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84호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미얀마 9차 선교: 칼라이미오 학생 수련회

칼라이미오(Kalaymyo)를 향하여

      철도와 고속도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미얀마에서는 항공기 이용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되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결코 가능한 일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 혹은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털털 버스를 타고 먼 여정을 시작합니다. 과연 누가 비행기를 탈까? 하지만 양곤(Yangon) 국내선 공항은 새벽부터 많은 내국인 승객들로 분주했습니다.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승객들이 다 탑승을 하자마자 곧바로 비행기는 머리를 휙 돌려 활주로로 이동을 했습니다. 비행기가 너무 가벼운 것일까? 메뚜기를 탄 것처럼 의자가 통통 튀었습니다. 기장의 안내 방송이 떨어졌습니다. “이륙하겠습니다.” 땅에서 떨어지자마자 이제는 잠자리를 탄 것처럼 몸이 훌훌 거렸습니다. 정상 고도에 이를 때까지 오랫동안 기내 에어컨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은 의자에 꽂혀 있던 비상 탈출 안내서를 꺼내어 부채질을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프로펠러가 금새라도 푸드득하고 꺼지면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날아온 황사였을까?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하늘에 그런 황토색 띠는 처음 보았습니다. 1시간 40분 후, 꽈당 쿵쿵 소리를 내면서 만다레이(Mandalay) 공항에 바퀴를 내렸습니다. 칼라이미오 행 비행기로 갈라 타기 위해서 만다레이 공항에서 약 6시간 동안 지루한 대기를 해야만 했었습니다.

       공항 터미널의 에어컨 역시 신통치가 않았고, 앉아서 편히 쉴만한 곳도 없었습니다. 화장실은 꼭지 발걸음으로 걸어서 들어가야만 할 정도로 더러웠고, 공항 안에는 식당 하나가 없었습니다. 다행이 커피를 파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서 점심을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생수를 함께 주문했는데, 밥을 다 먹도록 가지고 오지 않아 결국 종업원을 불렀습니다. 그가 깜빡 잊은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생수 한 병을 가지고 와서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영어로 “Sorry."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아담목사가 국수를 먹다 말고 눈을 크게 뜨면서, “와우~~ 미얀마 사람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 정말 오랜만에 듣습니다.”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얀마 사람처럼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안 하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거만함이 아니라 지나친 수줍음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감사하면 조용히 웃고, 미안하면 머리를 긁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표현의 전부라고 했습니다.

       6시간 후, 두 번째 비행기로 칼라이미오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민국 직원이 출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족집게처럼 내 여권을 꼭 빼서 이민국 사무실로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고, 단지 내 이름과 여권 번호 그리고 비자 번호를 자신의 노트에 적은 후, “통과!”라고 했습니다. 미얀마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목회자 자녀들을 위한 수련회

