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추억 여행

요 21:1-14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갈릴리에서 보자고 하셨습니다. (마 28:10) 그래서 제자들은 예루살렘에서 갈릴리로 이동했습니다. 그때 갈릴리로 갔던 제자들은 모두 일곱 명이었습니다. 요한은 그 명단을 기록했습니다. 베드로, 도마, 나다나엘, 야고보, 요한, 그 외 두 제자였다고 했습니다. (요 21:2) 갈릴리를 보자 제자들의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예루살렘에서 그들이 겪었던 공포와 두려움은 극점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이미 부활의 주님을 만난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두려움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포의 도시 예루살렘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갈릴리 호수를 보았을 때, 그들은 쪼그라졌던 가슴을 활짝 펼치며 큰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말했습니다.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간다.” 부활의 주님을 만났다는 기쁨보다는 주님을 세 번 부인했다는 죄책감이 그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갈릴리는 그의 고향이었지만, 예수님의 발자국이 가장 많이 묻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환희보다 주님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괴로움의 무게는 더욱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던 베드로는 그 힘듦을 잊기 위해서 바다로 나아가 정신없이 물고기를 잡고 싶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나오는 기록이지만 배 위에서 옷을 벗고 그물을 던졌던 사람은 베드로밖에 없었습니다. 동료들이 베드로에게 말했을 것입니다. “형님, 밤 공기가 찹니다. 옷을 입고 하세요.” 베드로가 말했을 것입니다. “나 건들지 마!” 베드로는 정말 물고기를 낚으려고 호수로 들어갔던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땀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며 “주님!, 주님! 주님, 제가 죄인입니다.”하면서 그물을 던지고, 또 던지고, 또 던졌을 것입니다.

