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66호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부지의 필요성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루어지는 기독교 선교에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가 미얀마에서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단체) 단체로 활동을 하게 되면 신변 안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폭넓은 선교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우선적으로 NGO 등록을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그 첫번째 구비서류 중에 하나가 선교 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등기를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월부터 메얀청 부근에 있는 부지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에 아담목사로부터 15,000평 부지를 찾았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원래 미얀마 제4차 선교가 5월에 계획이 되어 있어서 그때 가서 부지를 매입하고 곧바로 NGO 등록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땅 주인이 5월까지는 기다릴 수 없고 3월까지 오면 그 땅을 팔겠다고 해서 3월 방문이 급히 이루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메얀청을 향해서
메얀청에 도착하자마자 부지 예정지로 이동을 했습니다.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메얀청 한센 센타로부터 차로 약 15분 정도 깊이 들어가는 곳에 부지가 있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15,000평(5헥타르)이었지만 평지가 아니라 깊은 계곡으로 되어 있어 약 50%만 사용이 가능한 땅이었습니다. 언덕 아래에는 그림 같은 호수가 있어서 주변 전경은 에덴 동산처럼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러나 한센인 정착촌 용도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첫째는 토질이 거칠고 푸석푸석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한 땅이었습니다. 둘째는 학생 선교 센타로 활용하기에는 메얀청 학교로부터 거리가 너무 멀었습니다. 주인이 제시했던 가격은 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었습니다. 미얀마 목회자들은 그동안 많이 알아보았지만, 이만한 부지에 그만한 가격은 없었고, 매일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 시골 학생들에게 그 정도 거리는 결코 멀지 않다고 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하고 한쪽 구석으로 가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땅에서는 그 어떤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얀마 목회자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땅은 포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제 결정에 많이 당황하고, 많이 미안해 했던 사람은 아담목사였습니다. 그는 “죄송합니다. 이 땅을 보시고 마음에 드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주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계약을 했으면 해서 오시라고 했는데... 제가 헛걸음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그에게 하나님께서 더 좋은 부지를 주실 것이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곳을 떠났습니다. 아침부터 메얀청 한센 센타 관리자인 “하치”가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차 앞에서 인도를 해주었는데, 메얀청 학교 부근에 이르자, 갑자기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내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영문을 모른 체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는 우리를 한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빈 2층 집이었습니다. 앞마당, 옆마당, 뒷마당이 널찍한 집이었습니다. 넓은 땅은 아니었지만 대지가 약 300평 되는 집이었습니다. 학생 선교 용도로 쓰기에는 좋은 장소였습니다. 메얀청 학교 교문으로부터 약 100m, 메얀청 보건소로부터는 약 10m 정도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넓은 2층 집은 당장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튼튼했습니다. 마음에 기쁨이 생겨서 목회자들을 불렀습니다. 한센 정착촌 프로젝트는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먼저 그곳에서 학생 선교를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모두들 “아멘”했습니다. “하치”는 집 주인이 메얀청으로부터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내일 오전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하치”는 돈이 당장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일 분명히 집을 팔 것이라고 했습니다. 모두 기쁜 마음을 가지고 양곤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메얀청을 향해서
오전 일찍 메얀청 한센 센타에 도착해서 매월 한 번씩 갖는 집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선교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전하고 기도를 마쳤을 때, 모든 환우들이 큰 소리로 “아멘”이라고 했습니다. 코끝이 오랫동안 찡한 감동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하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아담과 나누는 대화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하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아담목사의 고개는 점점 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잠시 후, 아담목사가 무겁게 몸을 일으키고 내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목사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인이 크리스천들에게는 절대로 팔지 않겠다고 한답니다. 돈을 열 배를 줘도 팔지 않겠다고....” 함께 갔던 목회자들 역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민킨(Myint Khin)과의 만남
미얀마의 더위는 살인적이었습니다. 5분만 밖에 서 있으면 머리가 다 삶아져서 손으로 머리카락을 훑으면 통째로 다 벗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움직일 때마다 아담목사는 우산을 들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메얀청을 떠나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양곤으로 출발하기 전에 더위를 식힐 겸 차가운 음료수 한 잔하고 떠나자고 했습니다. 비록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모두들 더운 날씨에 수고가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메얀청을 갈 때마다 들렸던 구멍가게가 있었습니다. 메얀청 한센 센타 입구 바로 건너편에 두 구멍가게가 있는데, 항상 오른쪽 가게로 가서 쉬었다가 출발을 하고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가 앞에서 인도도 하지 않았는데 모두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왼쪽 가게로 향했습니다. 주인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런데 비스켓과 음료수를 내놓은 주인은 가지 않고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맥 빠진 우리의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아담목사는 계약이 무산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더니 왜 메얀청으로 들어오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줄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민킨(Myint Khin)이며, 메얀청을 이끄는 리더(Elder)들 중에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에게 약 15분 동안 메얀청을 향한 나의 비전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메얀청에 부지를 갖게 된다면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메얀청 한센인들과 그들의 자녀들 그리고 메얀청 주민들을 위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민킨은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나를 향해서 깊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선생님 같은 분에게 찾아가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데, 먼저 저희를 찾아와서 우리를 도와주시겠다고 하니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나의 어머니는 부잣집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한센병에 걸리면서 가족들은 어머니를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한센 환자였던 아버지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난한 한센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가난했던 부모님은 저를 학교에 보내주지 못했습니다.” 민킨의 가슴 아픈 사연은 조금 더 계속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매듭을 지었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불교 신자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아버지는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금 전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마음 속으로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제 땅을 기증하겠습니다. 대신 말씀하신대로 메얀청 사람들 특별히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땅을 기증한다 말에 너무 놀라서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습니다. 민킨은 우리를 그의 땅으로 인도했습니다. 그의 땅은 메얀청 학교로부터 약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한 언덕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서 긴 손을 내밀며 경계선을 가리켰습니다. “저기 왼쪽 끝에 서 있는 망고나무가 보이시지요? 그리고 오른 쪽 저 끝에 서 있는 야자나무가 보이시지요? 거기까지가 제 땅입니다.” 망고나무도, 야자나무도 가물가물하게 보였습니다. 그에게 물었습니다. “크기가 어느 정도입니까?” “5헥타르입니다.” “아하~~ 하나님!”

