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는 전당포(Pawnshop)들이 참 많다. 필리핀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당포들을 통해서 1년에 거래되는 금액이 약 100억페소 (한화로 약 3,000억원) 규모라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1995년에 약 4,000개 정도였던 전당포 수는 2010년 약 17,000개로 늘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전당포 사업은 이제 기업 형태가 되어 Cebuana Lhuiller 같은 전당포는 전국에 약 1,600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필리핀에 이처럼 전당포 사업이 번창하고 있는 이유는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은 은행 구좌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고, 설령 은행 통장을 가졌다 할지라도 거래 금액이 너무 적기 때문 대부를 받을 수 있는 신분 자격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은행에서 대부를 받고자 할 경우, 자격 심사, 조건, 절차가 너무 복잡해 서민들로서는 은행 문턱 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자연히 자격 심사도 없고, 가지고 간 물건만 몇 분 동안 검색한 후 몇 분 안에 원하는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를 이용하게 된다.

전당포들은 크게 세가지 업무를 한다. 첫째는 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 주는 일, 둘째는 물건을 아예 사는 일, 세째는 저당 잡힌 물건을 파는 일이다. 저당 잡는 물건은 주로 보석류, 가전제품, 연장, 악기등이다.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남의 물건을 훔쳐서 가지고 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 쓸 경우, 이자는 10%이다. 상환 날짜는 30일이다. 상환 날짜를 연장할 경우 29일 째 되는 날 전당포에 가서 이자를 내고 다시 30일 연장을 받아야 한다. 즉 물건을 맡기고 1,000페소를 빌렸을 경우, 30일 되기 전에 100페소 이자를 내고, 다시 한 달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30일이 넘었는데 이자를 내지 않을 경우, 즉시 그 물건은 전당포 주인의 소유가 되어 매매된다.

전당포 사업은 서민들에게 복잡한 절차들을 생략하고 물건만 가지고 오면 즉시 돈을 준다는 [소액 대부]의 편리함을 선전하고 있지만, 서민들에게는 족쇄가 되고, 더 나아가 도적질을 자극하는 범죄의 온상이 되고는 한다. 이제 더 이상 팔 물건이 없을 때 그들이 무슨 무서운 생각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고물상, 수리점, 전당포가 점점 많아지는 나라. 여기는 필리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