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양을 먹이라

요 21:1-17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제자들이 갈릴리로 이동했습니다. 11명 모두 가지 않고, 일곱 명만 갈릴리로 갔던 것 같습니다. (요21:2) 그때 베드로가 갈릴리의 향수를 참지 못하고 물고기를 잡으러 갔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제자들도 함께 갔습니다. 그들은 밤새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날이 밝아 올 무렵, 예수님께서 바닷가에 서서 물으셨습니다. “고기를 좀 잡았느냐?” 그들은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져라. 그리하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했더니 물고기가 그물에 가득 올라왔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외쳤습니다. “주님이시다.” 그는 벗어 놓았던 겉옷을 다시 입고 물에 뛰어들어 주님을 향해서 헤엄쳤습니다. 헤엄친 거리는 약 150ｍ였습니다. 그의 겉옷은 긴 장옷이었기 때문에, 육지에 올라왔을 때 베드로는 기진맥진한 상태였습니다. 나머지 제자들도 도착했습니다. 그물에 잡힌 물고기를 세어보니 모두 153마리였습니다. 예수님은 준비하셨던 것으로 아침을 먹인 후에 베드로에게 물으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세 번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베드로는 “그렇습니다. 주님,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것을 주님이 아십니다.”라고 대답했고, 그 대답에 예수님은 다시 세 번 “내 어린 양들을 먹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수십 번 들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세 번째 나타나셨을 때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요21:14) 이 이야기 속에서 주목하고 싶은 몇 단어들이 있습니다.

◼ 요한의 아들 시몬아.

    사도 요한은 이 말씀을 기록할 때, 계속해서 베드로를 “시몬 베드로”라고 호칭했습니다. 2절 “시몬 베드로와,” 3절 “시몬 베드로가,” 7절 “시몬 베드로가 벗고,” 11절 “시몬 베드로가 올라가서,” 15절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등등.

그런데 예수님은 그의 호칭을 바꾸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그 시몬에게 [베드로]란 이름을 주셨던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새 이름 대신에 그의 옛 이름으로 부르셨던 것입니다. [시몬]은 그가 갈릴리 어부였을 때의 이름이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그 이름으로 그를 부르셨던 것은 “네가 여전히 어부 시몬이냐? 네가 사도가 될 베드로가 아니더냐? 다시 어부로 돌아가고 싶으냐?”라고 물으셨던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 내 어린 양을 먹이라.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하셨습니다. 양 치는 일을 [목양]이라고 합니다. 오래 전에 예수님께서 베드로로부터 신앙 고백을 받으셨을 때, 그가 ‘어부’가 아니라, ‘목자’로 살아가야 함을 이미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마16:18) 그랬습니다. [베드로]란 이름 속에는 이미 “교회” 즉 “목양의 사명”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결코 물고기를 잡는 ‘어부’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 153마리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져라. 그리하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순종했을 때 그들의 그물에는 큰 물고기 153마리가 가득 들어가 있었습니다. 어부로서의 일은 거기가 끝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제자들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갈릴리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그물질에서 잡았던 물고기가 왜 하필 153마리였을까요? 히브리어 알파벳에는 각각 고유의 숫자가 있습니다. 그 알파벳 숫자들을 합하면 ‘153’이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베니 하 엘로힘(בני האלהים)’입니다. 베니 하 엘로힘 (40+10+5+30+1+5+10+50+2). 그 수들을 모두 합하면 153이 됩니다. 그 ‘베니 하 엘로힘’의 뜻은 [하나님의 아들들]입니다. 즉 택함을 받은 하나님의 아들들을 구원하라는 의미가 “153마리”였습니다. 그 “153마리” 즉 하나님의 아들들을 구원하는 목양 사명은 초대교회에서 확연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베드로가 말씀의 그물을 던질 때마다 그의 그물에는 3,000명이 회개하고 예수님 앞으로 나왔습니다. 베드로는 더 이상 고기를 잡는 갈릴리 어부가 아니라, 죽어가는 영혼을 죄의 바다에서 건져내는 위대한 목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 먹이라

    베드로는 동료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간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라고 하셨습니다. 제자의 삶은 “잡는 일”입니까? “먹이는 일”입니까? 목양은 [양을 잡는 일]이 아니라 [양을 먹이는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제자의 삶을 산다고 하면서도 “잡는 일”에 더 몰두합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재물을 더 움켜잡으려고 합니다. 명예를 더 가지려고 합니다. 권력을 더 쟁취하려고 합니다. 잡기 위해서 쓸데없는 힘겨루기와 전투를 합니다. 그 재물과 명예와 권세가 얼마나 우리와 함께 오래 있을 수 있을까요? 그것들은 우리에게 단 [10초의 행복]만 줄 뿐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자의 삶은 “잡는 일”이 아니라, “먹이는 일”입니다. “먹인다”는 것은 사랑을 베푼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던 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 것처럼 너도 내 양을 사랑하라.”고 부탁하셨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저는 다시 주님이 부탁하신 그 주님의 양들을 먹이는 목양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선교지로 돌아갑니다. 2023년 11월 11일. 저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고, 어두워지는 날이었지만, 그날은 주님께 제가 다시 오신 날이 되었습니다. 지난 70일 동안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었던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주신 사명을 다시 붙잡고 내일 1월 22일에 주님이 “가라!”하시는 선교지로 돌아갑니다. 다시 한번 목자의 마음으로 주님의 양들을 먹이고, 주님의 사랑으로 주님의 양들을 사랑하겠습니다. 지난 70일 동안 부족한 사람을 위해서 밤낮으로 기도해 주셨던 모든 교회와 선교동역자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베드로를 끌어당겼던 갈릴리의 향수와 유혹이 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고 사명자의 길을 걷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세상의 유혹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또한 갈릴리 호수에 그 일곱 제자들처럼 밤새 헛 그물질만 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우리의 허물과 실수를 아시는 예수님께서 건너편 해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베드로처럼 깨달음이 늦을 수 있지만, 늦더라도 주님을 향해서 헤엄쳐 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더 움켜잡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더 드리기 위해서 사십시오. 더 사랑하기 위해서 사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의 그물 안에도 153마리의 축복을 가득히 채워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