      칼라이미오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장년 부흥회로, 두 번째는 목회자와 장로 세미나로, 세 번째는 목회자 사모 세미나로, 그리고 이번 네 번째는 목회자 자녀 수련회로 오게 되었습니다. 장로들과 성도들의 자녀들도 간절히 참석을 희망했지만, 28개 교회의 목회자 자녀들만 초청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오래 전에 친(Chin) 목회자들로부터 받았던 특별한 부탁 때문이었습니다. 자녀들이 산에서 목회하고 있는 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고, 그것 때문에 교회와 마을에서 많은 문제들을 만들고 있어 자녀들을 위한 특별 치유 수련회가 필요하다고 간절히 부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맡아 줄 교사로 양곤(Yangon)으로부터 아담목사를 비롯해서 피터(Peter)목사와 춘춘(Chunchun) 여전도사가 함께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수련회는 3박 4일 동안 새벽부터 저녁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부모들은 목회자 모임을 통해서 서로 잘 알고 있었지만, 목회자 자녀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목회자 자녀들만 모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한참 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질문을 해도 좀처럼 대답을 주지 않았고, 손을 들어서 의사를 표시해 보라고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답을 강요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더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달레이 공항에서 아담이 말했던 “수줍음”에 대한 말이 친(Chin) 학생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만나면 인사 대신에 아이들은 의자 뒤로, 문 뒤로 숨기에 바빴습니다. 그런 수줍음은 앞으로 리더들이 되어야만 하는 아이들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태도였습니다. 그래서 교사 모임을 열어서 수련회의 목적과 목표를 조금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교사들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나는 설교를 통해서 학생들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올 수 있도록 집중하자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아이들은 매일 매일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의자는 마치 찜질방 온돌처럼 앉으면 금새 땀이 뚝뚝 떨어지게 했습니다. 전기는 매일 단전되었습니다. 저녁 8시가 되어야 전기를 공급해 주었습니다. 2,000m 시원한 곳에서 내려온 산골 아이들에게 산 아래 폭염은 정말 살인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말씀에 붙잡혀 있었습니다. 그런 외부의 환경은 그들에게 장애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나를 보면 먼저 인사를 했고, 예배가 끝나면 예쁜 미소를 가지고 다가와 악수까지 했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매일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슴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첫째는 식사 문제였습니다. 가난한 목회자의 자녀들이였기에 잘 먹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담목사에게 지난번 사모 세미나 때처럼 하지 말고, 제발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서 매 식사 때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흰 쌀 밥과 닭고기가 전부였습니다. 그 이유를 듣고 다시 가슴이 아팠습니다. 돼지고기 요리와 생선 요리를 해서 내놓았지만 고스란히 식탁 위에 남겨놓고 일어났습니다. 이유는 “자주 안 먹어 봐서.”였습니다. 옥수수 죽(비아님: Via Nim)만 먹고 자란 아이들이 제일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흰 쌀 밥과 닭고기였습니다. 결국 내가 먹이고 싶어서 주문했던 메뉴들은 모두 취소가 되었습니다. 수련회가 끝날 때까지 오직 흰 쌀 밥과 닭고기만 제공되었습니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또 한 가지 가슴 아픈 일은 기독교 교육의 부실 혹은 부재였습니다. 모두가 목회자 자녀들이었지만, 그들이 귀로 들었던 “성경 이야기” 외에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성경 지식은 유치원 수준이었습니다. 찬양 역시 Chin 말로 된 Chin 노래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네 번 방문이었지만, 그들은 늘 같은 Chin 노래만 불렀습니다. 새 찬양 곡이 없었습니다. 양곤에서 올라 온 피터목사와 춘춘 여전도사가 간단한 영어 복음 찬송들을 매일 매일 가르쳐서 저녁 예배 때 특송으로 부르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흙 속에 감춰진 보석이 아니라, 무관심 속에 길거리에 버려진 하찮은 돌처럼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번 목회자 자녀 수련회를 통해서 Chin Hill에 있는 어린이와 학생 그리고 청년 선교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또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그 선교의 방향을 찾는데 중요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4일 전, 수줍던 산골 아이들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을 추고, 함께 하하호호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하는 친한 벗들이 되었습니다. 아빠 엄마에게 쓴 “사랑의 편지”가 읽혀졌습니다. 모두들 숙연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나아와 하나님과 교사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남학생이 일어나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앞에 나를 일으켜 세우고 말하기를, “목사님, 우리에게 약속해 주세요. 내년에도 저희들을 위해서 수련회를 또 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아이들 역시 “해주세요. 해주세요.”라고 지원 사격을 했습니다. 4일 전에 만났던 그 수줍던 산 아이들이 정말 맞나 싶었습니다. “그래, 우리 또 내년에 만나자!”라고 하자 아이들은 큰 소리를 내며 기뻐했습니다.

      첫 번째 목회자 자녀 수련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Chin 아이들이 자라서 미래 미얀마 선교를 이끌고 나아갈 수 있는 훌륭한 크리스천 리더들이 될 수 있도록 간절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목회자 자녀 수련회를 위해서 기도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