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은 유전병이 아닙니다.

    우생학(Eugenics)은 종의 형질을 유전학적으로 개량하여 우수한 종을 만들려는 학문을 말합니다. 1900년대 초반에 있었던 우생학은 인간 계층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서 우월한 계층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편견과 차별을 가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그 당시에는 정신병자들을 ‘나쁜 인자’를 가진 사람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나쁜 인자를 퍼트리지 못하도록 강제로 정관수술을 시켰습니다. 그것을 단종(斷種)이라고 했습니다. 종(種)을 더 퍼트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한센인들도 그 대상이 되었습니다. 한센병을 '나쁜 인자'로 규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성 한센인들에게는 강제 단종 시술이, 여성 한센인들에게는 강제 낙퇴 수술이 강행되었습니다. 격리되었던 한센 마을에서 도망 가다가 잡히거나, 한센촌 안에서 중대한 잘못을 저르는 사람들은 감금실에서 강제로 단종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처럼 한센인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한센병을 유전병 혹은 나쁜 인자로 규정했던 우생학이 빚어낸 비극이었습니다. 한센병은 유전병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