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개오야!

눅 19:1-10

 

   여리고에 삭개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여리고는 요단강 하구와 사해바다가 만나는 곳에 있었는데, 종려나무가 무성한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고도가 해수면보다 250m 더 아래에 있었지만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무역이 활발히 성행했던 곳이었습니다. 원래 ‘여리고’는 ‘향기’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로마제국에게 여리고는 ‘돈줄’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리고에는 많은 세리들이 세금을 거둬드리고 있었는데, 삭개오는 그들 중에서 세리장이었습니다. 삭개오는 여리고 사람들에게는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취급을 받았던 삭개오가 여리고로 예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밖으로 튀어 나갔습니다. 그에게는 높은 지위도 있었고, 풍족한 재물도 많았지만, 외로움과 공허감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만큼 안쓰러운 일도 없습니다. 삭개오는 애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사모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더 더욱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체면을 내려놓고,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무성한 나뭇잎 속에 자신을 숨기고, 예수님을 멀리서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개역한글(1952년) 성경은 그 나무를 ‘뽕나무’로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원어로 보면 뽕나무가 아니라 ‘돌무화과나무’였습니다. 그래서 개역개정(1998년) 성경은 ‘돌무화과나무’로 번역했습니다. 돌무화과나무(sycamore-fig tree)는 일반 무화과나무(fig tree)와도 달랐습니다. 돌무화과나무는 15m 이상 자라는 큰 나무입니다. 나무가 매우 단단해서 수백년 동안 든든히 한 자리를 지키는 나무였습니다. 그래서 이집트 왕들의 무덤에서 수많은 미라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그 미라들을 넣었던 관도 3,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썩지 않고 온전히 보전되어 있습니다. 그 관들이 바로 돌무화과나무로 만든 것들입니다. 그 돌무화과나무가 삭개오에게는 최고의 방패 막이었고, 숨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지나가시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셨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들어 큰 돌무화과나무를 쳐다보셨습니다. 그 순간 삭개오는 들키지 않기 위해서 나무 가지 뒤로 재빨리 몸을 숨겼습니다. 사람들도 함께 돌무화과나무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삭개오가 나뭇잎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 자는... 우리의 피를 빨라 먹고 사는 삭개오아니야!”라고 하면서 집단 폭언을 시작했습니다.

   삭개오는 그런 욕설들을 무시하고 주님만 바라보면서 나무에서 내려와 기쁨으로 주님을 영접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주님을 인도했습니다. 삭개오의 집으로 들어가는 주님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이 다시 수군거렸습니다. “예수가 죄인의 집으로 들어가다니... 에잇~”하면서 옷자락을 털고 떠났습니다. 그들의 말끝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뉘앙스가 묻어있었습니다.

