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능력은 평강

눅 24:36

    34년 전, 1990년 1월부터 필리핀 선교를 위해서 3,000미터 고지에 있는 방살란(Bangsalan)에서 산족 선교를 시작했습니다. 그 방살란에서 바라본 세상은 사뭇 달랐습니다. 방살란의 아침은 항상 흰 구름이 흐르는 운해(雲海) 위에 있었습니다. 아래 세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늘 하늘을 가득 품은 아침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그 정상(頂上)의 환희를 만끽했습니다. 16시간 동안 그 3,000미터까지 올라갈 때, 수많은 언덕과 고개를 넘어가야만 했습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읽어갈 때, 우리는 그처럼 수많은 언덕과 고개를 넘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큰 산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정상에 서게 됩니다. 그 정상이 어디입니까? 바로 부활입니다. 성경에는 수많은 진리가 있습니다. 그 진리들을 ‘일반 복음’이라고 한다면, 부활은 산 정상에 있는 ‘특별 복음’입니다. 모든 진리가 다 소중하지만, 그 진리들은 언덕과 같습니다. 그래서 부활에 서지 못하면, 언덕에만 있다가 내려가는 크리스천이 됩니다.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정상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무덤에 장사 된 지 3일 만에 다시 사셨습니다. 잠시 깨어나신 것이 아니라, 영원히 죽지 않는 몸으로 일어나셨습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그 주님을 다시 만났고, 영광의 몸으로 하늘로 올라가시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체포되셨을 때, 어두운 언덕에 꼭꼭 숨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랬던 그들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것이 부활입니다. 죽음은 그들을 두려움과 공포 속에 가뒀지만, 부활은 그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고, 그 세상을 호령하는 사람이 되게 했습니다. 세상을 호령했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무시해도 될 갈릴리 촌사람들로 취급했지만, 세상은 결국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신(神)으로 추앙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부활의 힘이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분명한 사실 하나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부활의 능력이 어디까지였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요3:5) 그것은 진리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덕이었습니다. 거듭나야 한다면 반드시 거듭나야만 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거듭나느냐였습니다. 부활이 그 답이었습니다. 부활을 만나기 전까지 제자들은 거듭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룟 유다는 언덕에서 비비다가 절벽으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언덕에서 돌부리에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산 정상으로 올라간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부활이었습니다. 부활은 믿어야만 하는 믿음의 대상이 아닙니다. 부활은 품어야만 하는 삶입니다. 제자들은 그 부활을 그들의 삶 속에 품었습니다. 그러자 주님처럼 그 어떤 고난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정상을 탈환한 승리자들이 되었습니다.

    운동하는 사람은 매일 운동을 해야 몸이 가볍습니다. 하루만 운동을 쉬어도 그의 하루가 망가지고는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운동이 체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매일 하는 사람은 기도가 체질이 됩니다. 그러나 기도가 체질이 되어 있지 못한 사람은 10분만 기도해도 길다고 몸살을 합니다. 부활은 기도가 나의 체질이 되게 합니다. 부활은 예배가 나의 기본이 되게 합니다. 부활은 성경이 나의 양식이 되게 합니다. 부활은 예수님의 성품이 나의 새로운 DNA가 되게 합니다. 그래서 부활은 주가 내 안에, 내가 주 안에 거하게 합니다.

