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후스단이 된 놋뱀

왕하 18:1-8

 

아하스 왕 (유다 제12대)

   아하스는 히스기야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악을 행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의 문을 닫았습니다. 성전에 있던 성물과 왕궁의 은금을 당시 최대 강대국이었던 앗수르 제국에게 헌납했습니다. (왕하 16:8) 친앗수르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아하스는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앗수르 왕 다글랏 빌레셀에게 자신은 그의 신하이며, 그의 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왕하 16:7) 앗수르 제국의 수도 다메섹을 방문했을 때, 그 곳에 있는 바알과 아세라 신상들을 보고 감탄하여, 아하스는 유다로 돌아와서 예루살렘 성전 안에 똑같은 우상들을 세우고 숭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왕하 16:10) 그의 자녀들을 불살라 그 우상들에게 제물로 바쳤습니다. (왕하 16:3) 그의 생애는 우상숭배로 시작해서 우상숭배로 마쳤습니다. 아하스의 시신은 왕들의 묘실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버려졌습니다. 그가 더굴랏 빌레셀의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 되기를 원했다면 끈 떨어진 연처럼 그렇게 비극적으로 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히스기야 왕 (유다 제13대)

   히스기야는 아비의 비참한 최후를 보면서 그 아비처럼 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히스기야는 예루살렘 성전의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모든 우상들을 제거했습니다. 산당들은 뿌리째 뽑아버렸습니다. 흩어진 선지자들을 모았습니다. 숨어있던 레위 제사장들을 소집해서 제사와 절기를 복원시켰습니다. 그의 아비가 만든 친앗수르 정책도 철회시켰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그의 죽음이 통보되었습니다.(왕하 20:1) 선지자 이사야가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이 너는 집을 정리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 하셨나이다.” 그 말을 들은 히스기야는 통곡하면서 하나님께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그의 생명은 15년 연장되었습니다.

므낫세 (유다 제14대)

   므낫세는 히스기야의 아들이었습니다. 히스기야가 죽고, 므낫세가 왕이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12살이었습니다. (대하 33:1) 그렇다면 히스기야가 15년 생명 연장을 받고 3년 뒤에 태어난 은혜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므낫세는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무려 55년 동안 남왕국 유다를 통치한 최장수 왕이 되었지만, 남왕국 20명 왕들 가운데 가장 악하고, 가장 잔인한 왕이 되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선지자가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선지자를 다 없애버렸습니다. 구전에 의하면 므낫세는 선지자 이사야를 톱으로 잘라서 죽였습니다. 므낫세가 행한 악한 일들이 열왕기하 21:1-18절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구절들을 읽다보면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는 우상 숭배자였고, 무죄한 백성을 죽여 예루살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피가 가득 흐르게 했던 폭군이었습니다.

   아하스와 므낫세, 그들이 그처럼 우상을 지독하게 섬겼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예루살렘 성전 안에는 신(神)의 형상은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어떤 형상도 세우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알과 아세라는 거대한 형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알은 우레의 신이었고, 아세라는 바알을 포함해서 여러 신들의 어머니로 숭배를 받았던 여신이었습니다. 형상도 없는 신(神)을 “무조건” 믿느니, 형상이 있는 신(神)들을 보고 “확실하게” 믿는 것이 훨씬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백성들로 하여금 보이는 우상을 보고 숭배하도록 함으로써 “종교적 노예”가 되게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정책 중에 하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대 왕들은 쉽게 우상숭배에 빠졌고,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했을 것입니다.

   므낫세가 55년 동안 장기 집권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우상 숭배를 최대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55년 동안 왕좌에 앉아서 세상을 호령했을지는 몰라도, 그가 거룩한 하나님 앞에 섰을 때는 단 5초도 서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참으로 우매합니다. 주변 강대국과의 친화 정책이 그의 왕권을 지켜주는 방패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똑똑한 것 같지만 참으로 바보스럽습니다. 그런 모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힘 없는 나라들은 주변 강대국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나라를 지키는 방패와 무기로 삼으려고 합니다. 왜 그들은 위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요? 강대국들과의 화친보다 하나님과의 화친을 먼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왜 그들은 간과해 버리는 것일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히스기야의 개혁이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 됩니다. 남왕국 유다에는 모세 때부터 내려왔던 국보급 보물들이 많았습니다. 모세는 BC1500년대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히스기야는 BC700년대 있었던 사람입니다. 800년이라는 큰 시대 차이가 있었습니다. 800년 된 보물들 가운데 모세가 광야에서 만들었던 놋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다 사람들이 그 모세의 놋뱀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었습니다. 놋뱀 앞에 백성들이 분향하는 것을 보고, 히스기야는 800년 된 그 국보를 산산이 조각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놋뱀을 ‘느후스단 (Nehushtan, ?????????????)’이라 했습니다. (왕하 18:4) “산산이 조각을 냈다.”라는 뜻이었습니다. 모세의 놋뱀을 수백 년 동안 신(神)으로 섬겼던 백성들에게는 절망이 되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영광이 되었습니다. 그 놋뱀이 모세가 만들었던 800년 된 진짜 보물이라도, 그것이 우상이 되었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히스기야의 결단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의 놋뱀을 조각조각 부셔버렸던 히스기야를 축복해주셨습니다.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으니, 곧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그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을 지켰더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시매 그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였더라. 저가 앗수르 왕을 배반하고 섬기지 아니하였고, 그가 블레셋 사람들을 쳐서 가사와 그 사방에 이르고 망대에서부터 견고한 성까지 이르렀더라.” (왕하 18:5-8)

   사람을 주목할 일이 아닙니다. 강대국의 눈치를 볼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봐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행해야 합니다. 아하스와 므낫세는 하나님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히스기야는 하나님만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히스기야의 눈에는 모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보급 보물도 우상이 되었다면 보존할 가치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히스기야에게는 오직 하나님뿐이었습니다. 그 신앙을 우리가 이어 받아야 합니다.

   뒤로 숨겨놓고, 자신이 의지하고 있는 놋뱀은 무엇인지 뒤돌아봐야 합니다. 무엇을 ‘느후스단’으로 조각조각 부서 버려야 할지 찾아내야 합니다. 수십 년 동안 붙잡고 있는 것이라도 800년 된 모세의 놋뱀을 단호하게 ‘느후스단’으로 부셔버렸던 히스기야처럼 부셔야 합니다. 그것이 자존심이든, 그것이 재물이든, 그것이 명예이든, 그것이 사람이든, 그것이 권력이든, 그것들이 하나님 보다 앞서 있다면 아낌없이 ‘느후스단’이 되도록 부셔버려야 합니다. 나를 지켜주시고, 나를 세워주시고, 나를 축복해 주시는 그 다음은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실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늘 진실, 늘 겸손, 늘 순종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