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십자가

눅 22:44

    내일 일을 아십니까? 사람들은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합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 비기독교인들은 점쟁이를 찾아가고, 기독교인들은 예언 기도하는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아셨습니까? 그래서 속이 시원해 지셨습니까? 그래서 그들이 말한 대로 되었습니까? 꽝이었다면 다시는 그들을 찾아가지 마십시오. 그 어떤 사람도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답답한 내일이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신비한 내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내일을 정확히 아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다가오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정확히 아시고 계셨습니다. 마태복음 16:21절입니다. “이 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라.” 마태복음 17:22-23절입니다. “갈릴리에 모일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인자가 장차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매우 근심하더라.” 요한복음 2:19-22절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유대인들이 이르되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하더라.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었더라.”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무덤에 장사되시고, 삼 일째 되는 날 다시 살아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부활이 무엇입니까? 인간의 손이, 인간의 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란 뜻입니다. 부활은 영원한 생명, 영원한 승리를 의미합니다. 부활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손에 의해서 다시는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시고, 인간의 권력에 다시는 농락당하지 아니하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사실을 전제하고 오늘 본문을 보겠습니다.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라고 했습니다. (눅 22:44) 이 한글 번역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글 성경은 “힘쓰고 애써”라고 번역했습니다. 헬라어 원어 성경은 “ἐν ἀγωνίᾳ: 엔 아고니아”라고 했습니다. 모든 영어 성경은 그 원어대로 “in agony”로 번역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란 뜻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영어 번역이 원어에 가깝습니다. 예수님은 기도하실 때 단순히 힘쓰고 애쓰신 것이 아닙니다. "엄청나게 큰 두려움 속"에서 간절하게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느끼고 있었던 그 두려움을 숨기지 않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마태복음 26:38절입니다. “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라고 하셨습니다.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는 표현은 주님께서 큰 두려움 속에 계셨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하실 때에도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 십자가의 죽음은 그처럼 무섭고, 그처럼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십자가 위에 달려 못 박히신 손과 발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흘렀습니다. 그 때도 주님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그렇게 절규하셨겠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예수님은 내일 일을 아시는 분이라고 했었습니다. 주님은 죽으시고 삼 일 후에 부활하실 것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삼일 후에 부활하실 것을 이미 알고 계신 주님이셨다면 구태여 죽음을 그처럼 두려워하실 필요가 있으셨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부활하실 것을 이미 아시는 주님이셨다면 구태여 하나님을 원망하듯이 왜 나를 버리시느냐고 말하실 필요가 있으셨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염려하셨고, 근심하셨고, 두려워하셨고, 왜 아들을 버리시느냐고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그것은 십자가의 죽음이 [대속의 죽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죄가 있어서 죽으신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위해서 “대신” 그 자리에 들어가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대신” 우리가 되어 주셨기 때문에, 주님의 연약함은 우리가 보여줄 연약함이었고, 주님의 고통은 우리가 당할 고통이었고, 주님의 두려움은 우리가 겪게 될 두려움이었고, 주님의 죽으심은 우리가 처하게 되는 영원한 죽음을 가리켰습니다.

    그러므로 애처러운 눈빛으로 주님을 동정하지 마십시오. 얼마나 두려우셨을까?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죄 값으로 받게 될 두려움을 주님이 대신 두려워해주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무서운 정죄와 심판을 주님이 대신 담당해 주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슬픈 눈으로 주님을 바라보며 동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은 슬픈 마음으로 우리의 가슴을 치고, 우리의 가슴을 찢고 우리의 죄를 회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예수님을 보고 우는 여인들에게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하여 울라.”라고 하셨습니다. (눅 22:28)  지금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회개’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십자가에서 운명하셨던 주님의 시신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세마포에 쌓인 주님의 몸은 아리마데 요셉의 무덤에 안치되셨습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뒷걸음으로 다시 골고다 언덕으로 돌아가봐야 합니다. 예수님이 달리셨던 십자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습니다. 그 십자가 위에 주님은 없었지만, 그 십자가에는 아직도 주님의 보혈이 가득 묻어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골고다 언덕에서 다시 뒷걸음으로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보겠습니다. 그곳에도 예수님은 계시지 않으셨지만, 예수님이 엎드려 기도하셨던 그 자리에는 여전히 땀이 핏방울이 되어 떨어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보혈은 골고다에만 있었던 것이 아나라, 겟세마네 동산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주님이 걸어가신 보혈의 길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십자가를 지고 주님 가신 길을 따라가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십자가의 길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고백만큼 우리의 실천도 신중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예수님의 핏방울은 땀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땀이 핏방울이 될 때까지 기도하셨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몸부림치며 간절히 또 간절히 기도해야만 땀이 피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도 기도합니다. 그러나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몸부림치며 기도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몇 마디 기도하고, 몇 번 기도하고, 몇 시간 기도하고, 기도했다고 말합니다. 한없이 부족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땀이 없는 기도는 핏방울 기도가 될 수 없습니다. 땀이 피가 되도록  기도하는 이들만이 피묻은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찬송 311장

내 너를 위하여 몸 버려 피 흘려

네 죄를 속하여 살길을 주었다.

너 위해 몸을 주건만, 넌 나에게 무엇 주느냐?

너 위해 몸을 주건만, 넌 나에게 무엇 주느냐?

죄 중에 빠져서 영 죽을

인생을 구하여 주려고 나는 피를 흘렸다.

네 죄를 대속했건만 너는 무엇하느냐?

네 죄를 대속했건만 너는 무엇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