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나타나심

고전 2:1-5

 

   바울의 제2차 전도여행 때 있었던 일입니다. 바울은 데살로니가에서 말씀을 전하고, 베뢰아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말씀을 전하고, 아덴으로 떠났습니다. 아덴으로 갈 때에는 실라와 디모데 없이 혼자 갔습니다. 아덴에서 복음을 전하고, 고린도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로마로부터 내려왔던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바울의 신실한 동역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실라와 디모데가 베뢰아로부터 내려와 바울과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담대히 “예수는 그리스도”라고 외쳤습니다. 그 복음을 듣고 회당장 그리스보(Crispus)가 온 가족과 함께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고린도에 있던 유대인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습니다. (행 18:5) 이성을 잃은 유대인의 거친 반발과 소요를 보고 바울은 무서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본문 3절입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

   그런데 바울은 곧바로 단단함을 되찾았습니다. 오늘 본문에 있었던 일은 사도행전 18장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울은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유대인들을 향해서 외쳤습니다. “너희 피가 너희 머리로 돌아갈 것이다.”(행 18:6) 유대인들은 그처럼 담대해진 바울 앞에서 잠시 주춤했습니다. 바울이 로마 시민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바울을 고소했습니다. 고린도에는 갈리오(Gallio) 총독이 있었습니다. 갈리오 총독은 바울에게서 혐의를 찾지 못해 유대인들의 고소를 기각시켰습니다. 그러자 유대인들은 크리스천이 된 그리스보를 해임시키고, 소스데네 (Sosthenes)를 회당장으로 임명했는데, 그를 법정 앞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들의 화가 풀릴 때까지 때렸습니다. 회당장으로서 뭘 하고 있었느냐는 식이었습니다. 갈리오 총독은 유대인들끼리의 싸움으로 여기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행 18:12-17) 그처럼 사악한 환경 속에서 바울은 고린도에 1년 6개월 동안 머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고린도교회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바울에게 일어났던 대 반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울은 유대인의 거친 돌격 앞에서 “약했고, 두려웠고, 떨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랬던 바울이 돌연 유대인들 앞에 담대하게 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떨렸던 그날 밤에 엄청난 일이 바울에게 일어났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성령의 나타나심”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3-5절입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 (고전 2:3-5)

   이 말씀가운데 3절과 4절 사이에서 엄청난 일이 바울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그 엄청난 일이란 ‘성령의 나타나심’이었습니다. ‘나타나심’은 헬라어로는 ‘아포데이케이(?ποδε?ξει)’라고 했습니다. ‘성령의 선포하심(proclaim), 성령의 증거하심(demonstration)’을 의미했습니다. 즉 성령께서 단순히 바울에게 ‘나타나신’ 것만이 아니라, 나타나셔서 바울에게 ‘말씀하시고, 선포하시고, 증거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성령께서 바울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던 것입니까? 그 말씀이 사도행전 18:9-10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밤에 주께서 환상 가운데 바울에게 말씀하시되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어떤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 이는 이 성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 하시더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바울은 담대함을 되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약함도, 두려움도, 떨림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고린도의 상황은 최악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괴성을 질렀던 유대인들은 바울을 찢어 죽이려는 하이에나들처럼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어제의 바울이 아니었습니다. 성령의 나타나심(?ποδε?ξει)은 바울을 완벽하게 바꿔놓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는 누구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코로나는 고린도에 있었던 광란의 유대인들처럼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의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할지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 처참한 상황 속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됩니다. 바울처럼 우리 자신을 [성령의 나타나심] 앞으로 가지고 가야 합니다. 성령의 나타나심은 우리를 바꿔놓습니다. 약해지지 않도록, 두려워하지 않도록, 떨지 않도록 바꿔놓습니다.

   그 성령의 나타나심을 사모하십시오. 사모함은 감정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모 혹은 사랑을 감정에 담습니다. 그래서 감정에 상처를 받으면 사모했던 것도 찢어서 버리고, 사랑도 냉정히 끊어서 버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믿음을 그런 변덕스런 감정에 담을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를 그처럼 흔들리는 감정에 담을 수는 없습니다. 성령의 나타나심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할 때만 찾는 성령 충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령의 나타나심을 사모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성령님 앞에 단 1초도 숨기지 않고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 5:16-18절 말씀입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 말씀에서 [항상], [쉬지 말고], [범사]라는 단어를 주목해 보시면 그 세 단어들 안에는 단 [1초의 멈춤]도 없습니다. 항상 입니다. 멈추지 않습니다. 모든 일입니다. 그 안에는 이 일은 감사가 되고, 저 일은 감사가 되지 않는 것은 없었습니다. 무조건 범사에 감사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바쁘다고 기도를 안 하고, 시험에 들었다고 기도가 안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령의 나타나심, 성령의 임재가 임하시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기도 가운데 거하게 됩니다. 가끔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기도 가운데 있게 됩니다. 사도바울과 실라가 빌립보 감옥에서 밤새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그때] 기도를 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은 [늘] 기도 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기뻐하는 일도 기뻐할 일이 생겨서 기뻐했던 것이 아니라 항상 기뻐했기 때문에 기뻐했던 것입니다. 그 항상 기쁨이 항상 노래가 되고, 항상 찬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죽을 만큼 매질을 당하고 감옥에 갇혔지만 바울과 실라는 그 고난을 기뻐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신음은 기도가 되었고, 노래가 되었고, 찬양이 되었고, 능력이 되었고, 기적이 되었습니다.

   성령의 나타나심(?ποδε?ξει)은 그처럼 실제적이었습니다. 같은 목사로서 부끄러운 일을 말합니다. 어떤 교회 주보를 보았습니다. 주보에는 담임목사 이름 뒤에 ‘목사’가 아니라 ‘박사’라고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주일예배 설교를 위해서 강단에 설 때마다 세 줄 무늬가 선명하게 박힌 박사 가운을 입고 설교했습니다. 학교에서 일등한 일을 강단까지 가지고 올라가서 그렇게 “나타내야” 합니까? 박사 설교는 더 권위가 있습니까? 사도 바울은 말씀을 들고 강단에 설 때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본문 1절과 4절입니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나아가 하나님의 증거를 전할 때에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아니하였나니...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똑똑한 목회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아니라, 성령을 나타내고,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는 목회자가 필요합니다. 성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삶을 통해서 어디서든지 성령님을 나타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사람들은 날마다 나를 없애야 합니다. 나를 죽여야 합니다. 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나를 부인해야 합니다. 나를 버려야 합니다. 나를 비워야 합니다. 나를 잊어야 합니다. 나를 드러내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 2:20)

   우리는 이제 [본질]이라는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멀리 가 있었습니다. 능력은 없고 경건의 모양만 있으면서, 다 있는 척, 다 아는 척, 다 갖춘 척, 다 이룬 척 풍선처럼 부풀리기만 했던 우리의 이중성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지식이 아니라, 허세가 아니라, 성령의 권능으로 채워야 합니다. 기도의 불이 다시 타올라야 합니다.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는 너무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매일 매일 우리가 머무는 자리에서 하나님을 대면하는 일은 더 더욱 중요합니다. 저는 모든 성도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올 때, 성령의 나타나심이 있었던 수많은 간증들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가득 채워서 성령 충만한 모습으로 교회로 돌아올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의 나타나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의 낮아진 삶이, 우리의 충성된 삶이, 우리의 헌신된 삶이, 우리의 성결한 삶이 이 세상 사람들을 향해 성령의 나타나심이 되고, 성령의 선포하심이 되고, 성령의 증거하심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