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를 벗어나서 2시간을 달렸을까? 구불구불 굽어진 아름다운 산길을 달렸을 때, 눈 앞에 펼쳐지는 수억 그루의 코코넛 단지를 만났다.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하늘만 빼고 눈에 들어오는 온 땅이 코코넛으로 가득 차 있다. 나무에서 딴 코코넛(야자)을 운반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말을 데리고 다닌다. 말 양쪽에는 코코넛을 담을 큰 망태기 두 개가 달려있다. 그 모습도 예술이다.

한참을 더 다시 달렸을 때, 한 오두막집을 만났다. 빠른 속도로 지나는 길에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물체가 있었다. 빗자루였다. 그런데 처음보는 빗자루였다. 검은색을 띈 빗자루는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차를 돌려서 그 오두막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누구 있습니까?" 했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검은색 재료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만져도 보고, 쓸어도 보았다. 타력이 있어서 빗자루의 구술을 톡톡히 해냈다. 조금 후에 주인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 아마 낮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손에 든 빗자루를 가리키며 "이게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주인은 "털이예요."라고 했다. 나는 너무 놀래서 "넷? 털이요? 무슨 털이요?" 주인은 능청스럽게 "말 털입니다."라고 했다. 순간 손에서 빗자루를 놓칠뻔 했다.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표정을 조금 고치고 "이것 하나는 얼마입니까?" "80페소(3,000원) 입니다." 비싸지 않았다. 코코넛 단지에 말들이 많아서 생긴 독특한 상품이었다. 기념으로 하나 사려고 했지만, 말 털 빗자루를 가지고 집에 가면 아내가 기절을 할 것 같아서 몇번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음에 와서 살께요"라고하고 그곳을 떠났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하나 사올 걸 그랬나 싶어진다. 참 재미있는 나라다. 말 등에 있는 털과 꼬리털로 어떻게 빗자루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다. 다음에 다시 그곳을 지나게 될 기회가 있으면 용기를 내서 기념으로 하나 사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