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지지 않는 배낭에

눅 12:22-34

   새 사업을 오픈한 사장의 내일은 어떤 내일이겠습니까? 입시를 앞둔 수험생의 내일은 어떤 내일이겠습니까? 첫 아기의 출산을 앞둔 산모의 내일은 어떤 내일이겠습니까? 올림픽 결승전을 앞둔 선수의 내일은 어떤 내일이겠습니까?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의 내일은 어떤 내일이겠습니까? 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의 내일은 어떤 내일이겠습니까? 각 사람마다 내일이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 그 내일은 기대감이 넘치는 내일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걱정과 두려움이 넘치는 내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내일을 흥분으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내일이 아예 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천에게는 어떤 내일이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마 6:34) 이 말씀을 꼼꼼히 드려다 보면, 이 문장 안에는 “어떤”이란 단어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내일 앞에 “어떤”이란 단어를 넣고, "내일" 보다 그 "어떤"이란 단어에 집중하고는 합니다. “나에게 정말 [어떤] 내일이 올까?” 하루 종일 그 "어떤"에 붙잡혀 걱정하고 염려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내일]에 대해서 매우 간결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내일은 내일이 걱정하게 하라.” 성경 원어로 보아도 같은 뜻입니다. “네가 내일 일을 염려할 것이 아니라, 내일이 내일을 염려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내일이 내일을 염려하게 하라.”

   하루살이(ephemera)는 하루만 살고 죽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루살이에게는 내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하루살이의 생명은 하루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하루살이가 되기 전에, 이미 물속에서 유충으로 1년에서 2년 넘게 산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충(幼蟲)의 옷을 벗고, 성충(成蟲)이 되면 물 밖으로 나와서 하루만 살고 죽는다고 합니다. 2년 동안 물속에서 살고, 물 밖으로 나와서 단 하루만 살 때, 하루살이가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짝짓기 활동을 통해서 새끼를 번식하는 일입니다. 그 일을 마치고 나면 먹이사슬에 의해서 다른 곤충과 새들에게 먹이가 되거나, 그런 헌신(?)이 주어지지 않으면 스스로 굶어서 죽는다고 합니다. 굶어서 죽는 이유는 하루살이에게는 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하루살이의 삶을 왜 그처럼 가혹하게 창조하셨을까요?

   하나님의 가혹한 창조는 하루살이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도 가혹한 삶이 주어졌습니다. 예수님은 하루살이의 유충처럼 제자들을 3년 동안 키우셨습니다. 그리고 성충(成蟲)처럼 제자들이 영적으로 성장했을 때 헌신(獻身)이란 옷을 입히셨습니다. 헌신은 모든 것을 버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직업도, 가정도, 고향도, 꿈도 다 버렸습니다. 자신의 소유를 버린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제자들은 그들의 생명까지 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삶을 그처럼 하루살이의 가혹한 삶처럼 만드셨습니다.

* 누가복음 9:23-24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 마태복음 24:9 “그 때에 사람들이 너희를 환난에 넘겨주겠으며, 너희를 죽이리니 너희가 내 이름 때문에 모든 민족에게 미움을 받으리라.”

   이런 말씀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은 제자들의 [내일]을 이미 다 알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내일] 어떤 고난을 받고, [내일] 어떤 환난에 던져지고, [내일] 어떤 죽음을 당하게 될지 다 알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눅 12:22) 내일이 되면 예수님 때문에 죽게 되었는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 내일을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생명을 지켜주시겠다는 뜻이 아니라, 염려하지 말고 기꺼이 죽으라는 뜻이 더 강하게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염려는 순교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염려를 만들고, 그 염려는 심각한 사건들을 만들어 냅니다. 예수님은 그런 세상 생각과 염려는 무익한 것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느냐?” (눅 12:25) “까마귀를 생각해 보라. 백합화를 생각해 보라.”(눅 12:24, 27) “너희는 그 새들보다, 그 백합화 보다 하나님께 더 존귀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근심하지 말라.” (눅 12:29) 이 말씀을 하시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결론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 소유를 팔아서 구제하고, 낡아지지 아니하는 배낭을 만들라.”(눅 12:33) 이 말씀 가운데서 “낡아지지 아니하는 배낭”에 대해서 묵상합니다.