하나님은 그렇게 미얀마 [고센]을 예비해 놓으셨던 것입니다. 온 몸이 수만 볼트 전류에 감전된 느낌이었습니다. “오! 하나님, 오! 하나님” 가슴이 너무 떨려서 입 밖으로 그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얀마 목회자들 역시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기에 몇 번이고 민킨 형제에게 확인을 했습니다. “정말 이 5헥타르 땅을 저희에게 기증하시는 것입니까?” 그는 몇 번이고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네. 기증하겠습니다. 그러니 오셔서 저희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 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돌아오면서 그는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그의 땅은 도로에서 약 100m 정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로변에서 자기 땅까지 연결될 수 있는 땅을 구입한다면 앞으로 5헥타르의 땅을 개발할 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침 대로변에 있는 땅으로 폭이 60m, 길이가 120m가 되는 부지가 매물로 나와 있는데, 그 주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땅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곳으로 가서 보니 너무도 좋은 땅이었습니다. 그 땅을 구입한다면 학생 선교 센타로 활용할 수 있고, 뒤로 가면 5헥타르 땅과 곧바로 연결이 되는 땅이었습니다. 또한 뒤에는 큰 호수같은 연못이 있어서 너무도 평화로운 땅이었습니다.

민킨 형제는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주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한참동안 통화를 하고 우리에게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팔겠답니다.” 우리 모두 “예스! 할렐루야!”하며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땅 주인이 현재 양곤에 살고 있어서 민킨이 양곤까지 동행해 주기로 했습니다. 양곤으로 내려가면서 민킨이 제안을 했습니다. “한국 목사님은 같이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외국 사람이 땅 값을 지불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값이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만 호텔에 먼저 떨ㄹ어져 그곳에서 기다렸습니다.

3시간 후, 노크 소리가 났습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아담이 앞에 서 있었고, 뒤에 아담목사 아내 젤리 그리고 피터목사, 아데목사가 서 있었습니다. 아담목사는 뒤에 감추었던 계약서 원본을 앞으로 꺼내면서 “짜짠!”했습니다. 계약이 성사되었던 것입니다. 저희가 성사시킨 가격은 미화로 3,300불이었습니다. 너무도 좋은 가격이었습니다. 축복이었고 기적이었습니다. 무슨 말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을까요? 시편에 있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의 행하신 기적이 많고, 우리를 향하신 주의 생각도 많소이다. 내가 들어 말하고자 하나 주의 앞에 베풀 수도 없고, 그 수를 셀 수도 없나이다.” (시편 40:5)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그 기묘하신 수들을 우리는 결코 셀 수가 없었습니다.

아담이 찍어놓았던 15,000평 땅을 포기하도록 결단하게 하셨던 것도 하나님의 비밀하신 수였습니다. 모두들 낙심하고 있을 때, 한 번도 들린 적이 없었던 왼쪽 가게로 발걸음을 인도하셨던 것도 하나님의 비밀하신 수였습니다. 그곳에서 민킨 형제를 만나게 하셨던 것도 하나님의 비밀하신 수였습니다. 학생 선교 센타로 사용될 부지 계약을 아무런 문제 없이 성사되도록 민킨 형제를 양곤까지 동행하도록 해주신 것도 하나님의 비밀하신 수였습니다. 모든 과정에 하나님의 개입하심이 있으셨습니다. 우리의 계획보다 높고, 우리의 생각보다 크신 하나님의 무수한 수들을 높이 찬양합니다.

이것은 시작입니다. 이제 우리는 미얀마 고센의 땅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이루어 가실 놀라운 일들을 보고 듣게 될 것입니다. 미얀마 제4차 선교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이 승리의 소식을 전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미얀마 고센 땅을 매입할 수 있도록 부지 헌금을 후원해 주셨던 몬트리올연합교회 안승순집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미얀마 양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