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 후에 딸라 시장 길을 걷다가 조랑말처럼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가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달려가던 아이가 갑자기 서더니 저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저 역시 너무 놀라 아이를 향해 뛰었습니다. 딸라에서 처음 보는 아이였는데 한센병에 걸린 아이였습니다. 아이를 잡아서 보니 정말 눈물이 울컥 쏟아질 정도로 심한 상태였습니다. 아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 데리고 갔는데, 감사하게도 3년 전에 첫번째 가정교회를 세웠을 때 잠시 참석을 했던 자매 집이었습니다.

그 자매로 부터 그 아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그 자매의 아들은 아니었습니다. 2개월 전에 형과 누나와 함께 딸라로 들어왔는데, 딸라로 들어온 이유가 바로 한센병 때문이었습니다. 가슴이 아팠던 것은 막내 뿐만 아니라 형과 누나도 모두 한센병에 걸려 피부가 심하게 상해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결핵으로 3년 전에 죽고, 어머니는 한센병으로 2년 전에 죽은 고아들이었습니다. 거기에 부모 없이 남겨진 세 남매는 모두 한센병에 걸려 고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딸라한센병원에서 입원 거절을 당한 것입니다. 이유는 병실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선교 통신에 말씀드린대로 딸라병원은 현재 자리가 있어도 더 이상 한센 환자를 받지 않습니다. 약만 주고 입원 치료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현재 아이들을 맡아주고 있는 자매 역시 한센병 환자였습니다. 병원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밥을 먹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을 붙잡고 간절히 눈물로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문의하겠습니다. 선교회에서도 아이들이 굶지 않도록 돌봐줄 것입니다. 이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형 마크(Mark)는 15살입니다. 누나 텔마(Telma)는 14살입니다. 막내 마이클(Michael)은 13살입니다. 세 명 모두 마닐라에서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 산다는 빈민촌 톤도(Tondo)에서 태어나 거기에서 자라 학교도 다녀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하늘 아래 의지할 곳, 의지할 사람이 없이 덜렁 남겨진 세 남매입니다. 기도해주십시오. 저희 딸라 성도들이 잘 보살펴 주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