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기대

행 1:16-20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대’는 ‘어디에 기대는 것’과 같습니다. 어디에 기대는 것은 삶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삶의 의지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대했던 것이 사라지게 되면, 그 ‘기대’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망과 절망과 상실감까지 더해집니다. 그 실망과 상실감은 ‘이상 행동’이라는 흉측한 후유증을 동반합니다. 오늘은 그 ‘이상 행동’을 보였던 가룟 유다의 기괴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가룟 유다는 그의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가룟’이란 도시 출신이었습니다. ‘나사렛 예수‘는 나사렛 출신의 예수란 뜻과 같습니다. ‘가룟’은 예루살렘 최남단에 있던 지역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에서 가룟 유다가 유일하게 도시 출신이었던 것입니다. 다른 열 한 제자들은 모두 갈릴리 시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처럼 가룟 유다는 처음부터 열 한 제자와 달리 이질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선택을 받았지만, 예수님을 배신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선택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마치 죄를 범한 아담과 하와를 욕하기 이전에, 왜 하나님이 에덴동산에 선악과를 심었느냐며, 그 죄의 원인을 하나님께 돌리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가룟 유다의 경우도 그런 방식으로 풀면 억지 해석이 나옵니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 (창4:7) 하나님은 이미 가인에게 경고했습니다. “죄가 너를 원한다. 그러나 너는 그 죄를 다스리라.” 그러나 그 말씀을 들은 후에 가인은 들로 나가서 동생 아벨을 돌로 쳐서 죽였습니다. 그 가인의 죄를 하나님께 돌릴 것입니까?

    예수님께서 가룟 유다에게 도대체 몇 번의 회개할 기회를 줬습니까? “다 앉아 먹을 때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 곧 나와 함께 먹는 자가 나를 팔리라.” (막14:18) “너희 중에 한 사람은 마귀니라.” (요13:2) “인자는 자기에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 인자를 파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으리로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아니하였더라면 제게 좋을 뻔하였느니라. 예수를 파는 유다가 대답하여 이르되 랍비여 나는 아니지요 대답하시되 네가 말하였도다 하시니라.” (마26:24-25) “예수께 나아와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 하고 입을 맞추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친구여 네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 (마26:49-50) 예수님은 그처럼 가룟 유다에게 계속해서 경고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돌아올 기회를 계속해서 주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제자의 길’에서 벗어나 ‘배반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무엇이 그에게 그런 비극적 선택을 하게 했던 것입니까? [잘못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에게 천국에 관한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는 오로지 지상 왕국에만 집중했습니다. 예수가 가진 능력이라면 충분히 로마제국까지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입에서는 유다 정복, 로마 정복이 아니라 그들의 손에 넘겨져 죽게 된다는 말만 하셨습니다. 부풀었던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잘못된 기대는 잘못된 길을 선택하게 합니다. 그 길은 배신의 길이 되었고, 죽음의 길이 되었고, 피의 길이 되었고, 치욕의 길이 되었고, 부끄러움의 길이 되었고,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되었습니다. 잘못된 기대는 정체성마저 상실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예수님의 제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는 영광도 잃게 했습니다. 그래서 제자의 직분을 우습게 여겼고, 귀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사명]이란 말은 사치스러운 단어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기대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기대를 주님이 이루어주지 않는다면 주님을 따라갈 의미와 이유가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의 가장 치명적인 오판은 ‘제자’라는 옷을 던져버리고 떠났던 것이 아니라, 은 30량을 받고 예수님을 팔아 넘긴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기대를 무너트린 스승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에게 종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가 주인이었고, 그가 왕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가룟 유다의 삶에서 많은 교훈을 얻습니다. ‘기대’라는 단어는 우리의 가슴을 항상 벅차게 합니다. 2024년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많은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기대’는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잘못된 기대는 큰 상실감을 거두게 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기대는 더 큰 시련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른 기대는 무엇일까요? “내”가 아니라 “당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내 중심이 아니라, 당신 중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즉 내 기대가 아니라 주님의 기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주님이 나를 위해서 계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사는 것임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끝자리에 앉으라.”고 하셨습니다. (눅14:10) 가룟 유다는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콧방귀를 끼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이 세상의 끝자리에 앉게 하려고 한다면 나는 아니요. 나는 바보가 아니요. 나에게는 꿈이 있소. 나에게는 목표가 있소. 나는 저 못 배운 갈릴리 촌 어부들과는 같지 않소. 당신을 따라가는 나에게 그에 상응하는 자리를 주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의 제자가 더는 될 수 없소.”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에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눅14:11) 그 말씀이 그의 귀에 들리리가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좋은 기대는 좋지만, 잘못된 기대는 우리의 신앙생활을 병들게 합니다. 내려갈 줄 알아야 합니다. 내려놓는 삶이 우리의 몸에 배어있어야 합니다. 아프리카 선교사 슈바이처가 사역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향 사람들은 위대한 선교사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하기 위해서 기차역으로 나갔습니다. 악단을 동원했고, 꽃다발도 준비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플렛트홈의 특실 출구 앞에 집결했습니다. 그런데 슈바이처는 특실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1등석 열차 칸으로 이동했습니다. 거기에도 없었습니다. 2등석 칸으로 이동했습니다. 거기에도 없었습니다. 3등석 칸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때 3등석 열차 뒤쪽에서 슈바이처가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박사님, 어떻게 특실로 오시지 않,고 3등석으로 오셨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슈바이처가 대답했습니다. “이 열차는 4등석이 없어서요.” 환송객들은 더 큰 감동으로 슈바이처를 맞았습니다.

    우리의 내려감은 바닥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의 내려감에는 자존심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의 내려감에는 계산이 없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낮고 낮은 땅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가룟유다는 예수님을 업고 하늘로 올라가려고 하다가 지옥으로 떨어진 자입니다.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가룟 유다는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가는 제자였지만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왜 변하지 않았던 것입니까? 그의 가슴에 품었던 [잘못된 기대]를 끝까지 접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토양을 말합니다. 내 본성, 내 근성, 내 욕망, 내 생각, 내 고집, 내 기대를 뒤집지 않고 주님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인간적 토양을 갉아 엎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룟 유다를 부르셨지만, 그는 예수님이 그를 왜 부르셨는지 그 목적에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도 부르셨습니다. 우리가 그 부르심의 목적을 잃고 예수님을 믿는다면 그것은 “예수 믿는 척”하는 사람이 될 뿐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기대가 무너지고, 예수님을 믿었던 것이 후회된다고 생각되면 그 상실감때문에 그도 거꾸로 가는 제2의 요나가 되고, 제2의 가룟 유다가 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 사도행전 1:16-20절을 읽어보면 가룟 유다의 최후가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비극이 우리에게는 결코 없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으십시오. 대신 하나님의 기대를 품으십시오.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을 기대하십시오. 그 기대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가룟 유다처럼 여러분의 가치를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가치를 높여 주시도록 사십시오. 주님께서 하십니다. 2024년에 품은 여러분의 기대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