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M 통신 258호

(사) 글로벌한센미션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헌당예배와 취임에배

    이번 통신에서는 양한갑선교사의 선교전략에 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오직 한 교회 전략

    첫 번째 필리핀 선교지는 2,500m 고산 방살란이었습니다. 방살란은 칸카나의(Kankanaey) 족이 수백 년 동안 터전을 잡았던 곳입니다. 족장 모레노씨 집 앞에서 30일 금식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금식 30일 동안 산(山) 사람들이 하나님의 기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놀랍게 역사해주셨습니다. 결국 방살란 사람들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고 모두 크리스천이 되었습니다. 저는 방살란교회 다음에 매년 교회를 개척해서 산 위에 4개 교회를 세웠습니다. 잘하고 있다고 착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네 개 교회를 돌다보니, 어느새 제 자신이 선교사(Missionary)가 아니라 관리자(Manager)가 되어 있었습니다. 목회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들을 돌면서 체크하고, 교회에 필요한 선교비를 전달해 주는 달러(Dollar) 선교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캐나다로 갔다가, 2008년에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왔을 때,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결심대로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직 한 교회만 섬기고 있습니다. 딸라(Tala)에 Whitestone교회와 Elim교회가 세워졌지만, 두 교회는 한 마을 안에 있는 한 교회와 같습니다. 그동안 필리핀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여러 곳에서 인도하면서 많은 목사들을 만났는데, 그들로부터 여기에도 교회를 세워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오직 하나만!]이라는 제 결심을 흔들 지는 못했습니다.

∎ 사역자 세우기 전략

    지난 35년 동안 선교지에 있으면서 안타까운 모습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선교사가 선교지를 떠나게 되면, 선교사가 세운 교회들이 공중 분해되어 사라지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지 목회자와 선교사와의 잘못된 관계가 빚어낸 슬픈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밖에서 목사가 된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교회 안에서 목회자를 세워가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수백 명 성도가 출석하는 교회보다, 수십 명 사역자를 배출하는 교회가 되게 하는 것이 선교의 중심이고, 핵심임을 잊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딸라교회에서 10명을 신학대학에 보냈습니다. 그들의 학비, 기숙사비, 교통비, 기본 생활비를 4년 동안 전액 지원했습니다. 졸업생 중에는 먼 지방으로 가서 목회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지금 딸라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들은 모두 5명인데, 그들은 저와 15년 째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발굴되어 키워진 제자들이기 때문에 선교사가 떠나도 딸라교회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제자들 중에는 엘림교회를 담임하게 된 아리엘전도사와 그의 아내 라필린전도사가 있습니다. 특별히 아리엘을 다시 한번 소개하고 싶습니다. 14년 전에 마닐라 해변에 있는 나보타스(Navotas) 공동묘지를 찾아갔습니다. 마닐라 일간 신문에 시골 사람들이 마닐라로 무작정 상경해서 살 곳이 없어 공동묘지 안으로 들어가 살고 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그 기사를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 찾아갔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그 공동묘지 안에는 약 3,000명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리엘의 아버지 도동(Dodong)은 목사가 아니었지만 그 안에서 가정교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도동은 큰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했습니다. 골수암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우울증으로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아리엘은 21살 청년이었습니다. 저는 아리엘에게 “하나님은 너를 위해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신다. 신학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목회자가 되어보지 않겠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마다 아리엘은 얼굴을 돌렸습니다. 아리엘은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아리엘에게는 여자 친구 라필린(Rafelyn)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매우 총명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기독교교육을 전공해보라고 권했습니다. 무덤 마을에서 대학을 간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똑똑했던 라필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아리엘까지 설득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같은 날 신학대학에 입학했습니다. 4년 동안 그들의 학업을 전액 지원했습니다. 