    마태복음은 아리마대 요셉이 부자라고 했고, 마가복음은 그가 존귀한 공회원(법관)이라고 했고, 누가복음은 그가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라고 했고, 요한복음은 그가 예수의 시체를 세마포에 싸서 자신의 새 무덤에 장사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사복음서 기자들은 왜 그를 그처럼 존귀한 인물로 말했습니까? 그가 제자들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모든 제자들이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아리마대 요셉은 빌라도를 찾아가 예수님의 시신을 자신의 무덤에 장사하겠다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죽기로 작정하지 않고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정치인이었지만 빌라도와 정치적 거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이 그에게 말했을 것입니다. “요셉, 당신 미친 것 아니야! 돌았어? 당신도 저 나사렛 예수와 함께 죽고 싶어서 그래? 어떻게 총독에게 그런 무모한 요구를 할 수 있어? 당신에게는 목숨이 두 개라도 있는 거야? 미친 것이 분명해!” 또 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아니 그처럼 수년 동안 마련했던 새 무덤을 어떻게 그리 쉽게 십자가 죄수에게 훌렁 내어 줄 수 있어? 도대체 얼마를 받은 거야?” 그때 아리마대 요셉이 대답했습니다. “그 분이 내게 말씀하셨지. 내 무덤을 단 며칠 만 쓰시겠다고...” 마가복음은 아리마대 요셉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막15:43) 요셉은 이미 부활을 가슴에 품었던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그의 무덤에 영원히 묻어둘 것이라고 그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삼 일 후에 반드시 무덤에서 다시 일어나실 것을 믿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예수를 죽이라고 명했던 빌라도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부활의 능력은 그 한계가 없습니다. 무서울 사람이 없습니다. 지상 최고의 권력도 산 아래로 흘러가는 뜬구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부활의 성도들은 세상을 호령합니다.

    부활은 우리가 믿어야 할 기독교 진리 중 하나가 아닙니다. 부활은 우리가 넘어가야만 하는 언덕이 아닙니다. 부활은 정상입니다. 왜 제자들이 도망쳤습니까? 예수는 여기까지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에게서 더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룟 유다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언덕까지 애쓰게 올라갔다가 예수께 기대할 것이 더는 없다고 판단하거나,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실망했다고 말하고 언덕을 내려갑니다. 그러나 아리마대 요셉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처럼 도망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빌라도 앞으로 당당하게 나아갔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부활을 바르게 품어야 능력 있는 크리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문을 굳게 닫고 두려움과 공포 가운데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친히 그 가운데 서서 가라사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찌어다.” (눅24:36) 이것이 부활의 정의입니다. 부활은 평강입니다. 평강은 흔들림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평강은 환란과 핍박과 순교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게 합니다. 평강이 마음을 주장하게 되면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지게 됩니다. 사도 바울과 실라가 복음을 전하다가 죽을 만큼 매를 맞고 지하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때 그들은 밤새 찬양했고, 기도했습니다. 기적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마지막 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순교 앞에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택했던 것이 찬양과 기도였습니다. 그들의 찬양과 기도는 지하 감옥의 터를 흔들었습니다. 그들의 가슴에 두려움이 아니라 주님의 평강이 넘쳤기 때문입니다. 오늘 죽으면,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부활의 평강이 그들의 가슴에서 찬양과 기도가 넘치게 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부활의 능력이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활의 신앙이 아닙니다. 부활 그 자체입니다.

    스데반 집사가 순교할 때의 모습을 보십시오. “스데반이 성령이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 주목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및 예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고”라고 했습니다. (행7:55) 그는 돌에 맞아 순교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러나 성경은 그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저희가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가로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가로되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소옵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 (행7:59-60) 우리는 스데반의 마지막 모습에서 고통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주님이 주신 [평강]이 넘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스데반의 마지막 모습은 고통과 두려움과 공포가 아니라 형용하여 말할 수 없는 주님의 평강과 주님의 용서가 가득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 평강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스데반이 하늘을 우러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았을 때 그 평강이 임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찌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결코 유대식 인사인 “Hello! 샬롬”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가오는 모진 고난과 환난과 순교를 보고 계셨습니다. 그 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축복도, 기적도 아니고, 모든 환난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강이 절대 필요함을 아셨기에 그 평강을 주셨던 것입니다. 그 평강이 제자들에게 큰 능력이 되었습니다. 평강은 언제 죽고, 어디에서 죽고, 어떻게 죽어도 상관이 없게 했습니다. 죽음은 곧 부활하신 주님과의 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평강때문에 아리마대 요셉은 떨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빌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사도 바울도, 베드로도, 폴리캅도 순교의 현장에 떨지 않고 당당하게 설 수 있었습니다. 순교자들의 마지막 얼굴에 넘쳤던 그 평강을 보고 도리어 세상이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므로 부활이 준 최대의 능력은 바로 평강입니다. 그 주님의 평강이 여러분에게도 충만히 임하는 2024년 부활절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