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하라 하시면

창 22:1-12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번제로 바치라 하셨습니다. 이삭은 짐승이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없지만, 하나님께 “뭐라고 하셨습니까?”라고 말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도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던 아비였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순간 충격을 받으면 그 난처한 상황을 피하고 싶은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힘든 말을 들으면 본능적으로 안들은 척 하고, 피하고 싶으면 알아도 모르는 척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도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으라고 말씀하시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피하고 싶어서 “뭐라고 하셨습니까?”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자녀를 하나만 낳습니다. 그런데 그 독자를 바치라고 한다면 그 부모에게 ‘순종’과 ‘내려놓음’은 어떤 의미를 줄까요? 참 궁금합니다. 펄펄 끓는 물에 차 봉지(tea bag)를 넣으면, 조금 후에 차가 서서히 울어 나옵니다. 자신의 색깔을 점점 들어내고, 자신의 향기를 그윽이 뿜어냅니다. 우리의 삶이 [시련]이라는 뜨거운 물에 갑자기 던져지게 되면, 과연 우리가 들어낼 수 있는 색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뿜어낼 수 있는 향은 무엇일까요? 참 궁금합니다.

    인생 60년을 살아보니 쉽지 않았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떨 때는 음식이 꿀떡 잘 넘어갔지만, 물 한 모금 넘길 수 없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머리가 베개에 닿는 순간 툭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뜬 눈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울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원했던 것보다 내가 원치 않았던 일들이 더 많았던 세월이었습니다. 나에게 많은 선택이 있었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팠고, 그래서 피곤했고, 그래서 힘들었고, 그래서 지쳤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억지]와 [순리]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본문을 봅니다. 창세기 22:10절입니다.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니”라고 했습니다. 그런 훼게망측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비인간적이고, 비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비정상적인 일이었습니다. 칼로 아들을 잡는 [백정]이 되게 했던 분이 누구였습니까? 하나님이셨습니다. 아들을 죽이려고 했던 아브라함이 비정상이었습니까? 그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했던 하나님이 비정상이었습니까? 하나님이 비정상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아들을 죽이라는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억지를 부리셨던 이유를 곧바로 밝히셨습니다.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그를 불러 이르시되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아브라함이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사자가 이르시되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창22:11-12)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서 무엇을 찾고자 하셨던 것입니까?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억지] 상황에서도 [순리]를 따라 사는지를 보려고 하셨던 것입니다. 다시 본문 2절을 보겠습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억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절을 보십시오.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두 종과 그의 아들 이삭을 데리고 번제에 쓸 나무를 쪼개어 가지고 떠나 하나님이 자기에게 일러 주신 곳으로 가더니”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아브라함은 요나처럼 [역주행]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일러 주신 곳으로 갔다.”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순리]였습니다. 하나님은 억지를 부리셨지만, 아브라함은 순리를 따라 갔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삶이 [순리]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아브라함은 [억지] 명령을 받았지만, 그에게서 [억지로] 가는 모습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순리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따라가면 그것이 순리가 됩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생각보다 하나님의 생각을 앞에 두었습니다. 그렇게 [순서]가 분명히 정해지니 [순리]가 틀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순서]가 바뀌면 [순리]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순서대로 산다는 뜻은 내가 억지로 내 인생을 풀지 않고, 내가 억지를 부리지 않고, 내 고집대로 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위대했던 것입니다.

    미얀마는 지금 억지 시대 속에 있습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다 억지입니다. 다 뒤틀려 있습니다. 다 뒤집어져 있습니다. 미얀마뿐입니까? 미국 선거도, 한국 총선도 그렇습니다. 다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이 자기가 옳다고 큰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순서를 찾지 못하면 억지 세상에 휘말려 정신없이 살게 됩니다. 억지 상황 속에서 [역경]을 만났다면 [역행]하지 마십시오. 아브라함처럼 역경을 만나면 [순리]를 따라 나아가십시오. 그것이 믿음을 따라 사는 삶입니다.

    ‘억지춘양’이란 말이 있습니다. 전남 남원에 있던 춘향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춘양면을 말합니다. 그 춘향면에는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 적송(赤松)이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답니다. 춘양면의 적송은 굵기가 크고, 재질이 단단하고, 나무 길이가 곧아서 왕의 궁궐이나 사대부 집에서만 사용되었던 특수 목재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짜가 등장했습니다. 일반 소나무를 사용해놓고, 봉화군의 춘양목을 사용했다고 억지소리를 한 것입니다. 거기에서 유래된 말이 [억지춘향]입니다. 그러므로 억지춘향은 [가짜 적송]을 뜻합니다. 오늘도 자신을 [진짜]라고 우기면서 사람들을 속이려는 [가짜] 총선 후보자들이 많습니다. 우리교회가 진짜 좋은 교회라고 우기면서 작은 교회들을 누르고 있는 억지 교회들이 많습니다. 나는 참 괜찮은 크리스천이라고 우기는 가짜 크리스천들도 많습니다. 그런 억지춘양이들 때문에 나라가 제대로 서지 못하고, 교회들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믿음이 곧았던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세우셨던 진짜 춘양면 적송(赤松)이었습니다.

    어느 산이든 그 산에는 정상이 있습니다. 산을 타는 사람들은 그 정상에 섰을 때 비로소 그의 산행을 마칩니다. 그리고 산 아래 세상을 두 팔로 가득 품고 정복을 만끽합니다. 누구나 그 정상에 서는 것을 꿈꿉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모리아 정상으로 올라갔던 이유는 챔피언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정상에서 아들을 죽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산 오름을 역리(逆理)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보실 때 그의 발걸음은 순리(順利)였습니다. 순리란 “거스르지 않는다.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아브라함이 택했던 그 순리의 길을 우리도 걸어가야 합니다. 내 생각보다, 사람들의 의견보다, 하나님의 결정을 최우선에 두고 가야 합니다. “이것만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라고 거부하는 억지춘향이가 되지 마십시오. “이것도 하라 하시라면 하겠습니다.” 그것이 아브라함이 보여주었던,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던 순리(順利)의 삶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