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도시에 살았던 나에게 미얀마 양곤(Yangon)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무엇보다 불편함이 나를 힘들게 했다. 제일 불편했던 것은 알 수 없는 미얀마 문자와 어디에서든지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점이었다. 한 나라의 행정 수도라고 하는 양곤의 모습은 불편함 그 자체였다.

통신 시설은 미얀마 사람들끼리도 힘들었다. 쉘폰(핸드폰) 가격은 10년 전에 7,000달러까지 했는데, 이제는 500달러에 구입을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쉘폰이다. 집 전화는 1,000불을 줘야 가질 수 있다. 시내에는 공중전화가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전화기를 몇 대씩 놓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은 택시가 유일하다. 버스와 소형 트럭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서민을 위한 차량이 너무 부족해서 출퇴근 시간에는 차 천장 위에 까지 콩나물처럼 올라가 앉아서 간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택시는 90%가 30년 이상 된 고물 차들이 대부분이다. 들어가 앉아 있으면 과연 이게 움직일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다. 에어콘은 아예 없다. 하루 종일 영업을 해야 하는 택시 운전 기사는 아예 한 손에 부채를 들고 부채질을 하면서 운전을 한다.

앞에 가던 차량이 갑자기 섰다. 우리가 탄 택시도 갑자기 멈추게 되었는데 거의 부딪힐 뻔 했다. 택시 운전 기사가 왜 그러냐고 소리치니 앞 차 운전수가 내리면서 기름이 없다고 했다. 뒷 트렁크에서 휘발유 통을 꺼내더니 기름을 주유했다. 그러고 보니 양곤에서 주유소를 본 기억이 나질 않았다. 물어보았더니 주유소가 그리 많지 않아 비상으로 차들이 기름을 트렁크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양곤에서의 불편함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동행했던 아담목사에게 어떻게 이런 불편함 속에서 사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담목사가 기막힌 대답을 했다.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입니다." 할 말이 없었다. 과거 50년 동안 군사독재정부 아래에서 그들이 얼마나 처참한 삶을 살았으면.... 그 고통을 나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지만, 이 불편함(?)들을 [천국이다]라고 표현한 아담목사의 말은 내가 얼마나 부유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 순간적으로 부끄러워 얼굴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