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코로나 상황

무너진 방역 시스템

   필리핀 코로나가 거세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루 확진자가 3월 18일부터 1주일째 7,000~8,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의학적인 방역 시스템의 붕괴, 과학적인 접근방식의 부재, 체계적인 역학 조사 부족을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두테르테 정부의 무능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습니다. 두테르테는 1년 전 2020년 3월 15일부터 마닐라 전체를 봉쇄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년 전보다 더 악화하였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과격한 명령만 내리는 두테르테의 군국주의적(militaristic approach) 정치와 보건부 장관을 비롯 보건부 공무원들의 부패 행정 때문이라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코로나 검사 킷트를 구입할 때부터 보건부 공무원들은 책상 밑에서 비밀 거래를 통해 거액의 뒷돈을 챙겼습니다. 검사비는 지금도 무료가 아닙니다. 그것은 검사비가 없는 가난한 코로나 확진자들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도록 허용하여 코로나 확산을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필리핀의 인구가 1억 1천만 명입니다. 백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나라인데 방역 시스템까지 여기저기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습니다.

버블 봉쇄(Bubble lockdown)

   각종 변이 바이러스들이 확산되면서 하루 확진자가 8,000명까지 올라가자, 필리핀 정부는 ‘버블 봉쇄(Bubble lockdown)’라는 생소한 단어를 끄집어냈습니다. ‘버블’은 ‘물방울 거품’이란 뜻입니다. 메트로 마닐라 전체를 봉쇄하지 않고, 확진자가 많이 나온 동네만 “버블” 속에 넣고 격리하겠다는 것입니다. 필리핀의 수도 메트로 마닐라(Metro Manila)는 16개 시(City)로 구성되어 있고, 총인구는 1,3000만 명입니다. 서울을 놓고 말하면 이렇습니다. 종로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서대문구이고, 가운데는 종로구이고, 오른쪽에는 동대문구입니다. 그런데 종로구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와 “버블 봉쇄” 지역으로 선포하면, 서대문에서 출발해서 동대문으로 가는 사람이나 차량이 종로구를 통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버블 봉쇄 작전(?)을 위해서 필리핀 정부는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경찰관 10,000명을 배치했습니다. 지난 1주일 동안 버블 봉쇄 지역으로 들어갔다가 경찰에 연행된 사람이 약 6,000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마닐라 전 지역에서 교회 대면 예배가 중단되었고, 결혼식과 장례식에 참석하는 인원은 10명 미만으로 제한되었고, 각종 행사들은 취소되었습니다. 마닐라 공항도 4월 20일까지 하루 1,500명만 입국을 허용하면서 봉쇄했습니다. 무조건 지역을 봉쇄한다고 코로나가 죽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버블 봉쇄가 사람들의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시민의 기대

   코로나 대 확산은 인재(人災)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돈이 없다고 말하지만, 국가는 국민의 공중보건을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 코로나와 같은 비상 상황은 외부에서 차관을 해오더라도 검사비를 낼 수 없는 정말 가난한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들을 위한 코로나 검진은 무료로 실시되어야 합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도 투명하게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중국 백신이 제일 먼저 접종될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화이저와 모더나가 반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접종 대상자가 아닌데, 힘 있고, 백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화이저, 모더나 백신을 뒤로 빼서 접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코로나 방역은 총체적으로 부실합니다. 야당 의원들은 무능한 보건부장관부터 경질하고, 새로운 의료과학자들을 영입해서 코로나 상황을 처음부터 다시 통제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전 국민의 백신 접종 완료 시기를 앞으로 2년 후 2023년 12월로 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의료행정과 시스템을 재정비해서 하루 속히 코로나가 엄격한 통제 속에 들어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