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요한복음 14:4-7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33년 동안 계셨습니다. 사람들이 성육신하신 하나님을 33년 동안 보면서 그 분과 함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요한복음 14:8절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모세처럼 120년 동안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떠나실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아시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내가 아버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다시 오리라. 내가 어디로 가는지 너희가 그 길을 알리라.” (요14:4) 그때 빌립이 눈치 없이 말했습니다. “주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그 길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어디로 가시는데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14:6) 그 말씀은 빌립에게 주신 대답이기도 했지만, 예수님의 전 생애를 한 마리로 총정리해 주신 대답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길(The Way)이다.

    서울 지하철노선도를 보면 구멍투성이가 된 서울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이 곧 푹 주저앉아버릴 것처럼 보입니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고속도로로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태백산맥에 63개 구멍을 뚫어서 길을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도 땅굴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해서 지금도 새 길을 닦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대사회에는 그런 길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의 길들은 생명줄이었습니다. 목숨이었습니다. 다닐 수 있는 길이 적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안전한 길이 많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에 산적들이 움츠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나는 길이다.”라고 선포하신 말씀은 예수님이말로 가장 안전한 길이요, 광야에 세워진 이정표와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 이정표를 따라가면 구원의 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정표’를 신학 용어로 [기독교의 유일성]이라고 합니다. 즉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구원의 길이 없다는 선포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셨을 때 첫 말씀으로 “나를 따르라!”하셨습니다. 그 말씀 안에 그 [길]이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갔습니다. 그것은 단지 예수님의 뒤를 따라갔다는 뜻이 아니라 구원의 길로 걸어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길에서 벗어나는 자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가롯 유다의 끝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예수님은 길이십니다. 구원으로 이르는 유일한 길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늘도 선포하십니다. “나는 길이다.”

나는 진리(The Truth)이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은 [진리]를 몰랐습니다. 그들에게는 오직 율법을 전하는 [랍비]들만 있었습니다. 그 랍비들은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만 주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라고 하셨습니다. (마11:28) 그 말씀은 율법이 준 무거운 짐으로부터 그들을 자유케 해주시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자유가 진리로부터 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8:32) 그 진리가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진리이셨습니다.

    ‘진리’는 헬라어로 ‘알레세이아(ἀλήθεια)’입니다. ‘알레세이아’는 두 단어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앞에 ‘ἀ’는 부정의 접두사입니다. 뒤에 ‘λήθε’는 ‘숨겨진, 은폐’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두 단어를 합치면 “감춰진 즉 은폐된 것을 열어서 보여준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리’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거룩하신 하나님을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을 통해서 볼 수 있게 해주셨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요한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 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 (요1:18) 사도 바울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제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느리라." (빌 2:6-7)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사람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과 같이 되셨다."라는 말씀이 감춰진 것이 열려졌다는 ‘알레세이아(ἀλήθεια)’를 말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신학 용어로 ‘인카네이션(Incarnation)’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진리]입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그들이 가진 교리들을 ‘참 진리’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독생하신 하나님 즉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는 교리는 ‘진리’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진리만 존재합니다. 그 하나의 진리는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오늘도 선포하십니다. “나는 진리이다.”

나는 생명(The Life)이다.

    인간처럼 생명에 대한 집착력이 강한 존재도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죽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생명은 호흡을 말합니다. 호흡이 있으면 살아 있고, 호흡이 멈추면 죽는 것입니다. 이태원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소방대원들, 119 구급대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쓰러진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호흡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슬퍼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거기까지입니까? 죽으면 끝입니까?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생명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나사로가 죽었습니다. 호흡이 끊어진 지 4일이 지났습니다. 그의 시신은 무덤 안에 있었습니다. 슬퍼하고 있는 누이 마르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요11:25-26) 그리고 나사로의 무덤으로 가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돌을 옮겨 놓으라.” 마르다가 말했습니다.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그때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요11:39-40) 그리고 죽은 나사로를 향해서 “나사로야! 나오라.”하셨습니다. 그러자 죽었던 나사로가 다시 살아서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예수님은 죽었던 나사로를 통해서 죽음 뒤에 있는 또 다른 생명이 있음을 그렇게 보여주셨습니다. 그 생명은 예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죽음 뒤에 있는 “영원히 죽지 않은 영생”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에 다시 한번 영생하시는 거룩한 몸, 신령한 몸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보여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 영생을, 그 거룩한 몸과 그 신령함 몸을 만져보도록 해주셨습니다.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요20:27)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사신 영생하시는 예수님을 보았던 도마가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제자들은 담대한 부활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오늘도 선포하십니다. “나는 생명이다.”

