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생각

사 55:8-9

    미얀마로 떠나기 전, 이 간증을 전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월 13일 아침, 갑자기 왼쪽 동공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슴이 철렁 떨어졌습니다. 다섯 번째 출혈이었습니다. 출혈이 되면 동공 안에 고인 피가 없어질 때까지 시력이 나오지 않아 4~5개월 동안 답답하게 살아야만 합니다. 5개월 전에 오른쪽 눈에 네 번째 출혈이 있었고, 약 90% 정도 시력이 올라와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가서 응급 치료를 받았습니다. 양쪽 동공에 주사를 맞았는데, 의사가 오른쪽 눈에서도 출혈 기미가 보이니 예방 차원에서 레이저 시술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 레이저 수술로 인해 오른쪽 시력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처럼 눈이 다시 어둡게 되었던 날이 4월 13일 종려주일 아침이었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어둡고 무거운 고난주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십자가를 깊이 생각하는 고난주간 묵상이 아니라, 십자가의 무게가 실제로 저를 짓누르는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성 금요일.... 계속 되는 출혈로 눈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입에서는 감사가 흘러나왔습니다.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 [예수]를 저에게 주셨다는 은혜 때문이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습니다. “만약, 만약, 만약...” 만약 [예수] 그 놀라운 이름이 제게 없었다면, 저는 원망과 좌절과 우울증으로 3일 만에 미쳐버렸을 것입니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깊은 동굴 속에 갇힌 두려움과 공포를 상상해 보십시오.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깊은 어둠을 뚫고 저 앞에서 한 줄기 빛이 들어왔습니다. 그 빛은 바로 [예수] 그 놀라운 이름이었습니다. 찬란한 빛 가운데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14:27) 신비하지요? 참으로 놀랍지요? 주님이 주신 그 평안이 모든 두려움, 우울증, 공황장애를 거둬내고, 주신 빛 가운데 기도하게 하고, 찬송하게 하고, 감사하게 했습니다. [예수] 그 놀라운 이름을 붙잡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신 평안 가운데 주님과 깊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습니다. 캄캄했던 하늘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 은혜의 기간에 성령님께서 제게 세 가지 특별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것을 나누려고 합니다.

    첫 번째 가르침입니다. 옛날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게 하셨습니다.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벽지가 너무 더러웠습니다. 물로 닦는다고 지워질 얼룩이 아니었습니다. 도배를 새로 하기로 했습니다. 더러운 벽지 위에 새 벽지를 바르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구석에 벽지가 깊이 찢어져 있었습니다. 찢어져 올라온 그 위에 새 벽지를 바를 수가 없어서 조금 뜯어냈습니다. 그런데 대형 사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뜯어낸 벽지 뒤에 더 묵은 벽지들이 더덕더덕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금만 찢는다고 한 일이 벽 전체를 뜯어야만 하는 큰 일이 되었습니다. 그 일을 기억하게 하면서 성령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네 모습이다. 더덕더덕 숨겨놓은 네 죄를 새 벽지로 덮으려 하지 말라.”라고 하셨습니다. 위장한 것을 벗겨내고, 포장한 것을 벗겨내고 예수 그리스도로 새 옷을 입게 하셨습니다.

    두 번째 가르침입니다. 이 말씀을 주셨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갈2:20) 목사로서 이 성경 구절을 가지고 지난 40년 동안 몇 번 설교했을까요? 100번 이상은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성령님께서 그 구절을 가지고 저에게 직접 설교 하셨습니다. 그 성령님의 메시지를 여기에 다 기록할 수 없습니다. 너무도 신비한 은혜였습니다. 성령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죽었다. 나는 없다. 나는 이제 예수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나는 예수다.”라는 뜻은 내가 주 안에, 주가 내 안에 계신다는 의미입니다. 거룩한 연합이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 내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이 다 아시는 상황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염려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이 내 안에서 “빛이 있으라. 에바다(열려라)”라고 말씀하시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세 번째 가르침입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가장 필요한 것에 목숨을 겁니다. 성공에 꽂힌 사람은 성공에 목숨을 겁니다. 건강에 꽂힌 사람은 건강에 목숨을 겁니다. 저는 선교사입니다. 그래서 선교에 목숨을 걸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성령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너에게 찾으시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성공일까? 건강일까? 자랑스런 선교의 열매일까? 아니다. 하나님께서 너에게 원하시는 것은 거룩한 삶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 기뻐서 호들갑스럽게 아내를 불렀습니다. “여보, 오늘부터 거룩한 삶에 내 목숨을 걸기로 했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고난주간에 어두움 속에서 받은 그 세 가지 가르침은 저에게는 너무도 신비한 은혜였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여서 너무 신이 났습니다. 우리는 어떤 고난을 받으면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을 향해서 원망과 불평과 분노를 여과 없이 발사합니다. 어떤 사람은 문을 닫고 좌절과 우울증에 빠집니다. 어떤 사람은 내 기도에 빨리 응답하라고 하나님을 보채다가 끝내 하나님을 협박까지 합니다. 그런데 모든 문제를 땅에 내려놓고 고개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보십시오.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사55:8-9) 우리의 생각보다 더 높은 생각과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름길보다 더 나은 길을 가지고 계신 하나님께 우리의 삶 전체를 맡기면 됩니다.

    광야에서 40년 동안 머물렀던 이스라엘 백성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에게 광야 40년은 고통의 세월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후에 펼쳐진 가나안 정복사를 보면 차라리 광야 40년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나안에서는 광야에서 먹을 수 없었던 과일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숲이 우거지고 냇물이 힘차게 흐르는 곳에 멋진 집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나안의 풍요가 그들을 타락시켰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생각대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을 잊기 시작했습니다. 우상을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40년 동안 광야에 있을 때, 그들은 하나였습니다. 한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입성 이후에 그들은 북왕국과 남왕국으로 쪼개졌습니다. 비록 40년 동안 메마른 광야에서 매일 만나와 메추라기만 먹고 살았지만, 그들은 매일 구름기둥과 불기둥 아래에서 모세를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광야 시대가 더 은혜스러웠다는 말씀입니다. 광야 생활이 다 나쁘지 않았고, 가나안 생활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고난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물질적 축복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캄캄한 시력은 저로 하여금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은혜가 되었습니다. 포장된 것들을 다 뜯어내고, 내 자신을 십자가에 꼭꼭 못 박고,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게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 생각지 못한 고난이 오면, 불만 충만, 좌절 충만, 우울증 충만이 아니라, 성령으로 더욱 충만해야 합니다. 성령 충만은 모든 고난을 이기게 하는 능력이 됩니다. 성령의 능력 가운데 가장 큰 능력은 무엇일까요? 병 고침의 능력일까요? 방언의 능력일까요? 예언의 능력일까요? 아닙니다. 성령님의 가장 큰 능력은 그 어떤 역경과 고난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변함없이, 불평 없이, 끝까지, 끝까지, 끝까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게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게 하는 능력입니다. 잊지 않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가진 생각보다 더 높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고, 우리가 가고 싶은 길보다 더 완전한 길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의 허접한 생각들을 뜯어내시고, 우리를 의의 길로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만 따라가면 됩니다.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사 5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