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얀청 지도자들을 초대해서 갖은 모임에 최영인선교사가 함께 했습니다.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 한쪽에서는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회의장 안에 있었고, 아내는 카메라를 들고 회의장 주변에서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한 남자가 물탱크에서 물을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물로 100명분 점심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물 색깔이 너무 요상해서 아내가 물탱크로 갔습니다. 메얀청은 물이 귀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회관인 회의 장소 역시 한 구석에 시멘트로 만든 물저장 탱크가 있었던 것입니다. 칸이 10개 정도 되는 탱크였는데 물은 그 중 한 탱크에만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저장된 물을 보는 순간 아내는 기절하듯 놀랬습니다. 흙탕물이 아니라 거의 썪은 물에 가까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물로 점심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회의가 끝났습니다. 드디어 점심 식사 시간. 그때서야 아내가 제 옆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원래 비위가 약한 사람입니다. 미얀마 음식에는 매우 특이한 냄새가 납니다. 미얀마에 올 때마다 저에게도 가장 힘든 것이 더운 날씨보다 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귀속말로 오늘 음식도 냄새가 많이 나니 많이 먹지 말고, 먹는 흉내만 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준 밥을 다 먹고, 조금 더 달라고 하면서 밥을 더 먹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왜 그래? 냄새 안 나? 맛 있어? 내 밥까지 더 줄까?"했더니,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밥 다 먹고 나면 제가 데리고 갈 곳이 있어요. 이 음식을 어떤 물로 만들었는지 알면 당신은...." "어떤 물로 했는데?" "일단 밥이나 다 잡수세요." "......."

밥을 다 먹자, 아내는 저를 데리고 물탱크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보세요. 이 물로 오늘 점심 음식을 했습니다. 보고나서 음식 먹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이 사람들이 너무 너무 불쌍해서 꾹꾹 참으면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맑은 생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그 어떤 일이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라고 했습니다.

"이 물로 오늘 음식을 했다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메얀청에서 할 일이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