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수업 첫번째 시간.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먼저 점검하기 위해서 성준석 형제는 칠판에 여러 종류의 산수 문제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학생은 물론이고, 참석했던 고등학교 학생까지 필리핀 초등학교 4학년 산수 교과서에서 뽑은 문제들 중 단 한 문제도 풀지를 못했습니다. 구구단을 전혀 암기하지 못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뺄셈도 하지 못했습니다. 시험지 밑으로 몰래 열 손가락을 집어 넣고 계산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수업에 참석했던 학생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필리핀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그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첫번째 시험에서 한 문제도 풀지 못하고 모두 "빵점"을 받았지만, 그것은 "절망"을 가리키는 제로(0)가 아니라,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희망"으로 보았습니다. 가르침은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을 뽑아내어 뒤로 밀쳐 놓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어 그들로 하여금 바르게 서도록 돕는 일이라 믿기에 우리는 "희망"인 그 제로(0) 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