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성금요일에 27명의 필리핀 사람들이 십자가 위에서 못 박혔다. 그 27명 중에서 올해도 Ruben Enaje(51살)를 볼 수 있었다. 올해로 24번째 못 박힘이다. 그는 죽을 때마다 매년 성금요일에 자신의 손과 발에 못을 박겠다고 했다. 그의 결심 혹은 약속을 탓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숫자이다. 이상한 전통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헌신으로 시작되었던 작은 일이 지금은 온 세계가 주목하는 큰 고난주간 행사가 되었다. 십자가에 못박히는 장소 즉 그 지방의 시장(Mayor)은 시 예산 450,000페소를 이 행사를 위해서 지원했을 정도로 큰 행사가 되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더 큰 예산을 지원해서 점점 더 큰 행사로 만들어 갈 지 모른다. 실제로 십자가에 못박히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 찾아오는 관광객의 수가 매년 급중하고 있어서 그 관광 수입이 대단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난주간에 행해지는 이런 일들이 점점 큰 쇼(show)가 되어가고 있다.

혹시 십자가에 못박히는 사람들이 잘못 될 경우를 대비해서 앰브란스와 의사, 간호사들이 대기한다. 못박히고 싶다고 해서 다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시청(City Hall)에 신청을 해야 한다. 십자가에 못혀도 될 만큼 강심장(?)을 가졌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 결정된 사람들만 십자가에 못박히는 영광(?)을 얻게 된다. 십자가에 못박히는 사람들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못박힌다. 즉 10cm 길이의 못을 박을 때 손바닥에 있는 뼈와 신경을 피해서 교묘히(?) 박기 때문에 첫째 피가 나지 않고, 둘째 많이 아프지 않다. 못박히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조금 아픈데, 참을만 하다. (a little pain but bearable)"라고 말한다. 십자가에 못박히는 사람들은 십자가에서 5분을 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를 받는다. 즉 5분 동안 견딘 후에 신속하게 못을 제거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된다. 대부분 하루 혹은 이틀 후에 퇴원해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간다.

십자가에 못박혔던 사람들에게 한 기자가 인터뷰를 했다. "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까?" 그들은 "죄가 많아서.." "하나님께 약속을 해서..." "아픈 가족의 치유를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런 이유들을 들으면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와 우리의 질고와 우리의 고통을 십자가에서 다 감당하지 못했다는 뜻인가? 그래서 예수님이 완성하지 못한 부분을 자신들의 십자가로 완성하겠다는 뜻인가? 이것은 분명 잘못된 가르침이다. 잘못된 경건이다. 잘못된 헌신이다. 잘못된 믿음이다. 그래서 십자가에 못박히는 이 행사는 점점 웃기는 쇼(show)가 되어가고 있다. 십자가에 못박혔던 사람들이 분명 "조금은 아프지만, 참을만 하다"고 했는데, 십자가에 못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금방이라고 곧 죽을 사람처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짖고 있다. 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