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가 아니라 항상

삿 13:1

 

   이스라엘이 40년 동안 블레셋의 지배를 받았던 이유는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범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들을 사십 년 동안 블레셋 사람의 손에 넘겨 주시니라.” (삿13:1) 우리는 누구에게 죄를 범할 때가 있습니다. 그 일로 인해서 상대방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면 배상을 하거나 감옥살이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상대로 죄를 범했기 때문입니다.하나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언제 하나님께 범죄했느냐고 따집니다. 그런 말이 정당한지 오늘 본문을 통해서 보겠습니다.

   단(Dan) 지파 자손 중에 마노아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결혼한 지가 오래 되었지만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나 그에게 아들을 주겠다고 하면서 나실인(Nazirite)으로 키우라고 했습니다. 나실인은 세 가지를 금해야 했습니다. 첫째,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않아야 한다. 둘째, 부정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셋째, 머리를 깎지 않아야 한다. 그 언약이 지켜졌을까요?

   삼손이 청년이 될 때까지도 이스라엘은 블레셋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삼손이 블레셋 지경 딤나(Timnah)로 갔습니다. 삼손은 그곳에서 한 처녀를 보고 반하여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삼손의 부모는 블레셋 여자와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지만, 삼손은 그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한 마노아는 삼손과 함께 그녀를 보기 위해서 딤나로 갔습니다. 딤나로 가는 길에서 사자를 만났는데, 삼손은 그 사자를 염소 새끼를 찢듯이 맨손으로 찢어서 죽였습니다.

   혼례를 올리기 위해서 다시 딤나로 내려갈 때, 지난번에 죽인 사자의 시체 안에서 벌들이 꿀을 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삼손이 그 꿀을 떠서 먹어보니 그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딤나에 도착해서 삼손은 죽은 사자의 시체 안에 있는 벌꿀을 가지고 수수께끼를 냈습니다. 맞추면 의복 30벌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답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부가 될 사람을 협박해서 그 답을 삼손으로부터 빼내도록 했습니다. 결국 삼손이 그 답을 그 여인에게 줌으로써 수수께끼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삼손은 자기가 한 말대로 의복 30벌을 주기 위해서 시장으로 간 것이 아니라, 아스글론으로 내려가 무고한 사람 30명을 죽이고,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을 벗겨서 수수께끼를 푼 사람들에게 주었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살인이었습니다.

   그에게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장인이 될 사람이 그의 딸을 블레셋 남자에게 주었던 것입니다. 분노한 삼손은 여우 300마리를 잡아 두 마리씩 서로 꼬리를 묶은 후에 불을 붙여 블레셋 사람들이 추수해 놓은 곡식단으로 보냈습니다. 여우 300마리도 불에 타서 죽었고, 추수한 모든 곡식도 다 타버렸습니다. 그러자 블레셋 사람들이 삼손이 좋아했던 그 여인과 그녀의 아버지를 불에 태워서 죽였습니다. 그러자 삼손은 그 부녀를 죽인 사람들을 모두 죽인 후에 산으로 도망가 한 동굴에 숨었습니다. 그 동굴을 찾아낸 블레셋 사람이 삼손을 죽이기 위해서 동굴 앞에 모였습니다. 동굴 밖으로 나온 삼손은 당나귀 턱뼈를 손에 쥐고 그곳에서 블레셋 사람 1,000명을 죽였습니다. 복수의 악순환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삼손이 블레셋 지경 가사(Gaza)로 가서 한 창녀와 잠을 잤습니다. 이번에도 블레셋 여인이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을 알아보고 그가 완전히 잠에 떨어진 새벽 시간에 침실로 들어가 삼손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삼손이 어떻게 알았는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 가사(Gaza) 성의 성문과 두 기둥과 빗장을 뽑아서 어깨에 메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의 괴력을 본 가사 사람들은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또 세월이 흘렀습니다. 삼손이 이번에는 블레셋 지경 소이(Sorek)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들릴라(Delilah)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또 블레셋 여인이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들릴라에게 삼손에게 있는 괴력의 비밀을 알아내면 은화 1,100개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들릴라는 삼손의 비밀을 알아내어 블레셋 사람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결국 들릴라의 품에서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은 어린아이처럼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삼손을 결박했던 블레셋 사람들은 곧바로 그의 두 눈을 뽑았고, 놋사슬로 묶어서 맷돌을 돌리게 했습니다.

   삼손의 최후가 다가왔습니다. 다곤(Dagon) 신전에서 성대한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 블레셋의 통치자들과 제사장들을 비롯하여 약 3,000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삼손을 불러내어 말로만 듣던 그의 괴력을 보고자 했습니다. 아니 괴력이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힘없고 맹인이 된 처참한 삼손을 보고자 했습니다. 삼손이 감옥에서 나와 다곤 신전을 버티고 있는 중앙의 두 기둥 사이에 섰습니다. 그때 삼손이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주 여호와 하나님,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에게 한번만 더 힘을 주셔서 블레셋 사람들에게 원수를 갚게 하소서. 저들과 함께 죽게 하소서.” 삼손이 힘을 다해 두 기둥을 밀 때, 순식간에 거대한 기둥들이 쓰러지면서 다곤 신전이 크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다곤 신전 안에 있던 수많은 블레셋 사람들과 함께 삼손도 매몰되어 죽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삼손의 일생입니다.

