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날개 아래로

시편 36:5-9

 

   청소년 때,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e Seagull)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책 중에서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The gull sees furthest who flies highest.)”는 명언은 저에게도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아니라, 더 높이 날기 위해서 고공비행에 도전했던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었습니다. 갈매기가 가진 한계에 자기 자신을 구속시키지 않고, 피나는 훈련을 거듭한 결과 조나단은 독수리처럼 창공을 높이 나는 갈매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비행기 조종사였던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작품이었지만, 리처드는 그의 실제 삶 속에서도 포기가 없었습니다. 그가 쓴 작품을 들고 여러 출판사들을 찾았지만, 그의 작품에 관심을 보인 출판사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그의 작품을 받아준 곳이 있었습니다. 열아홉 번째로 찾아간 뉴욕 맥밀란(MacMillan) 출판사였습니다. 1970년에 초판이 발간되었는데, 5년 만에 미국에서만 700만 부가 판매되었고,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저도 아름다운 비행을 꿈꿨습니다. 새들은 강한 날개가 있어서 아름다운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역시 큰 날개가 있어서 수백 명의 승객과 무거운 화물들을 가득 실고 하늘을 가볍게 나릅니다. 저 역시 그런 강한 날개, 그런 큰 날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날개에 집착해서 살았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성공 혹은 출세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강한 날개를 생각합니다. 어떤 날개를 타야 높은 곳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살아갑니다.

   선교 10년을 마치고, 2018년 6월 1일부터 1년 안식년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쉬면서 두 번째 선교를 잘 준비해보자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6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국제선 비행기만 28번을 탔습니다.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6개월 동안 28번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면 저는 출세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처럼 제가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 있는 동안, 제 아내는 철새처럼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며 투병 생활을 했습니다. 제 아내에게 가장 큰 고통은 약을 먹지 못하는 고통입니다. 약을 소화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사들에게는 아주 귀찮은 환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의사들은 아내가 가면 이 말부터 합니다. “약 드셨어요?” “아니요.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 그래서 12월에는 한밤중에 119 앰뷸런스에 실려서 응급실로 두 번이나 후송되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달, 1월에 의사는 대학병원에 특진을 예약해 주면서 그곳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다른 종합병원에서 받았던 검진 기록들을 챙겨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모든 기록들을 판독한 후에 대학병원 의사는 “암일 확률이 높습니다. 정밀 검사를 해야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정밀 검사 검진일이 1주일 후로 잡혔고, 판독 결과는 다시 1주일 후로 잡혔습니다. 저희에게 그 2주일은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 결과를 받았습니다. “암이 아닙니다. 그런데 치료는 계속 받으셔야 합니다.” 저는 아내의 허락을 받고 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비행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제 아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암일 확률이 높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비행기를 타고 평안하게 가다가 갑자기 비행기 날개가 부러지면서 바다 속으로 처참하게 추락해 버린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말씀이 저희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시 36:7절 말씀입니다.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하심이 어찌 그리 보배로우신지요. 사람들이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 피하나이다.” 신앙생활에서 날개 위(on the wings)와 날개 아래(under the wings)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리처드 바크가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는 “on the wings”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고, 가장 높이 날 수 있는 [최강 날개]는 무엇이며, 그 날개를 어떻게 나에게 장착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다윗은 그런 리처드 바크의 날개와는 전혀 다른 날개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날개 위(on the wings)가 아니라 날개 아래(under the wings)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왕이었기 때문에, 왕의 자리(王座)에 늘 앉아 있었습니다. 더 올라갈 자리가 없는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리처드 바크는 그 자리를 향해서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올라갔지만, 다윗은 그 자리를 조금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다윗이 바라보고 있었던 자리는 “주의 날개 아래”였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날개 위를 타고 올라가 출세하는 삶이 아니라 날개 아래로 내려가 거하는 삶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9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찬양했습니다. “진실로 생명의 원천이 주께 있사오니 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우리의 생명은 주께 달려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분의 날개 아래에 있어야 합니다. 그 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일찍이 알았던 다윗은 그의 군대를 의지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견고한 성(城)을 그의 피난처로 삼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주의 날개 아래를 그의 피난처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왕이 되었어도 그는 늘 겸손할 수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삶이 다 위대한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서 그곳에 거하는 삶이 아름답고, 보배롭습니다.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은 단지 문학일 뿐입니다.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꿈이 우리의 삶의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갈매기는 갈매기가 되어야만 합니다. 갈매기가 고공비행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독수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되어서도 안 됩니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 무조건 최고의 자리에 이르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거인이 아니라 괴물이 먼저 되어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나일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주의 날개는 보호(protection)을 약속합니다. 주의 날개는 피난처(refuge)를 약속합니다. 주의 날개는 안전(security)을 약속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미 그 주의 날개 아래에 있습니다. 주님은 암탉이 날개로 새끼를 품은 것처럼 우리를 품어주셨습니다. (마 23:37) 그러므로 그 주님의 날개 아래로 우리는 모든 것을 밀어 넣어야 합니다. 우리의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우리가 경영하는 사업도, 우리가 섬기는 목회도, 선교도, 우리의 남은 시간도, 생애도 모두 차곡차곡 주의 날개 아래로 넣어야 합니다.

그가 너를 그의 깃으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의 날개 아래에 피하리로다.

그의 진실함은 방패와 손 방패가 되시나니

너는 밤에 찾아오는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과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과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

천 명이 네 왼쪽에서, 만 명이 네 오른쪽에서 엎드러지나

이 재앙이 네게 가까이 하지 못하리로다.

시편 9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