1-19) 분노한 압살롬은 친동생 다말을 위로하며 그의 집에 있게 했습니다.

    복수의 칼을 갈고 있던 압살롬은 2년 후에 형 암논을 죽이고, 그술(Geshur)로 도망가서 3년 동안 숨어 지냈습니다. (삼하 13:37-38) 요압 장군의 도움으로 압살롬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압살롬을 2년 동안 부르지 않았습니다. (삼하 14:28) 누가 생각해도 다윗의 뒤를 이를 다음 왕은 압살롬이었습니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이미 죽었기 때문이었고, 특별히 압살롬은 흠이 없었습니다. “온 이스라엘 가운데에서 압살롬 같이 아름다움으로 크게 칭찬 받는 자가 없었으니 그는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흠이 없음이라.” (삼하 14:25) 그처럼 잘난 아들을 다윗은 5년 동안 부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압살롬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왕권을 찬탈(簒奪)하기 위해서 모의했습니다. 그리고 4년 후에 그의 계획대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삼하 15:7)

    다윗은 압살롬이 헤브론에서 사람들을 규합해서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예루살렘을 기습 공격하기 전에 왕궁을 압살롬에게 내어주고 떠났습니다. 피신하는 다윗을 보고 예루살렘 사람들이 통곡했습니다. 다윗이 감람산으로 올라갈 때, 제사장 사독과 아비아달이 하나님의 언약궤를 메고 다윗에게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의 전쟁사에서 언약궤가 가진 위력은 그 어떤 군대와 그 어떤 무기와 견줄 수가 없었습니다. 언약궤를 가진 진영이 100% 승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제사장들에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언약궤를 메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라. 만일 내가 여호와 앞에서 은혜를 입으면, 하나님께서 나를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사 이 언약궤와 언약궤가 있는 성막을 다시 보게 해주시리라. 그러나 여호와께서 나를 기쁘게 여기지 아니하시면, 그가 좋으실 대로 나에게 하실 것을 믿노라.” (삼하 15:25-26) 그래서 제사장 사독과 아비아달은 언약궤를 메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무엘하 15장은 광야로 들어가는 다윗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다윗이 슬피 울며, 머리를 풀어 내리고, 맨발로 가니 그와 함께했던 모든 백성도 각각 자기의 머리를 풀고 울며 가니라.” (삼하 15:30) 백성들 눈에 다윗은 패배자의 모습이었지만, 다윗 본인에게는 회개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맨발로 감람산을 넘어갔다는 것은 피를 흘리며 걸었다는 뜻입니다. 감람산 길은 날카로운 돌산 길이었습니다. 그 거친 길을 맨발로 걸었다는 것은 회개자의 모습 외에는 다른 해석이 없었습니다. 그 고통의 길을 걸으며 다윗은 선지자 나단을 통해서 주셨던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기억했을 것입니다. “이제 네가 나를 업신여기고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아 네 아내로 삼았은즉 칼이 네 집에서 영원토록 떠나지 아니하리라. 보라 내가 너와 네 집에 재앙을 일으키고, 내가 네 눈앞에서 네 아내를 빼앗아 네 이웃에게 주리니 그 사람들이 네 아내들과 더불어 백주에 동침하리라. 너는 은밀히 행하였으나 나는 온 이스라엘 앞에서 백주에 이 일을 행하리라.” (삼하 12:10-12)

    “칼이 네 집에서 떠나지 않고, 너와 네 집에 재앙이 있으리라.” 그 예언이 현실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압살롬을 부추겼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히도벨입니다. 그는 압살롬에게 왕권을 더욱 튼실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왕궁에 남아 있던 다윗의 후궁들과 동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대낮에 예루살렘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왕궁의 옥상에서 동침하라고 했습니다. 압살롬은 아히도벨이 시키는 대로 대낮에 왕궁의 옥상에서 아버지의 후궁들을 범했습니다. 여기에서 아히도벨이 누구였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아히도벨은 당대 최고의 지략가였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그를 자신의 참모로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다윗을 배신하고 압살롬에게 가서 다윗에게 치욕적인 반격을 했던 것입니다.

