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몽(Chit Moung)목사가 3년 전에 개척한 작은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주일학교 학생은 10명, 어른 예배 역시 15명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미얀마에서는 숫자 몇 명이 모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 나온 한 영혼,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모릅니다. 이슬람권에서 크리스천들이 불이익을 당하듯이, 불교권인 미얀마에서도 크리스천들이 불이익을 당하며 삽니다. 그러므로 미얀마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크리스천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헌신이었으며, 말씀에 대한 절대 순종을 말해주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예배 처소를 제공해 주고 있는 곳은 한센인의 집이었습니다. 부인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손가락이 없고, 발가락이 없는 한센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천사같은 미소를 잃지않고 저희들을 끝까지 대해 주었습니다. 9시에 어린이 주일학교가 있었고, 곧바로 이어서 10시에 어른 주일예배가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끝까지 어른 예배에 함께 했습니다. 예배 후에는 다과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저녁에는 치 몽목사 집에서 저녁 초대가 있었습니다. 지난 5일 동안 길거리 음식만 먹었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기대를 했었습니다. "집 밥이다." 미얀마의 전통 음식들을 맛 볼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약속 시간은 오후 4시. 미얀마 사람들은 저녁을 일찍 먹나보다 했습니다. 집에 도착했는데 음식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부엌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속으로 이미 다 해놓았나 보구나 생각했습니다.

치 몽목사가 가족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무슨 사인을 보내자 즉시 이리 저리 가더니 성경책, 찬송가, 키타를 가지고 와서 예배 형태로 자리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오전 예배 때 은혜를 많이 받았는데, 한번 더 말씀을 전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정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치 몽목사의 첫째 아들 아데(Ahdea)는 음악목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름다운 화음으로 찬양을 했습니다. 그렇게 20분 이상 찬양을 하고 제가 말씀을 전했는데 통역 때문에 설교 시간만 1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대했던 미얀마 음식을 맛볼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련해 놓은 음식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갔던 아담(Adam)목사가 "기대하십시오. 오늘 양목사님을 위해서 특별 음식을 준비합니다."라고 하기에 더 큰 기대를 했습니다. 드디어 음식이 다 되었다고 했습니다. 부엌 안 쪽에 식탁이 마련되어 있어서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짜잔~~ "헉~"했습니다. 뒤에 서 있던 아담목사가 큰 소리로 "스파게티!"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모든 식구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아담목사는 그동안 5일 동안 길거리에서 미얀마 음식으로만 대접을 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서양 음식이 그리웠겠느냐고 하면서 오늘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으니 많이 먹으라고 했습니다. 속으로 "이게 아닌데..."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식탁 위에는 스파게티 외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아담목사는 "김치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데.. 미안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녁 메뉴는 스파게티 하나였지만 나를 배려해 주었던 그들의 사랑은 너무도 풍성한 것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치 몽목사가 그동안 했던 목회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25년 전 신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목회를 했을 때 그의 목회 대상은 한센인들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3년 동안 한센인 목회를 했는데, 1988년 공산 혁명이 일어나면서 군인들이 마을로 들어와 치 몽목사 교회를 다 부서버렸다고 합니다. 아들 아데목사가 어렸을 때 일이었는데, 그는 그때 그 무서웠던 상황을 지금까지 충격적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마을이 초토화가 되어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0년 동안 깊은 시골에서 목회를 하다가, 3년 전 양곤(Yangon)으로 나아와 오늘 예배를 드렸던 곳에서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첫번째 신자가 또 한센인이 되어 자신에게는 한센인을 섬기라는 사명이 주어졌나 보다 했답니다. 그런데 나를 만나 메얀췅(Mayanchung)을 방문해서 한센인들을 보았을 때, 25년 전 한센인 목회가 생각이 나서 다시 가슴이 벅찼고 뜨거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미얀마의 하루 하루는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매일 매일 하나님이 미리 준비해 놓으셨던 일들을 하나 하나 체크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여기다." 체크! "이것이다" 체크. "이 사람이다." 체크.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일들을 체크할 때마다 저절로 하늘을 우러러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이들의 영혼을 제 손에 붙이시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