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나가게 하소서.

겔 47:1-12

    에스겔 47장에는 장엄한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 물은 예루살렘 성소로부터 나와 점점 깊은 강이 되었습니다. 물이 지나가는 곳에는 모든 토지가 살아났고, 모든 종류의 곡식과 과일 나무들이 자라났고, 독초는 약초가 되었고, 마침내 죽은 아바라(사해) 바다까지 살아났습니다.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었던 그 죽음의 바다로 어부들이 나아가 그물을 던져 고기를 낚았습니다. (겔47:10) 에스겔은 바벨론과 페르시아 제국 하에 포로로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37장에서는 해골의 골짜기에서 마른 뼈들이 생기를 입고 다시 일어나는 환상이 주어졌고, 오늘 본문 47장에서는 죽음의 바다에서 고기들이 살아나는 환상이 주어졌습니다. 그것은 멸망한 이스라엘이 그처럼 회복될 것이라는 예언적 환상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주목하고 싶은 말씀은 1절입니다. “그 문지방 밑에서 물이 나와 동쪽으로 흐르다가 성전 오른쪽 제단 남쪽으로 흘러 내리더라.” 예루살렘은 장엄한 성이었습니다. 그 성 안에는 성전이 있었고, 그 성전 안에는 지성소가 있었습니다. “그 문지방 밑에서”는 바로 그 지성소 아래에서 생명의 물이 솟아나 동쪽으로 흘러 내려갔다는 뜻입니다. 지성소는 하나님의 보좌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의 말씀은 요한계시록에 있는 생명수의 강과 동일합니다. 요한계시록 22장 1~2절 말씀입니다. “또 그가 수정 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기 위하여 있더라.” 하나님께서 폐허가 된 성소로 임하셔서 버려진 이스라엘을 다시 회복시켜 주시겠다는 말씀이셨던 것입니다.

    회복은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또한 무익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우리 안에도 추악한 것들이 많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누가 “나는 의롭다.” 말할 수 있습니까?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 누가 “나는 아니지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다 벌레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다 무너진 예루살렘 같은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용서하심, 하나님의 용납하심,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미 멸망했고,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무너진 예루살렘 성과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있음은 열 번, 백 번, 천 번, 만 번 생각해도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에스겔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그가 나를 데리고... 그가 나를 데리고...” (1절, 2절) 아비가 아이의 손을 붙잡고 밖으로 나가듯이, 하나님은 에스겔의 손을 붙잡고 나가셔서 성소로부터 나오는 물이 강이 되어 감히 헤엄칠 수 없는 곳까지 그를 이끌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강 좌우에 풍성하게 돋아난 울창한 숲을 보여주셨고, 마침내 죽음의 바다에 이르러서는 어부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사해에서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놀라운 환상을 보았을 때, 에스겔은 춤을 추며 기뻐했을 것입니다. 시신들의 뼈다귀들이 살아나 하나님의 군대가 되고, 죽음의 바다에서는 대어들이 살아 펄펄 뛰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회복은 그처럼 하나님의 위대한 언약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교회 위에 그와 같은 위대한 회복이 있기를 꿈꿉니다. 교회는 세상의 빛입니다. 교회는 세상의 소금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는 세상의 빛이 되어야만 한다. 소금이 되어야만 한다.” 교회가 빛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소금의 맛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중세 가톨릭교회가 심히 부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일어났습니다. 새 물줄기가 생긴 것입니다. 거기에서 새 꽃이 피았고, 새 열매가 맺었고, 죽었던 고기들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복음이 조선으로 들어왔습니다. 1903년에 원산에서 부흥 운동이 일어났고, 1907년에는 평양에서 한국의 오순절이 일어났습니다. 길선주목사님, 이성봉목사님, 김익두목사님과 같은 위대한 부흥사들을 통해서 조선 강산에 생명의 강이 이어져 흘러넘치게 되었습니다. 조선 땅 온 강산, 골짜기마다 성령의 불이 임했고, 그 불은 수많은 순교자를 낳았습니다. 한국교회는 그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거룩한 교회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교회는 권력과 탐욕과 오만과 세속으로 중세 가톨릭교회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빛을 잃었습니다. 소금의 맛을 잃고 소금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그 모습을 무섭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10절과 11절 말씀입니다. “또 이 강 가에 어부가 설 것이니 엔게디에서부터 에네글라임까지 그물 치는 곳이 될 것이라. 그 고기가 각기 종류를 따라 큰 바다의 고기 같이 심히 많으려니와 그 진펄과 개펄은 되살아나지 못하고 소금 땅이 될 것이다.” 죽음의 바다가 다 회복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펄과 개펄은 살지 못하고 여전히 소금 땅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지금의 한국교회가 진펄과 개펄에 갇혀 소금 기둥이 되어가는 교회는 아닌가 두렵습니다.

     [정치]라는 진펄과 [세속]이라는 개펄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멀쩡한 영혼들까지 죽게 하는 한국교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명쾌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울창한 숲과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고, 죽은 바다를 살리게 했던 그 생명수는 지성소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 안에 있는 썩은 물은 오히려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거룩한 성소를 더럽히고 있습니다. 성결을 회복해야 합니다. 두려움을 회복해야 합니다. 강단에서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복음이 다시 흘러넘치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의 거룩한 위상이 다시 회복되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더러운 정치와 분쟁과 다툼을 멈춰야 합니다. 부흥과 성장이란 그럴싸한 이름으로 세속화 된 프로그램들이 융합되지 않아야 합니다.

    아내가 오늘 2월 6일 필리핀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도착하기 전에, 제가 해야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침대 시트 커버와 이불을 탈탈 떨어서 뜨거운 햇볕에 바짝 말리는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사는 아파트는 지하 2층입니다. 습한 공기가 있어서 항상 진드기와 같은 벌레들이 많아 아내를 많이 괴롭힙니다. 그래서 그 놈들을 털어내고 숨어 있는 것까지 샅샅이 죽이기 위해서 며칠 동안 털고 또 털고, 널고 또 널고, 그리고 뽀송뽀송 말렸습니다. 한국 교회와 한국 선교를 그렇게 탈탈 털어내야 할 때가 지금입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교회 목회와 한국교회의 선교는 진드기 공격으로 점점 죽어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기도를 간절히 드립니다. “주여, 성소의 강이 나를 지나가게 하소서. 한국교회를 지나가게 하소서. 한국 선교사들을 지나가게 하소서. 우리가 다시 살아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