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것과 특별한 삶

눅 12:16-21

     우리는 가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란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말하는 ‘별’은 밤하늘에 뜬 별(star)이 아닙니다. ‘특별하다’라고 할 때 그 별(別)이고, ‘별로’라고 할 때 그 별(別)입니다. 그러므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란 “특별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이란 뜻입니다. 가끔 그리스도인의 참모습은 그처럼 별 볼 일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남의 눈에 띄는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들은 평범함을 거부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없고, 자신에게만 있는 것을 돋보이도록 무엇인가를 과시합니다. 나는 튀고 싶다는 욕망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위험성을 이렇게 지적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내가 네 영혼을 도로 찾아가면 네가 지금까지 쌓아 둔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눅12:20) 목숨을 걸고 이룩했던 그의 자랑이 한밤중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것과 특별한 삶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특별한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특별한 삶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목표했던 것을 쟁취할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도행전 19장에는 ‘특별한 것’만을 쫓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도 바울을 통해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바울의 손수건과 앞치마를 가져다가 병든 사람에게 대기만 해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 손수건과 앞치마는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 무당들과 대제사장 스게와(Sceva)의 일곱 아들들이 바울의 그 ‘특별한 것’을 가지고 그들 자신도 대단한 일을 해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들은 병자와 귀신들린 자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바울이 전하는 예수의 이름으로 내가 너희에게 명하노니 나오너라.” 결국 그들은 귀신들에게 개망신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놓친 것이 있었습니다. 기적은 ‘특별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기적은 ‘특별한 삶’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바울이 사용했던 ‘특별한 말’을 흉내 낼 수는 있었지만, 바울의 ‘특별한 삶’은 흉내 낼 수 없었습니다.

    사도들이 보여주었던 특별한 삶은 무엇이었습니까? 내려놓는 삶이었습니다. 무당들과 스게와의 아들들은 ‘예수의 이름’을 가지고 스스로 대중의 스타(별)가 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사도들은 자신들을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내려놓았습니다. 베드로의 [내려놓음]을 먼저 보겠습니다. 어느 날, 베드로와 요한이 예루살렘 성전 미문에서 한 장애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베드로에게서 무엇을 얻을까 하여 손을 내밀었습니다. 베드로는 그에게 “은과 금은 내게 없지만 내가 가진 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앉은뱅이가 일어나 걸으며, 뛰며 하나님을 찬미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베드로를 주목했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외쳤습니다. “왜 우리를 주목하십니까? 이 사람을 일어나 걷게 한 것은 예수로 말미암아 난 믿음이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행3:12, 16) 베드로는 자신을 높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철저히 내려놓고, 예수 그리스도만을 높여 드렸습니다.

    똑같은 사건이 사도행전 14장에서 재연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루스드라에 갔을 때 한 장애인을 만났습니다. 그에게 구원받을 만한 믿음이 있음을 보고 바울이 말했습니다. “일어나 서시오!” (행14:10) 그러자 태어날 때부터 앉은뱅이였던 그 사람이 일어나 걸었습니다. 그러자 루스드라 사람들이 바울을 헤르메스(Hermes)라고 했고, 바나바를 제우스(Zeus)라고 하면서 그들을 살아있는 신(神)으로 숭배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바울이 옷을 찢으며 외쳤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십니까? 우리는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이 일을 행하신 분은 살아계신 하나님이십니다.” (행14:15) 사도 바울도 자신을 철저히 내려놓고, 살아계신 하나님만을 높여 드렸습니다.

    그처럼 사도들은 특별한 것과 특별한 삶을 구분했습니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주어졌지만, 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스스로 특별한 존재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특별한 것을 가지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했고, 놀라운 일을 행한 후에는 자신들을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내려놓고 예수 그리스도 뒤에 숨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이 됩니다. “왜 우리를 주목하십니까?”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필리핀에서 한센선교를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센’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한 모임에서 한 선교사가 제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선교사님은 어떤 사역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나병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선교사가 말했습니다. “나병 선교요? 와우~~~ 참 기막힌 선교 아이템을 잡으셨습니다. 앞으로 선교헌금은 걱정 없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마치 제가 슈퍼마켓 진열대 위에 놓인 여러 선교 아이템 중에서 [나병선교]를 집어 들고 나온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저에게 한센선교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삶’이었습니다. 제가 한센선교를 선택했던 것이 아니라, 한센선교가 저를 붙잡았고, 저에게 특별한 삶을 요구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지위, 특별한 권세, 특별한 성공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을 다시 묵상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내가 네 영혼을 도로 찾으면 네가 지금까지 쌓아 둔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나님은 그 부자가 평생 모았던 재물과 성공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선교사가 선교지에 남기고 가야 하는 것은 수십 개 교회 건물이 아닐 것입니다. 빛나는 업적이 아닐 것입니다. 아름다운 삶을 남기고 가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리더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진정한 품격은 자기 자신을 겸손히 내려놓는 인격입니다. ‘자신’을 겸손히 내려놓는다는 것은 ‘자신감’을 내려놓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베드로와 바울은 자신들을 겸손히 내려놓았지만, 자신감마저 내려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어디서든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세상의 권세자들과 왕들 앞에서 그들은 당당했습니다. 그 자신감과 그 당당함은 그들에게 강한 카리스마(charisma)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었던 그 강한 카리스마는 주님 앞으로 나아오면 없어졌습니다. ‘카리스마’가 그들에게 특별한 것이 되었다면, ‘내려놓음’은 그들에게 특별한 삶이 되었습니다.

    거듭난 그리스도인은 대중의 스타가 되기 위해서 특별한 것을 손에 쥐려고 허우적거리며 살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삶’입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것]을 위해서 손톱이 빠지도록 일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예수의 삶]을 심어주기 위해서 더 겸손히 내려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은 어리석은 부자 청년에게 주신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세상의 것으로 부자가 되지 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한 자가 되라.

(눅 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