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령 충만

요 16:7

    필리핀에서는 분리수거가 없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모든 쓰레기가 한 통으로 꿀꺽 들어갑니다. 한국에서는 분리수거가 철저합니다. 익숙하지 못한 저는 가끔 어느 통에 넣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할 때가 있습니다. “에잇!”하고 대충 넣었다가 경비원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아니, 아실만한 분이 그것을 거기에 넣으면 어떡합니까?” 호되게 야단을 맞고 가르쳐 준 대로 넣고 돌아왔습니다. 여러분은 ‘절망’과 ‘허망’을 분리수거 할 수 있습니까? 절망과 허망은 같은 것일까요? 아니면 따로따로 분리해서 다른 통에 넣어야 할까요?

    절망은 가슴을 치며 긴 한숨을 쉬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허망은 살아야 할 의미를 상실한 채 처절하게 무너진 상태를 말합니다. 허탈한 인생을 가리킵니다. 가룟 유다가 가졌던 것이 그 허망이었습니다. 그는 결국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달랐습니다. 비록 그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고 절망했지만, 허망에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감정이 허전함입니다. 공허함입니다.

    평생 동반자였던 아내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랑했던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이들에게 쌓여가는 슬픔은 형언할 수 없습니다. 그 고독을 못내 이기지 못하면 무거운 우울감과 깊은 상실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배우자 사별로 인한 아픔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예수님과 3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이 그처럼 주님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과 함께 눈을 떴고, 주님과 함께 눈을 감았던 3년이었습니다. 실과 바늘처럼 함께 다녔던 3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님이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허망하게 무너졌습니까? 그래서 제자들이 우울감과 상실감으로 폐인이 되었습니까?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삶의 궤적을 보십시오. 바닥으로 곤두박질했던 삶이 아니라 오히려 창공으로 상승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습니까? 그들에게 성령님이 임하셨기 때문입니다.

    부활절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오순절 성령강림절을 향해서 나아갑니다. 주님은 떠나셨지만, 제자들의 가슴에는 허무함과 공허가 없었습니다. 우울감이나 상실감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떠나시기 전에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라.” (요16:7) 주님은 그 언약을 지켜주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의 가슴은 허망함, 공허함, 상실감 대신에 성령으로 충만하게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떠난 이후에 제자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되었고, 더 큰 일도 행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세상을 바라보면, 사람을 바라보면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망함을 갖고 무너지면 일어설 수 없습니다. 저는 실패, 사고, 암, 사별, 죽음에서 나 역시 열외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런 일들이 언제든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 일을 만날 때마다 두렵고, 무서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시 집중합니다. 다시 눈을 들어, 내 안에 성령을 채워주실 그 주님만을 바라보고 나아갑니다. 그 믿음의 끈을 놓는 순간, 나는 밑이 없는 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인간은 나약합니다. 그러나 나는 크리스천입니다. 크리스천은 강합니다. 제자들이 보여주었던 삶입니다.

    가자미와 광어는 바다 해저에 배를 깔고 살아갑니다. 그들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김새는 납작합니다. 그러나 대양을 품고 헤엄치며 사는 고래(Whale)는 숨을 쉬는 고기입니다. 그래서 가끔 수면 위로 거대한 몸을 들어 올리고 물을 힘차게 뿜어냅니다. 그렇게 큰 숨을 쉰 고래는 다시 바닷속으로 깊이 잠수하여 바다의 제왕이 됩니다. 새벽기도가 그렇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방바닥에 붙어 있는 가자미들과 같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거대한 고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벽에 거대한 숨을 쉬고 하루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고래에게는 절망은 없습니다. 고독과 우울증은 피라미들처럼 작아져서 사라지게 됩니다.

    다시 기도에 집중해야 할 시간입니다. 예수님이 떠나시고 제자들은 기도에 전념했습니다. 그때 성령님이 그들에게 강하게 임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성령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허망함으로 무너진 사람들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비록 잠시 [절망]했지만, 그 절망을 [허망]으로 바꾸지 않았고, 도리어 성령 [대망]으로 바꿨습니다. 그 성령님을 [갈망]하는 열정이 그들로 하여금 다시 힘차게 일어서게 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태산처럼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세상을 엎어버렸습니다. 검이 아니라 복음으로 로마제국을 정복했습니다. 그들은 순교로 세상을 떨게 했습니다. 그들이 가졌던 소원은 오직 하나, 그 어떤 고난 속에서도 주님의 기쁨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순절 성령강림절을 향해 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성령님께 집중하는 일입니다. 다시 성령 충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