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누가복음 21:17-18

 

   옛날 일이지만 한 때 저도 바둑을 좋아했습니다. 바둑판에는 사방 19줄의 격자가 그러져 있습니다. 착점은 모두 361개입니다. 그런데 바둑판은 정사각형처럼 보이지만 42cm x 45cm로 된 직사각형입니다. 한쪽이 3cm가 더 긴 이유는 흰돌(21.8mm)과 흑돌(22.1mm)이 서로 붙지 않고 착점 위에 가지런히 놓이도록 하기 위함도 있지만, 바둑 두는 사람의 간격이 45cm일 때 서로에게 친밀감을 가장 많이 주는 최적의 간격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바둑을 시작하면 45cm의 친밀한 교감은 온데간데없고, 1mm의 양보도 없는 싸움이 시작됩니다. 바둑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4,000년 전 바둑이 처음 나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기보는 절대로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나올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바둑을 그만 둔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은 패자의 변명입니다. 제가 돌을 놓은 뒤에, 상대방이 돌을 놓고 제 돌들을 수북이 거둬갈 때, 저는 “내가 또 함정에 빠졌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저 보다 실력이 낮은 사람과 할 때에는 절묘한 수가 아니라 교활한 수로 덫을 치고, 상대방이 제 덫에 걸려들기를 기다리며 바둑을 했습니다. 모든 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법이지만, 저에게 바둑은 건강한 생각을 주지 못했습니다.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알아차릴 수 없는 수를 미리 놓아야 하고, 상대방이 제 덫에 걸리면 굶주린 짐승처럼 사정없이 잡아먹었습니다. 그래서 바둑은 목회하는 목사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취미라고 판단되어 바둑을 오래 전에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그런 함정은 아닌데 마치 함정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함정처럼 보이는 곳으로 택하신 종들을 밀어 넣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지금 산으로 올라가서 배를 만들라.”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지금 네 아들을 모리아 산으로 데리고 가서 죽여라.”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지금 당장 애굽으로 가라.”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지금부터 나를 따르라.” 믿음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으로부터 그런 부르심을 받았던 사람들은 마치 깊은 함정에 빠진 사람들처럼 보았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그곳으로부터 결국 빠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것들은 정말 함정이었을까요? 함정이 아니었습니다.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를 보겠습니다. 바벨론 사람들은 그들을 죽이기 위해서 무서운 함정을 팠습니다. 그러나 세 사람은 펄펄 타오르는 그 풀무불 구덩이를 함정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특별한 곳]이 되리라 믿고 담대히 그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벨론 사람들은 다니엘도 죽이기 위해서 무서운 함정을 팠습니다. 다니엘 역시 그 사자굴을 함정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특별한 곳]으로 믿었기에 담대히 그 사자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믿음이 없는 바벨론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상에게 절 한 번 하는 일이, 기도 한 번 쉬는 일이 목숨을 바칠만큼 정말 중대한 일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무모한 결정을 내린 그들을 정신없는 미치광이로 취급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미치광이가 아니라 의인들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큽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함정을 함정으로 여기지 않고, 담대히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팔라퐁을 찾기 위해서 카친으로 들어가는 일이 그렇습니다. 그곳에서 어떤 덫이,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선교사는 갑니다. 그것은 선교사의 선택이 아니라, 그곳은 하나님께서 선교사의 등을 밀어서 보내시는 [특별한 곳]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함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두개인들, 바리새인들, 서기관들 그리고 대제사장. 그들은 예수님을 잡기 위해서 쉬지 않고 함정을 팠습니다. 그들은 로마 황제에게 바치는 세금을 가지고 나아와서 예수님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했습니다. (마 22:15-40) 그들은 음행하다 현장에서 붙잡은 한 여인을 데리고 와서, 예수님께 “죽일까요? 살려 줄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요 8:3-11) 그것도 예수님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만든 덫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런 일들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은 예수님을 죄인으로 만들어서 죽였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예수님이 결국 걸려들었다고 믿고 축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삼 일만에 부활하심으로 그들의 함정은 모두 그리고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누가 예수님을 함정 속으로 던져 넣을 수 있습니까? 예수님은 그 어떤 함정에도 빠지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 자신이 거대한 함정이시기 때문입니다. 함정이란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 번째 함정(陷穽)은 덫 혹은 구덩이란 뜻입니다. 영어로는 trap입니다. 두 번째 함정(艦艇)은 해군이 해상에 띄운 거대한 전함(戰艦)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warship입니다. 예수님은 그 어떤 공격에도 패할 수 없는 거대한 함정(艦艇)이십니다. 그래서 선교사가 선교지로 들어갈 때, 악한 자들이 파놓은 함정(陷穽)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을 갖고 갈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함정(艦艇)을 타고 당당하게 진군해 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노아가 노망을 해서 산 위에 큰 함정(陷穽:trap)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노아가 만든 것은 큰 함정(trap)이 아니라, 거대한 함정(艦艇:warship)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모세 역시 거대한 함정(艦艇:warship)이 되어 수 백 만 명의 이스라엘 백성을 태우고 애굽에서 약속의 땅으로 인도했습니다. 바벨론 사람들은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 다니엘을 깊은 함정 속에 집어 넣었지만, 바벨론 왕은 그들이 거대한 함정(艦艇:warship)을 타고 불꽃 속에서, 사자굴 속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을 찬미했습니다.

   믿음이 없으면 암에 걸린 일을 함정에 빠졌다고 말하고, 실패도 함정에 빠졌다고 말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은 모두 못된 덫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믿음이 있으면 그 어떤 아픔도, 그 어떤 고통도, 그 어떤 연단도, 그 어떤 죽음도 함정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함정은 남을 속이는 일입니다. 사탄은 거짓의 영으로 항상 우리를 속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함정을 절대로 파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항상 신실하십니다. 

    오늘 본문을 다시 읽습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너희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아니하리라.” (눅 21:17-18) 믿음으로 나아가는 길에 환난이 있겠지만,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도록 지켜주시겠다는 말씀 속에서 거대한 함정(艦艇:warship)이신 예수님이 보이십니까? 우리가 할 일은 끝까지 그 신실한 믿음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믿음을 지키는 그 의인들을 끝까지 지켜주시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여러분 자신을 깊은 함정(陷穽:trap)에서 거대한 함정(艦艇:warship)으로 옮겨 놓으십시오.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대저 나는 여호와 네 하나님이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요, 네 구원자임이라. 

(이사야 4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