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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뒤에 숨어 있는 사람들 (요 4:4-26)

양한갑님 | 2020.05.30 13:53 | 조회 63

장벽 뒤에 숨어 있는 사람들

4:4-26


 



    이 말씀을 준비하고 있는데, 멀쩡했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그리고 거센 바람에 나무 가지들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곧바로 천둥과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필리핀의 날씨는 예측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에게 예수님의 오심은 그 바람, 그 천둥, 그 번개, 그 폭우와 같았을 것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미스터리 여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녀에게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고, 현재 살고 있는 남자는 남편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여인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그녀와 함께 했었던 남자들에 대한 정보는 더 이상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녀를 보면, 그녀의 삶이 참으로 기구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동과 혼란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뒤섞인 생각을 혼동(confusion)’이라고 한다면, 뒤죽박죽 뒤엉킨 상태는 혼란(chaos)’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삶은 그 자체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녀가 직면했던 문제는 이 남자를 택할까, 저 남자를 택할까 하는 생각의 혼동이 아니라, 여러 남자들 때문에 그녀의 삶이 뒤죽박죽 되어버렸던 혼란의 문제였습니다. 그녀가 진정으로 추구했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요? 그녀의 삶에 다가갔던 일곱 번째 사람은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한 남자가 아니라 메시야로 다가가셨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삶은 예수님을 만난 이후에 완벽하게 변화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수가(Sychar)성 야곱의 우물가에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역사적 편견때문에 첫 대화부터 꼬였습니다. “유대 사람인 당신이 어떻게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 하십니까?”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유대인과 사마리아인 사이에 놓인 근본적인 대립 관계를 문제 삼았습니다. 유대인에게는 시온 산이 있었고, 사마리아인에게는 그리심 산이 있었는데, 그 두 산처럼 두 공동체 사이에는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무서운 장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높은 장벽을 허물고 사마리아 지경으로 들어가셨던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갈릴리로 올라가시는 중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절대로 밟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이용했던 길은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일단 내려가서 요단 강변을 타고 갈릴리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적대시했기 때문에 그처럼 먼 길을 돌아서 갈릴리로 올라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사마리아를 관통해서 갈릴리로 가시겠다고 하신 것입니다. 갈릴리에 다급한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아니면 예루살렘으로부터 추격을 당해 사마리아 지경으로 들어가 급히 몸을 숨기시려고 하셨던 것입니까?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마리아 복음화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수가성 방문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교전략적 공습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마리아 진입은 처음부터 전략적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사마리아인을 롤모델(Role Model)로 세우셨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볼 수 있듯이 잘난 율법 교사들, 제사장들, 레위인들의 코를 한 사마리아인 앞에서 납작하게 만드셨습니다. 열 명의 한센인들에게 기적을 베푸셨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사장에게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 예수님께 돌아온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아홉 명의 유대인들은 어디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마리아인을 높이 올려주셨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처럼 사마리아인들은 빼놓을 수 없는 예수님의 선교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주셨던 마지막 사명은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 (1:8)”였습니다. 이 세계 선교 지도에 사마리아가 확실하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사마리아를 중요한 선교전략 지역으로 삼으셨다는 뜻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유대로, 온 유대에서 땅 끝으로 예수의 복음을 전파할 때, 온 유대와 땅 끝을 이어주는 선교 거점 지역이 바로 사마리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승천 이후에 그 선교 지도는 변경되었습니다제 2 선교 거점 유대에서 제 4 선교 거점 땅 끝으로 나아갈 때, 중요한 다리가 되었던 제 3 선교 거점은 사마리아가 아니라 안디옥(Antioch)이 되었습니다. 제자들의 선교 전략이 유대인 회당 중심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마리아에는 유대인의 회당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초대교회가 가지고 있었던 유대교 회당 중심의 선교전략을 우리까지 이어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본문에 있는 예수님의 사마리아 선교로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선교를 위해서 유대주의 전통적 장벽을 허물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인종차별의 장벽을 허물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오해와 편견의 장벽을 허물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시온산과 그리심산 사이에 있는 장벽을 허물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은 그가 누구이든, 그가 어떻게 살았든, 그가 구원을 갈망하고, 그에게 예배를 사모하는 목마른 갈증이 있다면, 예수님은 그에게 아낌없이 생명수를, 구원을 그리고 참 예배의 신령한 영을 부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혼자서 사마리아 땅으로 들어가셨던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데리고 함께 들어가셨습니다. 그것은 유대 전통의 장벽, 인종차별의 장벽을 넘어 들어가 제자들로 하여금 그 장벽 뒤에 숨어 있는 잃은 양들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일을 통해서 제자들에게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누가 너희의 적이냐?” 사마리아인은 유대인이 피해야만 하고, 차별해야만 하는 적대 대상이 아니라, 예수의 복음 즉 새 언약으로 품어야만 하는 선교 대상임을 알게 해주셨던 것입니다.

 

   오늘도 이 땅에는 높은 장벽 뒤에 숨어서 울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예수님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에게 할 일이 주어진 것입니다. 그 장벽들을 허물고 찾아가서 그들을 안아주고 품어줘야 합니다. 장벽 뒤에 있는 한센인들, 재소자들, 가난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높은 산에 있는 사람들, 지하교회에 있는 사람들, 폭력 현장에 있는 사람들, 장애인들, 외로운 사람들, 아픈 사람들, 땅끝에 있는 사람들... 그들이 있는 곳이 우리가 가야 할 땅입니다. 안타깝게도 초대교회는 사마리아 선교를 땅 속에 조용히 묻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장벽 뒤에 소외된 사마리아인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아픈 삶을 살았던 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특별한 위로를 주기 위해서 그 높은 장벽을 넘어 들어가셨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목적은 그녀를 첫 번째 선교사로 파송하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물동이를 던져버리고, 복음을 들고 수가성으로 들어가 메시야의 오심을 선포하는 첫 번째 사마리아인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남자는 더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마지막 마침표가 되셨고, 그녀는 위대한 생애를 살았습니다.

 

   동방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 전승에 의하면 그녀의 이름은 포티니(Photine)였습니다. 그 이름의 뜻은 눈부신 여인(The Luminous woman)”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녀를 발굴해 주시지 않았다면 그녀는 눈부신여인이 아니라 눈의 가시처럼 아프게 살다가 갔을 가련했던 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발굴해 주시고, 그녀에게 위대한 새 삶을 주셨던 예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리는 것입니다.


    [선교]. 선교는 그 사마리아 여인처럼 제2의 [포티니] "눈부신 제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오늘도 다시 높은 산을 넘고, 높은 장벽을 넘어 땅 끝까지 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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