        동이 서서히 트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해변에서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고기를 좀 잡았느냐?” 요한이 해변을 향해서 큰 소리로 “한 마리도 못 잡았소.”라고 했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제자들은 그 말씀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물고기가 가득 들어와 있었습니다.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기적을 보는 순간 요한이 힘차게 고개를 돌려서 해변에서 말씀하셨던 분을 응시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베드로를 향해서 외쳤습니다. “형님, 주님이십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베드로는 벗어놓았던 옷을 입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었습니다. 베드로는 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말했었지만, 그의 안중에는 처음부터 고기 같은 것은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갈릴리 이야기를 잠시 접고,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을 때, 제자들은 한 장소에 모여 문을 걸어 잠그고 공포 속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있었던 곳에 부활의 주님이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요 20:19) 제자들이 너무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주님의 평강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그렇게 1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요한은 그 두 번째 나타나심의 때를 첫 번째 만남 이후 “여드레”가 되는 날이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요 20:26) 즉 첫 번째 부활절 예배 후 두번째 주일예배가 되었던 주일이었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다시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주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습니다. “갈릴리에서 보자.” 제자들을 공포의 도시로부터 빼내셨던 주님의 배려였습니다. 그래서 공포의 도시로부터 빠져나와 갈릴리로 갔을 때 제자들은 비로소 가슴을 펴고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후 갈릴리에서 세 번째 만났을 때, 주님은 베드로에게 “너는 어떻게 나를 세 번씩 부인할 수 있었느냐? 이 나쁜 인간, 이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고 질타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가룟 유다가 죽어 열 한 제자가 되었는데, 갈릴리로 간 제자는 모두 일곱 명이었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네 명은 어디 있느냐? 내 말이 우습더냐? 의리 없는 놈들!”이라고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더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갈릴리로 왔던 일곱 명 중에 베드로와 함께 호수로 나아가 밤새 고기를 잡았던 제자들은 서너 명이었습니다. 나머지는 해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변에 있었던 제자들이 갑자기 작은 배를 타고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했습니다. 옷을 입은 채로 헤엄치고 오는 베드로를 향해서 가는 배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들은 베드로를 비켜 갔습니다. 그들은 물에 빠진 베드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갔던 것이 아니라, 그물에 가득 들어온 물고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갔던 것입니다. 요한복음 21:8절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육지에서 거리가 불과 한 오십 칸쯤 되므로 작은 배를 타고 물고기 든 그물을 끌고 와서” 얼굴이 화끈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베드로는 해변에 계셨던 주님을 향해서 헤엄쳤고, 다른 제자들은 잡은 물고기를 건지려고 역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12명에서 1명은 배신을 하고 죽었고, 11명에서 7명만 갈릴리로 갔고, 그 11명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물고기 잡으러 갔고, 나머지는 해변에 있다가 베드로가 아니라 잡은 물고기를 놓칠까 봐 힘차게 노를 저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제자들은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주님을 주목해 보겠습니다. 주님은 갈릴리에 늦게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마 26:31-32) 그래서 예수님은 분명히 제자들보다 [먼저] 갈릴리에 와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주님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 눈에 예수님이 보이지 않아도 주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제자들은 그 믿음을 갖지 못해서 갈릴리에서 그처럼 엉망진창이 되는 촌극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육지로 돌아온 제자들을 향해서 예수님께서 하신 일들을 보겠습니다. 베드로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초죽음이 되어 해변으로 올라왔고, 다른 제자들은 그물을 뭍으로 옮기고 물고기를 세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예수님은 “한심한 것들!”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자, 이리 와서 아침 먹자!” 주님의 음성은 헬몬산에 내린 새벽이슬처럼 너무도 부드러우셨습니다. 차라리 야단을 쳐주시는 것이 제자들에게는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리 와서 아침 먹자!”라는 말씀을 들었지만, 제자들 중에 그 어떤 누구도 주님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해변에 박힌 돌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구운 빵과 생선을 집어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셨습니다. 요한복음 21장 13절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 그 분이 우리 주님이십니다. 너무 부끄러워서, 너무 죄송해서 앞으로 나오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주님은 그렇게 친히 준비하신 조반을 가지고 일어나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주셨습니다. 그처럼 주님은 제자들을 지극히 사랑하셨습니다. 그들의 실수도, 그들의 허물도 다 용납해 주셨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갈릴리에서 다시 보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마지막 추억 여행]으로의 초대였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의 그 [갈릴리 초대]를 그처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던 사람인데 갑자기 사업이 무너질 때,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갑자기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 제자들처럼 두려움과 공포에 갇혀 성도의 삶을 한순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그들의 그런 연약한 모습, 흔들렸던 모습을 질타하지 않으셨습니다. 이해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갈릴리에 미리 와 계셨던 주님은 그런 말썽꾸러기 제자들을 위해서 캠프 화이어 성찬을 준비해 주셨던 것입니다. 주님이 주신 아침 성찬을 먹으면서 제자들은 자신들이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던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했습니다. 제자들의 마음이 다 정리되었을 때였습니다. 주님께서 더 부드러운 음성으로 베드로를 불렀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랬었습니다. 사랑이었습니다. 주님이 제자들에게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사업이 잿더미가 되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합니다.”입니다. 암 선고를 받고 살 소망이 없다는 선고를 받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합니다.”입니다.

        제자들은 갈릴리에서의 일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주님은 그 일들을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추억 여행이 되게 해주셨습니다. 그 여행을 [마지막 추억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이후에 제자들은 다시 갈릴리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다시 갈릴리]가 아니라 [세상의 끝]이 되었습니다. 요한이 굳이 7명 중에서 이름을 밝혔던 다섯 사람의 [끝]을 보겠습니다.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순교했습니다. 베드로는 로마에서 순교했습니다. 도마는 인도에서 순교했습니다. 나다나엘은 흑해가 있는 아르메니아에서 순교했습니다. 요한 자신은 밧모섬에 갇혔습니다. 마지막 추억 여행 이후에 갈릴리를 떠났던 그들은 그처럼 [땅끝 순교자]들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 어떤 환경에서도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그 어떤 위기를 만나도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설령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었을지라도, 주님은 아침 성찬을 준비하시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한 걸음 더 다가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함께 아침 먹자!” 그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 주님을 사랑합시다. 주님은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십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주님은 항상 우리보다 “먼저” 와 계십니다. 그 부활의 주님으로 인해 우리는 그 무슨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무슨 일도 이길 수 있습니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마태복음 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