   이 배낭은 매우 특별한 배낭이었습니다. 100년이 지나도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 특수 가죽으로 배낭을 만들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말씀하신 배낭은 헬라어로 “발란티아(βαλλ?ντια)”인데 일반적으로 허리에 차는 [돈 주머니]였습니다. 그리고 “낡아지지 않는”의 헬라어로 “팔라이오메나(παλαιο?μενα)”인데, 그 뜻을 보충 설명해 주는 단어가 그 다음 절에 나옵니다. “그 낡아지지 아니하는 배낭은 곧 하늘에 둔 것으로 다함이 없는 것”(눅 12:33)이라고 했습니다. “다 함이 없는”의 헬라어로 “아네크에이프톤 (?ν?κλειπτον)”인데,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의 뜻이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낡아지지 않는 배낭을 만들라"는 말씀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하늘 은행]에 구좌 하나를 만들라는 뜻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하늘 은행은 “도둑도 들 수 없고, 좀도 들 수 없는 곳”이라고 하셨습니다. (눅12:33)

   제자들은 그때부터 “낡아지지 않는 배낭”에 그들의 소중한 것들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소유했던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내일]도 넣었습니다. 그들의 [생명]도 넣었습니다. 그들의 [염려]도 넣었습니다. 그래서 염려할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왜 사람이 염려합니까? 그 배낭에 염려를 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낭에 넣고 "하나님"이 하시도록 하면 염려하지 않게 되는데, “내가”하려고 하니까 염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내일이 내일을 염려하게 하라.”고 하신 말씀은 엉뚱한 궤변(詭辯)이 아니라, 제자들에게서 [염려하는 내일]을 버리라는 의미였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하시기 전에 예수님은 한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어리석은 한 부자의 비유였습니다. 부자는 그의 곳간에 재물을 가득 채우고 “이제는 나에게 신나는 내일만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부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눅 12:20-21)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제자들에게 주신 목적은 제자들로 하여금 그 부자가 생각했던 그런 [신나는 내일]은 절대로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신나는 내일이 아니라, 핍박과 환난과 죽음이 기다리는 내일만 있을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악담(惡談)이었습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축복이었습니다. 비록 핍박과 환난과 순교가 있는 내일이 제자들에게 주어지지만, 그 모든 것을 이기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나라가 선물로 주어진다고 하셨습니다. “무서워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 12:32)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위기를 접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내일이 근심되고, 내일이 염려되고, 어떨 때는 내일이 두렵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말씀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너희는 새들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12:24)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12:28)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여 구하지 말며, 근심하지도 말라.(12:29)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런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아시느니라.(12:30) 다만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런 것들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12:31) 너희 보물이 있는 곳에는 너희 마음도 있으리라.(12:34)”

   번영신학(繁榮神學)에 빠진 크리스천들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성공은 좋은 믿음의 결과물이고, 실패는 불순종의 결과물이고, 장수는 하나님의 축복이고, 암 선고는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믿는 번영신앙은 잘못된 [내일]을 기대하게 합니다. 번영신학은 하나님 중심이 아니라 내 중심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신앙입니다. 내가 생각하니 근심이 되고, 내 꿈을 이루려하니 염려가 되고, 내 실력을 생각하니 두려운 것입니다. 내 생각을 내려놓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도 바울처럼 십자가에 못박아 아예 나를 없애버려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서 그들의 소유와 그들의 내일과 그들의 번영과 그들의 생명을 빼앗은 분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낡아지지 아니하는 배낭”에 넣도록 안내를 해주신 분이십니다. 세상 은행에 수십 억 원을 저축해 놓고, “이제는 고생 끝!”하고,  세계 일주 여행 일정을 잡고, "이제 나에게는 신나는 내일만 있다.”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부자가 되지 마십시오.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크리스천의 진정한 내일은 오직 천국에 있을 뿐입니다. 그 천국에 이르기 전까지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하게 하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신 그 하루 즉 [오늘]이란 그 하루에 모든 것을 걸고 사는 [영적 하루살이]로 살아가야 합니다. 제자들 앞에는 가는 곳곳 마다 핍박과 환난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제자들의 모습은 초죽음이 되어 질질 끌려갔던 것이 아니라, 모든 염려와 고통과 환난을 다 “낡아지지 아니하는 배낭” 속에 넣고, 감사와 기쁨으로, 기도와 찬양으로 마지막 길을 담대히 걸어 나아갔습니다. 왜요? 그들의 내일은 신나는 내일이 있는 이 땅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 영광스런 천국이었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요한복음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