    정리합니다. 예수님의 3년 공생애를 세 단어로 함축한다면 [길, 진리, 생명]입니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나를 따르라.”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시작은 그처럼 [길]로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3년 동안 제자들에게 [진리]를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부활을 통해서 제자들에게 [생명/영생]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제자들은 [길-진리-생명]을 하나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롯유다 같은 제자가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성령을 받은 이후에 '진리의 영'이신 성령님으로부터 제자들은 소중한 추가 레슨을 받게 되었습니다. 성령님은 그들에게 예수님의 선포를 역순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길-진리-생명]으로 말씀하셨고, 성령님은 [생명-진리-길]로 말씀하셨습니다. 즉 부활로 시작했을 때, 제자들의 눈이 활짝 열리게 되었습니다. 부활은 영생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체험했던 제자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제자들은 주님이 말씀하신 [생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성령님은 제자들에게 3년동안 배웠던 예수님의 말씀들이 변질될 수 없는 [진리]임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진리는 오직 한 [길]이라는 것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 한 길이 무엇이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오직 예수”를 의미합니다. 그 [한 길]의 의미를 확실하게 알게 된 제자들은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행4:12) 기독교의 유일성이 정립되었던 것입니다. 그 말씀의 근거가 되었던 것이 오늘 본문 말씀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14:6) 이 말씀 가운데 주목해야 할 단어가 바로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입니다. “구원은 오직 예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기독교의 유일성을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제자들이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란 뜻이었습니다. 그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은 안디옥교회에서 처음 받았습니다. 사도행전 11:26절입니다.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 그런데 ‘그리스도인’으로 불리기 전에 제자들을 가리켰던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 이름은 ‘도(道)’'였습니다. 사도행전 9:2절입니다. “다메섹 여러 회당에 가져갈 공문을 청하니 이는 만일 그 [도]를 따르는 사람을 만나면 남녀를 막론하고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잡아오려 함이라.” 이 말씀에 나오는 “도”는 한문으로 ‘길 도(道)’이고, 영어로는 ‘The Way'였습니다. 즉 "도를 따르는 사람들"이란 말은 ”길이 되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이란 뜻이었습니다.

    우리도 “그 도를 좇는 자들”이 되었습니다. 초대교회 제자들이 받았던 참된 복은 그 [길]을 찾은 복이었고, 그 [진리]를 만난 복이었고, 그 [영생]을 얻은 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복음을 전하다가 죽어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 우리 안에도 동일한 길과 진리와 생명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담대히 이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우리도 예수의 복음을 제시하는 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를 따라오는 이들이 진리이신 예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해서 그들도 생명 즉 영생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길입니다. 진리로 이끄는 전도자들입니다. 생명으로 이끄는 목자들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 앞에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 아닙니다. “예수 믿으면 축복받습니다.”가 전도의 표제가 될 수 없습니다. 기적이 아닙니다. “예수 믿으면 기적이 일어납니다.”가 전도의 열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예수는 그리스도이십니다. 주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받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땅 끝까지 가서 가르치고, 전도하고, 선포해야 할 복음의 메시지입니다.

그들이 날마다 성전에 있든지 집에 있든지

예수는 그리스도라고

가르치기와 전도하기를 그치지 아니하니라.

(사도행전 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