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안다.

창 48:1-20

    창 48장에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애굽으로 내려가 살았던 야곱이 깊은 병으로 눕게 되었습니다. 임종을 앞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요셉이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데리고 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그때 야곱은 요셉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습니다. “네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내 아들로 삼겠다.” (창48:5) 그리고 “앞으로 네가 낳을 아들들은 네 아들들이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엄청난 선언이었습니다. 야곱에게는 열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 열 두 아들들은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출애굽 이후, 가나안을 정복하고 약속의 땅을 분배 받았을 때, 그 열 두 아들 중에서 두 아들은 땅을 분배 받지 못했습니다. 바로 요셉과 레위였습니다. 레위지파는 제사장 지파였기에 땅을 분배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요셉과 레위가 받을 그 두 몫을 요셉의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이 대신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야곱의 말대로 므낫세와 에브라임은 야곱의 아들들이 되었고, 약속의 땅을 합법적으로 분배 받을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거기까지는 요셉도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갑자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야곱이 그 두 아들을 축복해 줄 테니 가까이 데리고 오라 했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큰 아들 므낫세를 야곱의 오른쪽에 앉혔고, 작은 아들 에브라임은 왼쪽에 앉혔습니다. 야곱은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웠습니다. 잠시 후, 야곱이 기도할 때, 그의 오른손을 장자인 므낫세의 머리에 얹지 않고, 엇바꾸어 차자인 에브라임의 머리 위에 얹었습니다. 그리고 왼손은 다시 엇바꾸어 장자인 므낫세 위에 얹었습니다. 장자가 받아야 할 축복을 차자가 받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이 벌떡 일어나 앞으로 가서 아버지의 오른손을 잡아 장자 므낫세의 머리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야곱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왜 이러세요? 이러지 마십시오.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야곱이 말했습니다. “아들아, 나도 안다.” (창48:19) 결국 야곱은 엇바뀐 그의 팔을 풀지 않았습니다.

    요셉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훼괴한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병들고 눈이 침침해 진 노인이 노망했던 것입니까? 육체적 노쇠함이 형과 아우도 분별치 못했던 것입니까? 형과 아우의 사이를 의도적으로 찢어놓으려고 했던 것입니까? 왜 야곱은 유대 전통을 깨고 그처럼 돌발적인 행동을 했을까요? 야곱 자신이 옛날 아버지를 속이고 형이 받기로 했던  장자의 축복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입니까? 정말 야곱이 실수한 것입니까?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야곱이 이미 말했습니다. “나도 안다.” 그 말 속에 모든 해답이 있었습니다.

    야곱은 노망한 노인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눈은 어두워졌지만, 그는 하나님과 깊이 소통하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1절에 보시면, 요셉이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데리고 아버지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낳은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네 것이라.] 야곱은 축복 기도를 하기 전에, 두 아들의 서열을 이미 바꿔서 둘째 아들을 먼저 호명했던 것입니다. 야곱이 하나님의 섭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에서] 대신에 [야곱]을 택하시고, 많은 형들 대신에 막내[ 다윗]을 택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장자 므낫세가 아니라 차자 [에브라임]을 택하셨음을 야곱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 속에 담긴 메시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요셉은 분명 므낫세와 에브라임의 아비였습니다. 그러나 아비라고 해서 하나님의 축복권 혹은 하나님의 섭리를 놓고, 이래라 저래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것이 옳다, 이것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요셉은 애굽의 국무총리로서 매우 총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지는 못했습니다. 야곱은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 되었지만, 요셉은 눈뜬 장애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요셉은 하나님의 섭리를 보지 못한 채 오직 유대식 전통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자와 차자는 태어날 때부터 다르고, 그 차이는 그 어떤 사람도 바꿀 수 없다는 유대 전통에 묶여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아버지 야곱이라도 그 서열을 바꿀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는 아버지의 손을 붙잡아 장자의 머리 위로 감히 옮기려고 했던 것입니다. 전통과 자기 생각은 그렇게 무섭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에게는 그런 요셉의 모습은 과연 없을까요? 꽃처럼 키운 자녀들이 성장해서 어느 날 아버지에게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저는 연예인이 될래요. 저는 가수가 될래요. 목사가 될래요. 선교사가 될래요.”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무슨 헛소리? 무슨 개소리? 너는 의사가 되어야 해. 너는 변호사가 되어야 해.” 등등. 거기에 요셉의 모습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해 주려고 했던 사람이 요셉이었습니다. 요셉은 야곱에게 “아버지,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했지만, 정작 실수는 아버지 야곱이 아니라, 아들 요셉이 했습니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야곱의 말로 결론을 맺습니다. “나도 안다.” 그 말은 “하나님께서 아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결정하신다는 뜻입니다. 야곱은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뜻대로 행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주권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내 인생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인생 전체를 인도하시고, 주관하시고, 결정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내 자식이기 때문에, 그 자식의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는 생각은 하나님의 주권을 침해하는 불신앙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항상 옳으십니다. 하나님은 첫째 아들 므낫세가 아니라, 둘째 아들 [에브라임]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계획을 이루시기로 처음부터 작정하셨습니다. 야곱이 요셉에게 말했습니다. “내게 이르시되 내가 너로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네게서 많은 백성이 나게 하고 내가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주어 영원한 소유가 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창48:4) 그 말대로 후에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하여 가나안으로 올라가 그 약속의 땅을 차지했습니다. 그 약속의 땅을 정복할 때, 이스라엘을 인도했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모세가 아니었습니다. 모세는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새 리더는 바로 여호수아였습니다. 그 여호수아가 누구였습니까? 바로 요셉의 둘째 아들 [에브라임]의 후손이었습니다. 모세가 가나안에 열 두 정탐꾼을 보낼 때 여호수아가 그들 중 한 사람으로 올라가게 되었는데, 민수기 13장 8절은 [에브라임 지파]의 대표자로 여호수아가 뽑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역대상 7장에는 에브라임 자손의 계보가 나오는데, 7장 27절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그의 아들은 눈이요, 그의 아들은 여호수아더라."  므낫세가 아니라 에브라임을 택하셨던 하나님의 선택은 그처럼 틀림이 없었고, 그 하나님의 약속은 그렇게 완벽하게 성취되었습니다.

    내 자식은 내 것이라는 생각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가 안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께 우리의 자녀들을 온전히  맡기고 나아가야 합니다. 자녀들 또한 그 하나님만을 바라보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부모는 말씀과 기도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자녀들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길로 걸어가야만 합니다. 그것이 가장 행복한 가족이고 가정입니다. “아버지, 이러시면 안됩니다.”와 “내가 안다”사이에 우리 자녀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들이 어느 쪽으로 가기를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