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폭약을 파는 상인들

새해 첫 시간이 되면 필리핀은 대 폭발이 일어나는 폭약고가 된다. 중국으로부터 받은 문화이고, 미국이 그것을 유혹적으로 만들어주었다. 필리핀에서는 크게 두 가지 폭죽 놀이를 한다. Fireworks와 Firecrackers이다. Fireworks는 우리가 흔히 보는 공중에 수놓아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다. 문제는 Firecrackers이다. 이것은 폭약이다. 엄청난 폭발음이 난다. 정부에서 폭약의 파우더 량을 정해주고 엄격히 준수해 줄 것을 제조업자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다. 필리핀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큰 소리에 중독된 환자와 같다. 크지 않으면 그것은 소리가 아니다. 중독자들처럼 더 큰, 더 큰, 더 큰 폭음을 찾는다. 폭음이 적은 Firecracker는 팔리지 않는다.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60km되는 곳에 불라칸(Bulacan)이란 시가 있다. Firecracker를 제조하는 주 생산지이다.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업체는 약 500개이나, 불법 조제업체의 수는 약 100,000개로 추산하고 있다. 성탄절과 새해에 판매되는 한 해 폭약 매출액은 약 4억 페소(미화 800만 달러)에 이른다. (2007년) 상상을 초월하는 비즈니스다.

불법 조제업체에서 더 큰 소리를 내는 폭약을 제조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매년 대형 사고들이 터져 수 십 명이 사망하고, 수 백 명이 장애인이 된다. 희생자 대부분이 10세 이하 어린이들이다. Firecrackers는 탄소, 염소, 칼륨, 알루미늄, 유황, 금속 등을 갈아서 섞은 뒤 종이로 포장한다. 즉 폭약을 손에 올려놓고 터트리는 것과 같다. 거리에서 팔고 있는 폭약의 종류는 수 십 종류에 이른다. 마늘처럼 수 백 개 폭약이 줄줄이 묶여 있는 것을 Sawa라고 한다. 한 줄에 1,000개가 묶여져 있는 것은 500페소(15,000원)한다. 10,000개가 묶여 있는 Sawa는 3,000페소(9만원)한다.

장애인이 되는 큰 사고는 주로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싸구려 폭약들에서 일어난다. 하나에 4페소(100원)하는 Regalo, Piccolo, Watusi, Whistle Bomb 등등이다. Regalo는 삼각 김밥처럼 생겼다. 폭발음이 대단하다. Piccolo는 성냥개비처럼 상자에서 빼는 순간 동시에 점화되는 폭약이다. Watusi는 벽에 그어 점화 시킨 뒤 던져서 터트리는 폭약이다. Whistle Bomb은 땅에 꽂고 불을 붙이면 심지가 타면서 휘파람 소리를 내며 하늘로 솟아 올라가 공중에서 빵하고 터지는 폭약이다. 이 싸구려 폭약들이 매년 수 백 명의 어린이들을 장애인으로 만들고 잇다.

필리핀에는 각 집에 개, 고양이, 닭들이 많다. 특별히 개는 밤새 짓는다. 처음 필리핀에 온 방문자들은 밤새 짖어대는 개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는 한다. 그 개들이 12월 31일 자정부터 1월 3일까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흰 끈으로 머리를 묶고 누워 있는다. 제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약 4-5일이 걸린다. 정상적인 사람도 그 엄청난 폭약소리에 정신이 어떻게 될 판인데, 사람의 청력보다 10배가 넘는 능력(?)을 가진 개들은 사람보다 10배나 더 큰 폭격을 받고 정신을 놓았다가 며칠 만에 깨어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삼각형 폭약 Regalo는 “선물(gift)"이란 뜻이다. 과연 선물일까? 장애인이 되게 하는 사탄의 선물일 뿐이다. 폭약에 미쳐 가는 이 민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선교사의 해야 할 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