    아히도벨은 왜 압살롬으로 하여금 예루살렘 백성이 보는 앞에서 왕궁의 옥상에서 다윗의 후궁들을 범하라고 했을까요? 아히도벨이 밧세바의 할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삼하 11:3, 23:34) 그는 다윗이 그 옥상에서 자신의 손녀였던 밧세바를 보고 모욕적인 일을 행했고, 그 일을 숨기기 위해서 밧세바의 남편 즉 손녀사위가 되는 우리아를 억울하게 죽게 했던 만행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이 행했던 그대로 압살롬이 같은 장소에서 다윗의 후궁들에게 그 짓을 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아히도벨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압살롬에게 12,000명 군사를 지원해 주면 다윗을 추격해서 오직 한 사람 다윗만을 죽이고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아히도벨이 압살롬에게 이르되 나로 하여금 일만 이천 명을 택하게 하소서. 오늘 밤에 내가 일어나서 다윗의 뒤를 추격해서 그가 곤하고 힘이 빠졌을 때에 오직 다윗 왕만을 죽이고 당신께 돌아오겠나이다. 그리하면 모든 백성이 평안하리이다.” (삼하 17:1-3) 아히도벨도, 압살롬도 다윗 가(家)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단의 예언대로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그 혼란 속에서 다윗이 행했던 일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하 15:32절은 매우 의미 있는 장소 한 곳을 언급했습니다. “다윗이 하나님을 경배하는 마루턱에 이를 때에”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경배하는 마루턱’은 ‘감람산의 정상(마루턱)’을 가리켰습니다. 그곳은 낙원과 지옥을 나누는 경계선이었습니다. 왼쪽을 내려다보면 낙원처럼 예루살렘과 왕궁과 성막이 한눈에 들어왔고, 오른쪽을 내려다보면 지옥처럼 메마른 광야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산 마루턱에서 다윗이 붙잡았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다윗이 그곳에서 했던 말을 다시 보겠습니다. “만일 내가 여호와 앞에서 은혜를 입으면, 하나님께서 나를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해주시리라. 그러나 여호와께서 나를 기쁘게 여기지 않으시면, 그가 좋으실 대로 나에게 하실 것을 믿노라.” 그처럼 다윗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시면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을 기뻐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게 하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죽고 사는 일이 하나님의 은혜에 달렸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압살롬을 향해서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범한 죄를 회개하며, 슬피 울며, 머리를 풀어 얼굴을 가리고, 맨발로 걸으며 하나님의 용서와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ㅢ 회개를 받아주시고, 그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다. 그 은혜가 무엇이었습니까? 다윗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이었습니다.

    그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게 하셨던 일을 보겠습니다. 먼저 아히도벨을 보겠습니다. 아히도벨은 다윗을 죽이기 위해서 압살롬에게 12,000명의 대군을 요청했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다윗을 따랐던 사람은 고작 600명이었습니다. (삼하 15:18) 아히도벨이 그 600명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 다윗을 죽이기 위해서 12,000명 대군을 몰고 가려고 했다는 것은 다윗을 향한 그의 복수심이 얼마나 맹렬했었음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아히도벨을 막아주셨습니다. 아히도벨의 계략이라면 무조건 따랐던 압살롬이었지만, 압살롬은 아히도벨의 12,000명 동원령을 거절했습니다. 거절당한 아히도벨은 분노하며 고향으로 내려가 목을 매고 자살했습니다. (삼하 17:23) 다윗의 대적자 한 사람이 그렇게 제거되었습니다. 다음은 압살롬입니다. 압살롬은 아마사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20,000명 대군을 이끌고 다윗을 추격했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압살롬이 다윗에게 미치기 전에 큰 상수리나무에 그의 머리털이 걸려 대롱대롱 매달리게 했습니다. 요압 장군이 그 소식을 듣고 나아가 압살롬의 심장에 창 세 개를 찔러서 죽였습니다. 반란의 주모자 두 사람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그처럼 하나님은 다윗으로 하여금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는 한 가지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고 또한 한 가지 큰 교훈이 있습니다. 다윗은 압살롬의 사망 소식을 듣고 통곡했습니다.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 위층으로 올라가서 우니라. 그가 올라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다면 좋았을 것을,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 (삼하 18:33) 압살롬의 불행은 그처럼 자신을 사랑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죽었다는 것입니다. 압살롬은 자신을 찾지 않았던 아버지 그래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아버지]로만 알고 죽었습니다. 너무도 안타깝고, 너무도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이 부자(父子)의 이야기 속에 있는 중요한 교훈은 변곡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압살롬의 승승장구하던 행진은 한 상수리나무 가지에서 멈췄습니다. 그런데 패배자처럼 광야로 피신했던 다윗은 다시 예루살렘 왕궁으로 귀환했습니다. 그 대반전을 가져오게 했던 변곡점(變曲點)이 되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감람산 [마루턱]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감란산 마루턱에서 다윗이 했던 말입니다. “만일 내가 여호와 앞에서 은혜를 입으면, 하나님께서 나를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해주시리라. 그러나 여호와께서 나를 기쁘게 여기지 않으시면, 그가 좋으실 대로 나에게 하실 것을 믿노라.” 정말 다윗의 믿음대로 되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대신에 그가 단단히 붙잡았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사람들은 다윗이 패배자가 되어 은신처로 숨어들어 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은신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로 나아갔습니다. 그것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늙어가면서 추해지게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의 왕들은 터질 것 같은 그 욕심때문에 자신의 왕위와 왕권을 지키기 위해서 정적(政敵)들을 잔인하게 제거했습니다. 다윗은 그런 추한 사람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지막 생애가 위대했던 점은 그가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종착지를 오직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로 삼고 나아갔다는 점입니다.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그 믿음 때문에 그는 왕관을 기꺼이 벗고 머리를 풀고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 믿음때문에 그는 미련 없이 군화 끈을 풀고 신을 벗었습니다. 그 믿음때문에 그가 향했던 곳은 왕의 자리 옥좌(玉座)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배하는 마루턱”이었습니다.  그 마루턱이 그의 마지막 인생을 놀랍게 바꿔놓았던 변곡점이 되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루턱]은 어디에 있습니까? 늘 가는 새벽 제단이 그 마루턱이 될 것입니다. 늘 올라가는 기도원도 그 마루턱이 될 것입니다. 그곳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 변곡점이 있는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쌍히 여기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도우시는 은혜를 받기 위하여

담대히 하나님의 보좌로 가까이 나아갈 것이니라.

(히브리서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