   삭개오의 집은 작은 궁정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삭개오는 그의 집을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삭개오는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바르게 아는 가치관이 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님, 보십시오. 이 모든 것이 제가 소유한 재산입니다. 이 재산의 절반(50%)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누군가를 속여서 빼앗은 것이 있었다면 네 배로 갚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삭개오는 세리장으로서 셈에 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사용했던 “절반” 그리고 “네 배”는 모두 수학 용어였습니다. 그 ‘절반’과 그 ‘네 배’를 합하면 그것이 어느 정도의 돈이 되는지 삭개오는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한 ‘네 배’는 그의 재산 ‘절반’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삭개오에게는 정말 그만한 돈이 있었던 최고의 재벌이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삭개오는 어떤 근거에 의해서 그런 엄청난 금액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일까요? 그의 계산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의 총 재산이 100억 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가 말한 대로 100억 원의 절반(50%)은 50억 원입니다. 그 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이미 뺐습니다. 남은 돈은 50억 원입니다. 그 50억 원으로 남을 속이고 토색한 일이 있다면 4배로 갚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사람이 와서 삭개오가 자신을 속이고 10억 원을 빼서갔다고 주장했다면, 삭개오는 약속대로 4배 즉 40억 원을 그 사람에게 줘야 합니다. 삭개오에게 남은 돈은 이제 10억 원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사람이 와서 삭개오가 자신을 속이고 5억 원을 빼서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5억 원의 4배는 20억 원입니다. 그런데 삭개오에게 있는 돈은 10억 원이 전부입니다. 마지막 돈을 다 주고도 10억 원을 더 갚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삭개오는 이틀 만에 알거지가 아니라 빚쟁이로 전락해 버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삭개오는 4배로 갚아 줄 부정한 짓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결론입니다. 그래서 삭개오는 자신 있게 남의 것을 토색한 일이 있다면 네 배로 갚겠다고 과감하게 말했던 것입니다. 레위기 6장 5절에 보면 남을 물건을 훔쳤다면, 그 본래 물건을 돌려줄 때, 본래 물건 값의 오분의 일(20%)을 더 얹어서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민수기 5장 7절에서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본래 값의 오분의 일(20%)을 더 얹어서 보상하라고 했습니다. 즉, 잘못한 일에 대한 보상은 본전을 갚고 그 위에 20%를 더 얹어서 주면 된다는 것이 당시 사회적 통례였습니다. 그런데 삭개오가 제시한 보상은 20%가 아니라 본래 값의 400%를 더 얹어서 지불하겠다고 한 것은 그가 살아오면서 남의 것을 토색한 일이 단 한 푼도 없었다는 스스로의 증언이었던 것입니다. 삭개오는 돈을 다루는 사람이었지만, 부패한 세리장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삭개오를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삭개오의 이야기를 여기에서 끝내면 안됩니다. 주일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삭개오를 소개할 때, 그를 “키가 작은 사람, 여리고의 세리장, 뽕나무 위로 올라간 사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의 재산을 50% 기부한 사람, 남을 속인 일이 있다면 400%로 갚겠다고 약속한 사람”으로만 소개하고 “끝(the End)~~~”하면 안 됩니다. 오늘 본문은 삭개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삭개오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오늘 본문 9절과 10절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선교를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본문 19장으로 오기 전에 15장에서 세 가지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잃은 양의 비유, 잃은 한 드라크마의 비유, 잃은 아들의 비유입니다. 공통점은 모두 잃었던 것들을 다시 찾았고, 찾은 사람들은 너무 기뻐서 큰 잔치를 배설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가복음 15장이 그런 비유였다면, 누가복음 19장은 그 비유의 실제였습니다. 즉 그림 속에 있던 인물들이 밖으로 나온 실물이 되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주무실 곳이 없어서 삭개오의 집에서 하루 밤만 자고 가겠다고 하신 것이 아닙니다. 잃은 양을 찾은 기쁨의 잔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 그의 집에 머무셨던 것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기 위함이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합니까? 그래서 이 이야기는 삭개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잃은 양을 찾고 기뻐하셨던 예수님의 선교 이야기입니다.

   이 여리고의 이야기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하시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기 바로 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여리고를 지나가실 때, 예수님은 두 남자를 만나셨습니다. 같은 날이었을 것입니다. 갈릴리로부터 내려와 여리고에 도착했을 때, 먼저 만났던 사람은 맹인 바디매오였습니다. (마가복음 10:46-52) 그리고 조금 후에 같은 길거리에서 두 번째로 만났던 사람이 바로 삭개오였습니다. 누가복음 19장 28절은 보시면, 예수님께서 삭개오의 집에서 나오시자마자 곧바로 예루살렘을 향하여 앞서 가셨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삭개오보다 바디매오를 먼저 만나셨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바디매오와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났던 상황이 다릅니다. 바디매오는 여리고로 예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군중 속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자기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예수님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반면에 삭개오는 여리고로 예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군중 속에 자신을 숨기고 예수님을 멀리서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디매오 자신이 예수님을 찾아냈다면, 예수님은 숨어있던 삭개오를 찾아내셨습니다. 저는 이것이 [목회]와 [선교]의 ‘다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가 회중 속에서 아프다고 소리치는 바디매오와 같은 양들을 섬기는 일이라면, 선교는 숨어있는 삭개오와 같은 잃은 이들을 찾아내어 구원시키는 일입니다.

   저는 선교사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은 삭개오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필리핀에서, 미얀마에서 잃은 양들을 찾아 그들이 주님의 기쁨이 되게 하는 일이 저에게 맡겨주신 사명입니다. 그런데 선교사만 그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도 집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교회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나가서 잃은 양들을 찾아야 합니다. 가서 주의 구원을 전해야 합니다. 그것이 선교입니다. 선교는 선택이 아닙니다.

   나무 위를 올려다보시며 삭개오를 부르셨던 그 주님의 따뜻한 음성이 다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