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M 통신 249호

(사)글로벌한센미션

양한갑 최영인선교사

약속의 땅 메얀청

    우리의 기도를 응답해 주신 살아계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주일예배 후에 메얀청 동장이 찾아와 두 가지 부탁을 했었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의료선교와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를 메얀청에 넣어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습니다. 현재 미얀마 상황에서는 도와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죽 힘들면 동장이 저를 찾아와 그런 애원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다음 날, 월요일에 틴윈(Tin Lwin)사장과 점심 약속을 했습니다. 틴사장과는 4년 이상 친분을 쌓아오고 있습니다. 양곤과 만달레이(한국의 부산)에서 건설업을 크게 운영하고, 한국에 있는 오뚜기와 해표에 미얀마 참깨를 납품하는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인은 법률상담소, 여행사, 통역 서비스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 주변에는 많은 미얀마 사업가가 있습니다. 틴사장에게 메얀청 사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전기가 없다. 물이 없다. 그래서 메얀청에 공장을 설립하는 사업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메얀청에는 약 2,000명의 튼튼한 인력이 있다. 전기 없이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서 납품할 수 있는 아이템을 소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틴사장은 주변에 그런 사업을 줄 수 있는 회사가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메얀청에서 삶은 한국 고구마를 맛보라고 주었습니다. 먹어보고 일본 고구마보다 훨씬 맛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장 좋은 품종이라고 힘껏 자랑했습니다. 지금 메얀청에 약 40가정에서 한국 고구마를 키우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가정이 한국 고구마를 심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맛에 감탄했던 틴사장은 그렇게 좋은 한국 고구마를 상품으로 만들면 큰 수익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고구마는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으니 양곤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한국 고구마를 팔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틴사장은 제가 생각지 못한 제안을 했습니다. “메얀청에서 얼마만큼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습니까?” 저는 “틴사장이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어린아이 팔뚝만한 고구마를 수확했기에 그런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찍은 큰 메얀청 고구마 사진들을 여러 장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틴사장은 저에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목사님이 메얀청 고구마를 저에게만 독점적으로 준다고 약속한다면, 제가 양곤에 고구마 녹말가루 공장을 짓겠습니다. 그리고 그 고구마 녹말을 참깨와 함께 전량 한국으로 수출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고구마로 녹말가루를 만드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틴사장에게만 독점권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점심 미팅에서 메얀청 고구마 사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화요일에는 양곤 베데스다병원을 운영하는 장철호선교사와 한혜경선교사 부부와 점심을 했습니다. 장선교사는 소아과 의사이고, 한선교사는 미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양곤에서 유치원과 한국어 학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철호선교사는 그동안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무료 수술을 많이 해줬고, 구순구개열(언청이) 어린이 400명에게 무료로 수술해 줬고, 지금도 맣은 신장병 투석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양곤의 슈바이처 박사]입니다. 장선교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저희 선교회가 글로벌메디컬 의사협회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함께 해외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필리핀에서 합니다. 미얀마 상황이 좋아지면 그 의료팀을 미얀마에도 초청하려고 합니다. 그런 날이 오면 장선교사 병원에서도 의료봉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장선교사는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뜻밖에 말을 했습니다. “마침 오는 7월에 서울에서 의료선교팀이 저의 병원에 옵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장선교사에게 “7월 의료선교 일정에 메얀청을 하루 얻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저는 메 달렸습니다. 장선교사는 “양곤 의료봉사를 위해서는 이미 양곤 보건부에 허락을 받았지만, 그 허가증이 메얀청까지 커버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메얀청까지 와 주시기만 한다면, 제가 책임지고 허가증을 받아오겠습니다. 7월 의료 선교에 메얀청을 하루 넣어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장선교사는 “그렇다면 일단 7월 18일 목요일에 메얀청에서 의료선교를 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하겠습니다. 허가를 받는 일은 양선교사님이 책임지고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메얀청 의료선교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리안과 바욱을 급히 양곤으로 불러냈습니다. 먼저 고구마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습니다.

∎ 메얀청 고구마 사업 준비 사항

- 고구마 새순을 대량으로 속히 배양하라.

- 새 순을 1주일 간격으로 모종해서, 3개월 후부터는 1주일 간격으로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도록 심어라.

- 수확은 매주 목요일에, 수매는 선한목자선교센타에서 매주 금요일에, 틴사장에게 보내는 납품은 매주 토요일에, 각 가정에게 지불하는 판매 대금은 매주 월요일에 하도록 하라.

- 고구마 판매 대금을 지불할 때는 무조건 5%를 떼라. 주민들에게 그 5%는 [메얀청개발기금]이라고 말하라. 그 기금은 자연재해 등 마을에 큰 일이 발생했을 때 긴급 복구와 지원에만 사용되도록 세부 규정을 만들어라.

