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다리는 시간

하바국 2:3-4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었습니다. 1초가 급했던 응급 상황이었지만 혈루증 여인의 갑작스런 개입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한 생명이 죽게 되었습니다. 나사로도 죽었습니다. 마르다와 마리아가 발 빠른 사람을 예수님께 보내서 동생이 죽어가니 속히 와달라는 전보를 보냈습니다. 다급한 소식을 들으셨지만, 예수님은 나사로가 장사된 지 4일 뒤에 도착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붙잡고 있던 시간과 예수님이 가지고 있던 시간의 간격은 그처럼 컸습니다.

    성경에는 두 가지 시간이 있습니다. 크로노스(Kronos)와 카이로스(Kairos)입니다. 크로노스는 시계에 있는 24시간을 말합니다. 달력에 있는 365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시간]을 말합니다. 인간은 시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시간에 쫓기며 사는 우리에게 늦어짐은 야이로와 마르다에게 처럼 큰 문제가 되지만, 주님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죽은 소녀를 향해서 ‘달리다쿰’ “소녀야, 일어나라!”라고 말씀하셨을 때 죽었던 소녀가 살아났습니다. (막5:41) 예수님은 무덤에 장사된 나사로를 향해서 “나사로야, 나오라.”라고 하셨을 때도 죽었던 나사로가 살아났습니다. (요11:43) 사람들이 “이제는 끝났다.”라고 선언할 때, 예수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그처럼 예수님은 이미 끝난 시간 너머로 건너가서 떠났던 생명을 다시 가지고 오시는 분이셨습니다.

    사람의 시간과 하나님의 시간은 그처럼 다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으로부터 아들을 약속 받았지만, 그 언약의 아들을 낳을 때까지 25년을 기다려야만 했었습니다.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해서 7년을 생각했지만, 그는 14년을 기다려야만 했었습니다. 요셉은 큰 꿈을 받았지만, 그 꿈이 실현될 때까지 13년을 기다려야만 했었습니다. 감옥에서 그 시간을 앞당겨보려고 했지만, 그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있어야만 했었습니다. 다윗은 사무엘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후, 왕좌에 오를 때까지 15년을 기다려야만 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70년 동안 바벨론 포로로 살아야만 했었습니다. 그 긴 기다림과 모진 고통이 뒤엉킨 세월들을 그 누구도 조정하거나 앞당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간들은 하나님께서 정해 놓으신 카이로스(하나님의 시간)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도 우리가 조정할 수 없는 카이로스(Kairos)가 있습니다. 그 카이로스는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지나간 후에야 “아하~~ 그래서 그때 그랬었구나!”라고 알게 되는 카이로스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우리에게 주어질 때, 그 상황들을 내가 원하는 시간(크로노스) 안에 넣고 절절메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크로노스가 아니라 카이로스에 넣으면 큰 평안이 우리의 마음을 주장하게 됩니다. 잠언 16:9절과 19:21절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대비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이 말씀들 속에 있는 하나님의 주권적 카이로스가 보이십니까? 그 카이로스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그것을 믿는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하나님께서 정하신 그 시간을 묵묵히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카이로스를 기다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믿음입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종들이 와서 말했습니다. “주인님, 따님이 방금 전에 죽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십시오.” 다 끝났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야이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막5:36) 인간의 시간(크로노스)은 끝났지만, 하나님의 시간(카이로스)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마르다가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주여, 제 동생이 죽은 지 벌써 4일이 되어 썩는 냄새가 납니다.” 그때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요11:40) 이미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4일째였지만 주님께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처럼 예수님은 이미 끝난 상황 앞에서 “나를 믿으라.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라고 말씀하시며 믿음을 강조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의 날을 기다립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종전의 날을 기다립니다. 남북한 통일의 날을 기다립니다. 미얀마 내전이 종식되는 날을 기다립니다.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이 좋은 날을 기다립니다. 큰 문제들이 속히 해결되고, 암까지 치료되는 기적의 날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그 모든 기다림보다 더 간절히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날은 주님께서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는 날입니다. 우리의 위치가 사망의 자리에서 생명의 자리로 바뀌는 날입니다. 그 놀라운 변화의 모습을 야이로의 딸을 통해서, 나사로를 통해서 미리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주님은 마지막 나팔 소리에 홀연히 변화한 우리를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로 데리고 들어가실 것입니다. 그 때에 천국문 밖으로 쫓겨나 슬피 우는 탈락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후의 카이로스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믿음을 끝까지 붙잡고, 그 마지막 때를 대망하는 성도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그 종말이 속히 이르겠고 결코 거짓되지 아니하리라.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반드시 응하리라.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하바국 2:3-4)

마라나타(Maranatha),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