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하라.

요 16:32-33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음을 예언하셨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사람들은 제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죽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오신 하나님의 아들이심과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야이심을 고백했고, 그것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상식에서 보면 하나님의 아들은, 메시야는 결코 죽을 수 없는 신의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넘겨져 많은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 16:21)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에 관하여 모세 오경과 선지자들의 글과 시편에 기록된 예언들을 꺼내서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눅 24:44-48) 그러나 제자들에게 그 가르침들은 딱딱한 교실에서 듣는 너무 지루한 강의에 불과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제자들이 직관적으로 체감했던 것은 예수님의 죽음이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의 예언이 어떻든, 하나님의 뜻이 어떻든, 그런 말들은 제자들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생각은 오직 “왜?”에 꽂혀있었습니다. 왜 주님이 자꾸 죽는다는 말씀을 하는지 그것이 은근히 화가 날 뿐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더 화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가 다 각각 제 길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버려둘 것이다.” (요 16:32)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마 26:34)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요 13: ) 등등. 제자들은 예수님을 향한 자신들의 충성심을 과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깨를 들썩 올리면서 “헉! 우리가요? 예수님도 실수하실 때가 있으시네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랬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정확히 아시고 계셨지만, 제자들은 그들 스스로를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제자들이 어떻게 해서 그처럼 맥없이 무너지게 되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가롯 유다를 보고, 둘째는 베드로를 보고, 셋째는 다른 제자들을 보겠습니다. 가롯 유다의 무너짐을 한마디로 말하면 “정말 싫다!”였습니다. 그는 나름대로 예수님에 대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말씀들을 계속 하셨습니다. 십자가 죽음에 대한 말씀을 들을 때마다 그의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밀치고 올라왔던 말이 있었습니다. “정말 싫다!”였습니다. 그의 실망은 예수님을 팔아버리는 배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베드로의 무너짐을 한마디로 말하면 “정말 몰라!”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지키겠다고 칼을 뽑았던 사람이였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나는 정말 그를 모른다. 정말 몰라!”라고 주님을 세 번 부인했습니다. 다른 제자들을 보겠습니다. 그들의 무너짐을 한마디로 말하면 "정말 졸려!"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잠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세번 오셨다 가셨지만 그들은 끝내 잠을 이기지 못한 채 “정말 졸려!”라고 하면서 잤습니다.

    제자들이 막판에 보여주었던 그 “정말 싫다!” “정말 몰라!” “정말 졸려!”의 공통점은 그 말들이 [인간의 본능]에서 나온 말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제자들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입니다.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하고,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런데 그 인간의 본능을 넘어서지 못하면 그 누구도 십자가를 지고 갈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본능은 고통과 죽음을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3년 동안 예수님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지만, 십자가의 죽음 앞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인간의 본능 앞에서 그처럼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인간의 본능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약함을 누구보다 정확히 간파했던 사람은 사도 바울이었습니다. 바울에게도 인간의 본능이 있었지만, 그는 그 인간의 본능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바울의 고백입니다. “목표점 없이 달려가는 달음질이 되지 않기 위해서, 허공에 주먹만을 날리는 일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날마다 내 몸을 쳐 복종시킨다.”고 고백했습니다. (고전 9:26-27) 날마다 내 몸을 쳤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쳐서 죽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라고 고백했습니다. (갈 2:20) 바울을 그처럼 자신에게 있는 인간의 본능을 날마다 쳐서 복종시키고, 철저히 십자가에 못 박아 죽임으로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본능을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도 가롯 유다처럼 될 수 있고, 베드로처럼 될 수 있고, 잠에 빠진 다른 제자들처럼 될 수 있습니다. 요즘 교회를 보면 너무 실망스럽고, 목회자들을 봐도 실망스럽고, 크리스천들을 봐도 실망스럽습니다. 그래서 믿는 자들의 입에서 조차 “정말 싫다!”라는 말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시험에 든 사람들이 신앙을 던져버리고 떠나는 가롯 유다와 같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 때문에 고민은 많아지고, 스트레스로 인해 여러 질병에 걸리고, 불치병까지 얻게 되면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됩니다. 그 공포를 이기지 못하게 되면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부인하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세상 속으로 돌아가 숨어버리는 사람들이 나오게 됩니다. 또 다시 일어나 기도해보려고 하지만 기도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잠에 취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오게 됩니다. 예수님도 그들을 보시고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라고 하셨습니다. (마 26:41) 모두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인간의 본능 앞에서 무릎꿇은 무기력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누구에게나 힘들면 그만두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못된 사람들에게는 욕하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상처를 준 사람에게는 복수하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인간의 본능을 따라서 살면 안 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빌라도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으시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하여 가셨습니다. 가시다가 쓰러지시고, 또 쓰러지셨습니다. 그 주님을 보고 여인들은 가슴을 치며 울었습니다. 그때 로마 병정들이 길거리에 있던 한 사람을 끌어냈습니다. 구레네 사람 시몬이었습니다. 병정들은 그로하여금 주님이 지셨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도록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예수님의 십자가를 이어받았던 사람은 열 두 제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3년 동안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주님의 십자가를 이어받는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제자들은 여전히 인간의 본능에 묶여 군중을 뚫고 앞으로 나오지 못한 채 사람들 뒤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제자들은 길거리 사람보다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내일은 고난주일입니다. 십자가의 의미만을 아는 제자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십자가만 목에 걸고 다니는 제자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십자가를 들었다가 놓았따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줄로 십자가를 묶어서 질질 끌고 억지로 가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인간의 본능을 따른다면,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를 또 다른 구레네 시몬에게 넘겨줘야만 할 것입니다. 그것은 십자가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영광을 넘겨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롬 8:18)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결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본문 32절에서 “너희가 다 각각 제 길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온다.”라고 인간의 연약한 본능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인간의 본능을 이기는 방법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해답이 오늘 본문 33절에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예수님은 인간의 본능 때문에 흩어지고, 도망치고, 숨어버릴 제자들에게 "담대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담대함은 "예수님이 이미 세상을 이겼다."는 믿음에서 나옴을 암시해 주셨습니다. 인간의 본능,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주님이 주신 십자가를 지고 가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세상을 이기신 주님을 믿고 나아가십시오. "나도 인간이다."라고 연약한 말을 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주님이 선택하신 그 분의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담대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