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로 살아가자.

고전 11:1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은 이스라엘 역사에 등장하는 위대한 위인들 중에 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첫 번째 왕이란 뜻은 그 이전에 이스라엘은 단지 한 부족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사울은 한 국가의 틀을 세운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활동 무대는 대략 BC1060-1000년으로 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무엘에게 왕을 요구했던 것은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계속 침략을 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강한 적국은 블레셋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대했던 왕은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싸움을 잘 할 수 있는 용사였습니다. 그래서 사울이 왕으로 추대되었을 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를 크게 환영했습니다. 그의 용모가 장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 중에 그보다 더 준수한 자가 없고, 키는 모든 백성보다 어깨 위만큼 더 컸더라.” (삼상9:2)

    사울은 수도를 사무엘의 터전이었고, 예배의 중심지였던 실로(Shiloh)에서 길갈(Gilgal)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관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사울 왕국을 출범시켰습니다. (삼상 11:15) 그때 그의 나이는 40세였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습니다. 모든 전투에서 승승장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빛나는 시대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사울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호와의 신이 그에게서 떠났고 악신이 그를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윗을 몇 번이나 살해하려고 시도했었고, 제사장 85명을 살해하기도 했었습니다. (삼상 22:18) 과연 그는 폭군이었을까요?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으니 폭군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면에서 보면 그는 정상인이 아니었습니다. 악신이 그에게 들어가면 딴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평상시 모습에서는 폭군의 기질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의 그런 면을 몇 가지 사건을 통해서 보겠습니다.

    첫째는 사울이 하나님께 불순종했을 때 일입니다. 하나님은 사무엘을 통해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신 것을 후회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그때 사울은 즉시 사무엘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삼상 15:24-25절입니다. “사울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내가 범죄하였나이다. 내가 여호와의 명령과 당신의 말씀을 어긴 것은 내가 백성을 두려워하여 그들의 말을 청종했기 때문입니다. 간청하오니 내 죄를 용서하시고 나와 함께 돌아가서 나로 하여금 여호와께 경배하게 하소서.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나는 왕과 함께 돌아가지 아니하리니 이는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도 왕을 버려 이스라엘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고 사무엘이 가려고 돌아설 때에 사울이 그의 겉옷자락을 붙잡으매 찢어진지라.”라고 했습니다. 사울은 사무엘의 옷자락이 찢어질 정도로 절박한 심정으로 사무엘을 붙잡았던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예를 보겠습니다. 사울이 다윗을 죽이기 위해서 광야 엔게디까지 갔습니다. 그때 사울이 용변을 보기 위해서 한 동굴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다윗이 있었습니다.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였지만, 다윗은 사울이 “여호와의 기름 부음(משיחה, 미쉬카하, mishiychah)”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왕의 옷자락만 베었습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울은 다윗에게 “나는 너를 학대하였거늘 너는 나를 선대하니 너는 나보다 의롭도다. 여호와께서 나를 네 손에 넘기셨으나 너는 나를 죽이지 아니하였도다. (삼상 24:17-18)”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깨를 무겁게 떨어트리고 엔게디를 떠났습니다. 사울은 동굴 밖으로 나왔던 다윗을 죽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의 모습에서 폭군의 기질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 번째 예를 보겠습니다. 블레셋과의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사울은 그 전쟁의 결과를 미리 알고 싶었습니다. 사울은 하나님께 물었지만 하나님은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무엘은 이미 죽고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예언하는 신접한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신하들은 엔돌에 신통한 여인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울은 변장을 하고 그 여인이 있는 엔돌로 내려갔습니다. 사울은 그 여인에게 사무엘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사무엘이 나아와 사울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습니다.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사울이 죽게 될 것이며, 그의 나라는 다윗에게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울은 기절했습니다. 사울이 평복으로 엔돌까지 내려갔던 것은 작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연약해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예를 보겠습니다. 길보아 산에서 블레셋과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그 당시 사울은 80세였습니다. 그 노년의 몸을 이끌고 전선으로 나갔던 것입니다. 전투가 격려하게 되었고, 사울은 블레셋 군이 쏜 화살을 맞고 중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때 사울이 부하에게 말했습니다. “네 칼을 빼어 나를 찌르라. 할례 받지 않은 자들이 와서 나를 찌르고 모욕할까 하노라.”라고 했습니다. (삼상 31:4) 그의 부하는 왕의 명령을 수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자신의 칼을 땅에 꽂고 그 위에 엎드려 자결했습니다. 안타까운 그의 죽음이었습니다.