    취임식 예배 설교에서 아리엘이 그때 일을 간증했습니다. “저는 골수암으로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에 양목사님이 저에게 와서 장애인이 된 것은 하나님께서 목적하신 바가 있기 때문이니 감사함으로 받고, 남은 삶을 하나님이 쓰시도록 헌신해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강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양목사님은 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와서 목사가 되어 보라고 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렇게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감사하고, 너무 행복합니다. 한센병도 같지 않을까요? 우리가 죄가 많아서 장애인이 되고, 우리가 죄가 많아서 한센인이 된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하나님께서 목적하시는 바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모두 일어나 그 하나님 앞으로 저와 함께 나아가지 않으시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모든 성도들이 “아멘, 아멘”했습니다. 감동적인 설교였습니다.

    Whitestone교회를 담임하는 바농목사, Elim교회를 담임하는 아리엘전도사. 그들은 한국 선교사와 일하면서 월급을 받는 직원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목숨을 딸라 목회를 위해서 온전히 드린 신실한 목회자들이 되었습니다. 강단 위에 두 목회자가 함께 서서 헌당식 예배와 취임식 예배를 인도하는 것을 지켜보는 선교사의 가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찬양이 넘쳤습니다.

필리핀 한센선교를 위한 전도 전술

    지난 18년 동안 딸라교회 성도들에게 전도 훈련을 시킬 때마다 일곱 가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그 일곱 가지 전도 원칙을 통해서 많은 새 신자를 얻었지만, 가장 큰 축복은 성도들이 그 전도 훈련을 통해서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지면서 교회에 든든한 사역자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일곱 가지 전도 원칙을 소개합니다. 이것은 필리핀 한센인을 대상으로 한 제한된 전도 방법임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1. 교회에서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라.

    한센인들은 스스로 쉽게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들의 활동 반경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들을 교회로 초대하지 말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다가가라. 방문자가 아니라 그들의 친구가 되어라.

2. 먼저 손을 잡아 주라.

    말로 먼저 인사하지 말라. 말보다 먼저 그들의 손을 조용히 잡아주라. 그 다음에 안부를 물어라. 한센인들에게는 거절에 대한 아픔과 상처가 깊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편견도, 차별도, 거리감도 없음을 당신의 따뜻한 손을 통해서 그들이 느낄 수 있게 하라.

3. 작은 부탁도 거절하지 말라.

    한센인들에게는 도움이 절실하게 할 때가 많다. 도움을 요청해 오면 절대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말라. 작은 것이라도 나누라. 차가운 거절은 한 영혼을 죽일 수 있다.

4. 양부모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라.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마음은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다. 한센 부모를 대신해서 그들의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을 후원해 주는 양부모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라. 자녀들은 한센 부모의 개종을 이끄는 채널이 된다.

5. 골든타임을 최대한 활용하라.

    한센 자녀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바쁜 승객들과 같다. 젊은이들은 교회에 왔다가 떠나는 시간이 너무 짧다. 짧은 한 달 혹은 일 년이 그들에게는 예수의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한 번의 들음이 평생을 붙잡아 주는 복음이 되게 하라.

6. 기적을 기다리지 말고, 고통을 이해하게 하라.

    한센인들에게 진정한 기적은 없어진 부분이 재생되는 것이 아니다. 구원과 천국에 관한 소망이 그들을 살리는 새 생명이 된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기적을 기다리게 하지 말고, 현실의 아픔을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로 깊이 이해하도록 도우라.

7.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한센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당신의 거룩한 사역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군으로 부르시고 사용하신다. 그들에게도 주어진 사명이 있음을 깨닫게 하고, 그들의 삶을 온전히 드릴 수 있는 헌신자가 되게 하라.

    딸라교회는 평신도 중심의 교회입니다. 모든 교회 행사와 목회 활동에서 한센인들이 가장 앞에 서 있습니다. 매주 주일예배 때 입구에 서 있는 안내위원들의 대부분이 한센인입니다. 그들은 교회로 들어오는 성도들의 손을 먼저 잡아주고 환영해 줍니다. 우리가 그들의 손을 잡아 주었더니, 이제는 그들이 우리의 손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한 예수의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