   삼손은 12명의 사사들 중에서 마지막 사사였습니다. (BC1075-1055) 그런데 그의 생애를 보면 이스라엘을 구출하기 위해서 사사로서 한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적(敵)이었던 블레셋과 맞서 싸우는 대신에 블레셋 여인들의 미모에 빠져 살았습니다. 도덕적 비판을 넘어 사사로서의 사명감마저 상실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나실인의 서원도 송두리째 뭉개버렸습니다. 독주를 마실 수 없었지만 그는 술에 취해 여인들의 무릎에서 잠들고는 했습니다. 부정한 음식을 먹을 수 없었지만 그는 죽은 사자의 시체 안에 있는 꿀을 퍼먹었습니다. 머리에 삭도(칼)를 데지 말라 했지만 그는 스스로 비밀을 알려줌으로써 블레셋 사람들이 그의 머리카락을 자르도록 했습니다. 나실인으로 산 삶이 없었습니다. 삼손은 하나님이 주신 엄청난 힘을 나라를 구하는 일에 쓰지 않고, 개인적인 사랑과 분노와 복수를 위해서 다 소비해 버렸습니다.

   삼손의 불행을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삼손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던 괴력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실인의 서원을 가벼이 여기고 무절제한 삶을 살았던 삼손에게서 하나님의 능력은 이미 빠져나갔지만 정작 삼손은 그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그의 불행이었습니다. 삿16:20절입니다. “여호와께서 이미 자기를 떠나신 줄을 깨닫지 못하였더라.” 두 번째 삼손의 불행은 그의 쓸쓸한 죽음이었습니다. 무너진 다곤 신전에서 그의 시신을 수습했던 사람은 그의 가족뿐이었습니다. 삿16:31절입니다. “그의 형제와 아버지의 온 집이 다 내려가서 그의 시체를 가지고 올라가서 소라와 에스다올 사이 그의 아버지 마노아의 장지에 장사하니라.” 삼손은 이스라엘의 사사였지만, 이스라엘을 위해서 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차갑게 외면했던 것입니다. 삼손의 생애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불행한 영웅, 감동 없는 죽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삼손이 죽은 이후에 이스라엘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손이 다곤 신전을 콩가루로 만든 이후, 블레셋 사람들은 다시 그 다곤 신전을 건축했습니다. 그런 후에 군사를 모집해서 이스라엘을 무자비하게 공격했습니다. 삼손에게 당한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전투에서 이스라엘이 형편없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엘리제사장은 그의 두 아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법궤를 가지고 전장으로 가게 했지만 결국 패전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가지고 갔던 법궤를 블레셋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보란 듯이 탈취한 법궤를 새로 건축했던 다곤 신전에 두었습니다. 이스라엘에게는 수천 명의 병사를 잃은 것보다 더 큰 굴욕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삼손이 남긴 수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시 사사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스스로 하나님의 것을 지키셨습니다. 법궤가 다곤 신전 안에 있는 동안 다곤 신상들이 모두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그 일로 블레셋은 자진해서 하나님의 법궤를 이스라엘로 반환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사람이 그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합니다. 주일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삼손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고는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용 삼손과 장년부용 삼손은 다릅니다. 장년부용 삼손의 이야기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일들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삼손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그는 사사들 중에서 최고의 실패작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삼손이 그렇게 될 것을 몰랐을까요? 아닙니다. 하나님이 삼손을 사사로 세우셨던 이유는 하나님이 주신 힘으로 기드온처럼 블레셋과 맞서 싸우는 장수의 역할을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 그에게 준 특권과 힘을 가지고 하나님의 목전에서 죄를 짓도록 하는 역할을 주셨던 것입니다. 즉 구별된 삶을 살아야 했던 나실인이 탕자처럼 살았을 때 어떤 결말을 갖게 되는지 하나님의 목전에서 항상 악을 행했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마지막 사사 삼손의 생애를 통해서 무거운 경고의 메시지를 주셨던 것입니다.

   삼손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민족에게만 주어진 메시지일까요?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사람들은 내가 언제 하나님께 범죄했느냐고 따집니다. 과연 그럴까요? 하나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들이 보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하나님은 속일 수 없습니다. 흔히 하나님의 능력을 받았다 하는 사람들이 신유의 능력을 가지고 세계적인 부흥사들이 되어 큰 일들을 했지만 그들의 후반전 삶은 삼손처럼 하나님의 능력이 빠지고 껍질만 남은 부끄러운 모습들이었습니다. 한 때 큰 힘을 과시했던 삶으로 끝나지 않아야 합니다. “한 때”가 아니라 “항상” 하나님의 목전에서 의로운 자로, 겸손한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