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혁을 향한 아퀴노대통령의 칼날이 심상치 않다.

마닐라 시내 교통 체증은 세계 1등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시내 거리가 하루 종일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꽉 막혀 있다.
20년 전에 있었던 시내 차선들은 확장 공사 없이 변화없는 모습으로 그대로 있다.
그래서 매일 매일 늘어나는 차량 증가때문에 마닐라는 점점 교통 지옥이 되어가고 있다.

그 교통 지옥 속에서 시민들을 더욱 더 짜증스럽게 만드는 것이 있다.
흔히 권력을 쥔 자들의 거만한 질주들이 그것이다.
슈퍼를 갈 때도 그들은 경찰 사이카를 대동하고 불을 번쩍 거리며 사이렌 소리를 왕왕 거리며
"다들 비켜, 비키란 말이야, 너, 너도, 비켜.. 죽고 싶어! 빨리 비켜.. 비켜..."하며 간다.

그래서 아퀴노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을 하게 되면
사이렌을 울리며 거리를 질주하는 왕왕(Wang-wang) 특권층들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그 약속대로 대통령 취임식 날 대통령 자신이 먼저 그 약속을 지켰고
지금은 전 교통 경찰들에게 왕왕족들을 엄중히 단속하라는 새 교통 법규를 하달해서 시행 중이다.

필리핀 거리에서 이상한 번호판을 달고 달리는 차량들을 자주 보게 된다.
아무런 표시 없이 앞 뒤 번호판에 단지 숫자 [1]만 달고 다니는 차량이 있다.
그 외에 2번, 3번, 4번, 5번, 6번, 7번, 8번이란 숫자만 달고 사이렌을 울려며 달리는 차들이 있다.

1번은 대통령(1명)
2번은 부대통령(1명)
3번은 상원의장(1명)
4번은 하원의장(1명)
5번은 대법원장(1명)
6번은 정부 각부처 장관들 (29명)
7번은 상원의원(24명)
8번은 하원의원(257명)들에게 부여된 특별 번호판이다.

특별히 7번, 8번 번호판을 단 차량들은 거리의 무법자들처럼 질주하기 일수였다.
교통 법규를 어겨도 그 누구도 그들을 잡지 않았다.
더욱이 하원의원 한 사람이 차량을 10대 보유하고 있으면
8번 번호판을 10개를 받아 자기 모든 차량에 붙이고
부인도 자녀들도 왕왕족이 되어 남편, 아버지 국회의원처럼 거리를 활보하며 다녔다.

그러나 새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상원, 하원들에게 각각 1개 번호판만을 부여하며
7번(상원의원), 8번(하원의원) 차량은 앞으로 불을 번쩍이며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 호위를 받으며 시내를 질주할 수 없다는 새 교통법규를 시달했다.
또한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의원들은 자진해서 7번, 8번 번호판을 반납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반납하지 않고 여전히 7번, 8번 번호판을 달고
비켜 사이렌을 울리며 마닐라 거리를 종횡무진 달리는 멍청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28일 Quezon City (퀘존시티)에서8번 번호판을 달고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질주하고 있는 차량 한 대를 경찰이 잡아 세웠다.
전 하원의원 Annie Suano의 차량이었다.
그녀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했지만
경찰은 그 자리에서 8번 번호판을 압수했고, 그녀에게 벌금 딱지를 발행했다.
과거에 도저히 볼 수 없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지금 필리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쥔 자들은 "그렇다면 국회에 나갈 때마다 지각을 하라는 말이냐?"하며
아퀴노대통령의 새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아퀴노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공약만이 아니라 약속대로 사회 개혁이 실행되고 있는 일면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새 정부 주도 하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물결이 중단없이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