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지극히 사모하는 자

요 11:25-26

    막달라 마리아, 요안나, 야고보의 모친 마리아, 살로메.... 그들은 예수님께서 요셉의 무덤에 장사되신 후에 한 곳에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일 새벽 미명에 그들은 예수님의 무덤을 향해서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좋은 옷으로 갈아입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화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도 빗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틀 동안 뜬 눈으로 날을 새운 그들의 머리카락은 몹시 헝클어져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빌라도 법정에서 멸시와 모욕과 조롱을 받으시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하여 가실 때부터 그들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가슴은 찢어질 대로 찢어졌고, 그들의 옷자락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토요일이 안식일이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없었지만, 하루 종일 소리 없이 향품을 준비했습니다. 그 향품은 예수님의 시신에 바르기 위한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그 향품을 준비하는 내내 그들의 슬픔은 더 깊은 탄식이 되었고, 십자가에서 떨어졌던 예수님의 보혈은 멈추지 않는 눈물이 되어 여인들의 가슴 속으로 깊이 깊이 흐르고 또 흘러 내려갔습니다.  

   골고다로 가는 새벽길은 너무도 고요했습니다. 이틀 전에 있었던 그 광란의 새벽길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로마 병정들의 채찍 소리, 군중들의 비아냥거림, 제사장들의 웃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십자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에 쓰러지셨던 주님의 그 처절한 모습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여인들의 가슴 한복판으로 찌르고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울었습니다. 그리고 또 울었습니다. 그때 한 여인이 말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누가 그 무거운 돌을 굴려줄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염려가 그들의 발걸음을 되돌려놓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여인들이 보았던 것은 여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는 무거운 돌 문이 아니었습니다. 무덤을 지키고 있는 로마 병정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오직 주님만 생각했습니다.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나아가면, 장애물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무덤에 도착했을 때, 그 무거운 돌은 이미 옮겨져 있었습니다.

   놀란 여인들은 무덤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그곳에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쌓았던 세마포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무덤 밖으로 뛰쳐나갔고, 한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한 사람은 향품을 끌어안고 울었고, 한 사람은 예수님의 세마포를 쥐고 통곡했습니다. “주님, 어디에 계십니까?” 그때 큰 빛이 임했습니다. 그 빛 가운데서 천사가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살아 있는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고, 그가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와서 그가 누우셨던 곳을 보라. 갈릴리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라.” 부활의 첫 소식은 그렇게 주님을 지극히 사랑했던 여인들에게 제일 먼저 전해졌습니다. 그들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요? 마태복음 28:9-10절은 예수님과 그 여인들의 만남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을 만나 이르시되 평안하냐 하시거늘 여자들이 나아가 그 발을 붙잡고 경배하니,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무서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 하시니라.” 슬픔으로 가득했던 그들의 가슴은 이제 기쁨으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읽는 저희들의 가슴까지 그 기쁨과 그 영광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예수님의 빈 무덤은 예수님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셔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서 우리 곁으로 오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부활은 주님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부활하신 후에 예수님은 곧바로 빌라도에게 가지 않으셨습니다. 대제사장 가야바와 안나스에게 가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 침을 뱉고, 뺨을 치고, 옷을 벗기고, 가시관을 씌우고, 채찍질 했던 악한 자들에게 가지 않으셨습니다. 결코 그들이 먼저가 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일 먼저 찾아주셨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지극히 사랑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주님의 부활 앞에 섰습니다. 우리는 누구이어야만 합니까? 그 여인들처럼 우리도 주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제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축복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축복은 부활하신 주님을 내 곁에 모시고 사는 삶입니다. 진정한 승리는 우리가 그 어떤 경쟁에서도 넘버원(#1)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승리는 부활하신 주님으로 부터 영생을 받았느냐 못 받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진정한 축복이, 그 진정한 승리가 주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도 충만히 임하시는 2020년 부활절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요한복음 11:2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