- 고구마 사업을 위해서 [메얀청고구마위원회]를 조직하라. 세 개 교회 목회자들을 실행위원으로 세우고, 메얀청 동장과 몇몇 신실한 마을 리더들은 협력 위원으로 위촉하라.

- 메얀청개발기금 사용에 대해서 주민의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주민에게 공개하라.

∎ 사부탕 고구마 사업 준비 사항

   사부탕에는 저희 선교회 소유인 약 9000평의 농지가 있습니다. 현재는 사부탕 주민에게 쌀농사를 짓도록 소작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리안에게 고구마 순이 충분히 확보되면, 사부탕 부지는 고구마 농장으로 전환한다고 했습니다. 메얀청교회에는 집에만 있는 7명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들이 지난 주일예배에 전원 참석했습니다. 예배 후에 그 아버지들만 따로 불렀습니다. 벌이가 없어서 가장의 무게를 고통스럽게 느끼고 있는 아버지들이었습니다. 그들을 격려하고 각각 2만 잣트를 손에 쥐어주면서 고기 한 근이라도 가족들을 위해서 사서 돌아가라고 격려했습니다. 그들은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리안에게 그 아버지들을 사부탕 고구마 농장 사업을 위해서 전원 활용하라고 했습니다.

- 사부탕 고구마 농장은 개인 사업이 아니라 글로벌한센미션 미얀마 선교부 사업이다.

- 사부탕 농장에 투입되는 아버지들은 주급으로 임금을 충분히 지불하라.

- 사부탕에서 나오는 모든 이익금은 100% 미얀마 선교부 수입이다.

- 10년 후에는 선교사의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있는 미얀마 선교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라.

    리안과 바욱은 메얀청 고구마 사업과 사부탕 고구마 농장 경영을 잘 해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고구마 새순이 금방 쏟아져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사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최하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틴사장이 약속대로 고구마를 전량 매입해 줄지, 계획대로 양곤에 고구마 녹말 공장을 짓게 될지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그러나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미얀마 참깨와 미얀마 맥주를 매주 한국으로 수출하는 회사의 사장이기 때문에 틴사장이 계산 없이 허황된 말과 약속을 저에게 남발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를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습니다.

    리안과 바욱에게 의료선교에 대한 준비 사항도 전달했습니다. 장철호박사에게 약속한 것을 실수 없이 지킬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6월 안으로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단 메얀청 동장이 부탁한 일이니, 리안 혼자 가지 말고, 동장과 함께 군청, 도청까지 올라가서 의료선교팀의 메얀청 진입과 한국 의료팀의 신변 안전을 군부가 보장해 준다는 허가증을 반드시 받아내라고 했습니다. 리안은 반드시 허가증을 받아오겠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미얀마 물가가 미쳤습니다. 물가보다는 정부가 미쳤다고 말하는 것이 옳습니다. 다른 물품들은 뒤로 하고, 현재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과일 값을 말씀드립니다. 길거리에 있던 상점은 지금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과일 값을 실감해 보시라고 먼저 미얀마 노동자 하루 일당을 말씀드립니다. 일반 공장에서 하루 8시간 일하고 노동자가 받는 일당은 12,000잣트(미화 4불)입니다. 메얀청 남자들이 새벽 5시에 정글로 들어가서 저녁 5시까지 10시간 동안 나무 벌목을 하고 받는 일당은 8,000잣트(미화 2불 60센트)입니다. 그런데 슈퍼마켓에서 파는 배 한 개의 가격은 8,500잣트입니다. 사과 한 개의 가격은 3,500잣트입니다. 감자는 1kg에 2,400잣트입니다. 일본 고구마는 1kg에 12,000잣트입니다. 고구마 1kg 가격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하루 일당과 동일합니다. 그래서 메얀청에서 생산될 고구마는 메얀청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이번 메얀청 선교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금식하며 기도해주셨고, 교회들도 특별 기도모임을 열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모든 기도를 놀랍게 응답해 주셨습니다. 12년 전, 처음 메얀청에 갔을 때 초라했던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의 복음이 들어가면서 메얀청은 달라졌습니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었듯이 고통의 땅, 절망의 땅이 이제는 하나님의 풍요가 넘치는 [약속의 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선교는 하나님께서 친히 하시는 일이십니다. 메얀청 선교를 마치고 오늘 서울행 비행기를 탑니다. 철판의 날개가 아니라 하나님의 날개를 타고 다음 선교지를 향해서 다시 비상합니다. 하나님은 또 제 앞에서 먼저 날아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