    40살에 왕이 되어, 80살에 죽을 때까지 그의 40년 생애는 그처럼 내리막길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의 생애 구석구석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려고, 다시 한번 일어나 보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 보려고 몸부림치며 살았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수도 많이 했고, 죄도 많이 지었지만 하나님께 용서를 받고 다시 제대로 살아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자비는 그에게 다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의 모습 속에는 가롯 유다가 있었습니다. 즉 하나님을 배신했던 불순종이 있었습니다. 그 불순종 뒤에 두 사람은 모두 자신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스스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 하나가 있습니다. 사울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했지만 진정한 회개는 하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에게 말했던 그의 변명을 다시 보겠습니다. “사울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내가 범죄하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여호와의 명령과 당신의 말씀을 어긴 것은 내가 백성을 두려워하여 그들의 말을 청종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울은 자신의 죄를 고백한 이후에 곧바로 자신으로 하여금 그 죄를 범할 수 밖에 없도록 했던 원인 제공자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사울은 그들이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불순종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게 전가했던 것입니다. 진정한 회개는 내 가슴을 치는 일입니다. 남의 가슴에 못을 치는 것은 진정한 회개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사울이 하나님께 용서의 기회를 얻을 수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사울 왕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려고 합니다.

    그 사울이 죽고 100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긴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1,000년이 지난 후에도 사울은 베냐민 지파 후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베냐민 지파가 누구였습니까? 사울이 말했던 고백을 직접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가 왕으로 지명 받았을 때 사무엘에게 했던 말입니다. “나는 이스라엘 지파 중에서 가장 작은 지파 베냐민 사람이지 않습니까? 또 저의 가족은 베냐민 지파 중에서도 가장 미약한 집안이지 않습니까? 당신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삼상 9:21)”라고 했습니다. 그랬습니다. 베냐민은 야곱의 열두 아들 중에서 막내였습니다. 유대 사회는 서열을 매우 중요시 했습니다. 막내가 형들의 지파를 이끌 수 있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내 지파에서 왕이 나오게 되었으니 베냐민 지파 사람들로서는 가문을 빛낸 사울을 추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들이 다 사울을 욕해도 베냐민 지파 사람들은 사울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1,000년 후에 그 베냐민 지파에서 한 아기가 탄생했을 때, 그의 부모는 그의 아들에게 사울 왕의 이름을 주었습니다. 아버지는 그의 아들이 베냐민 지파를 다시 한번 크게 빛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확신하고 아들을 예루살렘에 있는 최고의 명문 가말리엘(Gamaliel) 학당으로 보냈습니다. 그가 커서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했던 청년 사울이 되었습니다. 청년 사울은 자신이 사울 왕의 후예로서 베냐민 지파 출신이라는 것을 매우 자부심 있게 여겼습니다. 빌 3:5절에서 사도 바울이 했던 말입니다. “나는 팔일 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족속이요, 베냐민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이 그 말을 했을 때는 그의 모든 과거의 이력을 “옛날이야기”로 말했을 때였습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에 청년 사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즉 바울은 그의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를 십자가에 다 못 박았습니다. 그가 가졌던 세상의 모든 자랑을 다 배설물로 버렸습니다. 그가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사울 왕처럼 살다가 사울 왕처럼 죽었을 것입니다. 사울은 왕으로서 다 가졌으나 다 잃어버렸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다 버렸으나 다 얻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울은 베냐민 지파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살았지만, 바울은 하나님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살았습니다. 사울은 깨진 그릇이 되었지만, 바울은 하나님의 택한 그릇이 되었습니다. (행9:15) 그의 육신의 아버지는 제2의 사울이 되기를 소원했지만, 하늘의 아버지는 그를 사도 바울로 살게 하셨습니다. 누가 더 보배로운 삶을 살았습니까? 

    정리하겠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떤 성공을 이루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설령 우리가 사장이 되고, 회장이 되고, 박사가 되고, 대통령이 되어도 하나님 앞에 섰을 때 그것들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 땅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만났느냐? 못 만났느냐? 입니다. 사도 바울의 생애를 보십시오. 예수님이 답이었습니다. 사울은 비록 왕이었지만 죽을 때까지 몸부림치다가 죽었습니다. 그러나 예수 안에 있었던 사도 바울은 많은 고난을 당했지만 그는 늘 기도했고, 늘 기뻐했고, 늘 감사했고, 늘 노래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울로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을 믿어야만 합니다. 예수님을 만나야만 합니다. 예수 안에서 거듭나야만 합니다. 예수의 사람으로 살아가야만 합니다. 사울 왕도 “여호와의 기름 부음(משיחה)”을 받은 사람이었고, 사도 바울도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거룩한 기름 부음을 끝까지 영광스럽게 지킨 사람은 사도 바울이었습니다. 우리가 바울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

고전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