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을 부숴라.

요나 4:1-3

 

   하나님께서 요나를 니느웨 선교사로 부르셨습니다. 그러나 요나는 니느웨 대신에 다시스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해상에서 풍랑을 만나 바다에 던져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하나님의 도우시므로 살아났고, 더 이상 도망칠 구멍을 찾지 못한 요나는 순종하고 니느웨로 갔습니다.

   니느웨는 지금의 이라크(Iraq)에 있습니다. 수도 바그다드(Baghdad)에서 북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곳에 모술(Mosul)이 있는데, 지금의 모술이 그 옛날 니느웨입니다. 옛날에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이동할 때, 먼저 하란으로 갔었는데, 니느웨는 그 하란 바로 앞에 있었던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쪽에서 니느웨로 가는 길은 너무도 험한 길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니느웨까지는 약 1,500km입니다. 요나는 BC 790년경에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2800년 전, 비포장 도로를 이용해서 이스라엘에서 니느웨까지 가려면 한 달 이상 걸어가야만 했을 것입니다.

   요나가 니느웨에 도착했습니다. 요나는 니느웨 성(城)의 크기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성을 한 바퀴 도는데 3일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 큰 성 안에 12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요나가 그 성 안에서 외쳤습니다. “이 성은 40일 후에 다 무너질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으로 성이 훼파되고 모든 사람이 죽게 될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요나에게는 단 하루 동안의 미션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대포 소리처럼 우렁찼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요나에게는 “그러므로” 메시지가 없었습니다. 생명을 구원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면, 선교사로서 그는 “그러므로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고 외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나의 입에서 그런 메시지는 선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회개의 메시지는 없고, 오직 경고의 메시지만 있었지만, 니느웨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높고 낮은 자를 막론하고 굵은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그들의 죄를 회개했습니다. 왕은 조서를 내려 모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짐승들까지 금식을 명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용서와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소리쳤고, 실제로 그들은 악한 길에서 떠났습니다. 그것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뜻을 돌려 니느웨 백성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요나에게 니느웨 사람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 그들은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좌우”는 히브리 원어로는 “오른손(야민:??????)과 왼손(세모블:????)”이었습니다. 즉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아직 분별할 수 없는 한 살 혹은 두 살 꼬마를 가리켰습니다. 니느웨 사람들은 영적으로 선한 것이 무엇인지, 악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지 못하는 갓난아이들과 같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갓난아이 같았던 니느웨 사람들은 즉시 하나님을 두려움으로 믿기 시작했고, 회개의 금식을 하며, 하나님께 용서와 자비를 구했습니다. 하나님은 회개하고 돌아온 그들을 어떻게 용서해 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요나에게 설명하셨던 것입니다.

   요나가 정말 선교사였다면,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온 니느웨 사람들을 기뻐했을 것입니다. 니느웨 백성을 용서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였습니다. 요나는 하나님이 니느웨 백성을 용서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런 하나님의 결정에 대해서 매우 분노했습니다. 그는 왜 그랬을까요? 그는 왜 그렇게 했어야만 했을까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선민백성이란 우월감 때문에 스스로를 모든 민족들 위에 가장 존귀한 민족으로 여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선민사상은 다른 민족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서 떨어트리는 일을 서슴지 않고 행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이방인 12만 명을 밀어내지 않고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것은 선민백성이란 우월감을 가득 채우고 살았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아니라, 모든 열방, 모든 민족의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요나의 잘못이 큽니다. 그의 잘못은 이것입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니느웨 사람들을 용서해주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요나는 그것을 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자비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의 변덕스런 변심(變心)으로 생각했습니다.

둘째, 요나는 하나님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맞았고,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끝까지 믿었던 오만함이 있었습니다. 니느웨 사람들이 회개하면 하나님은 그들을 용서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는데, 그의 생각대로 되었다고 분노했습니다. (욘4:2) 

셋째, 요나는 이방인들을 그렇게 구원하실 것이라면, 자기부터 먼저 죽이고 그런 일을 하라고 하나님을 협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만큼 이방인을 싫어했고, 이방인들이 구원받게 된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넷째, 요나는 망가진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선지자는 앞일을 예언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니느웨가 40일 후에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의 예언대로 되었다면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12만 명이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요나가 하나님께 분노했던 이유였습니다. 틀린 예언을 한 자신을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소리쳤습니다. 창피해서 살 수 없으니 차라리 죽여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그런 요나의 기질에 근거해서 이렇게 요나의 불평을 써봤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몹시 실망했습니다. 어떻게 하나님이 저에게 이렇게 하실 수 있으십니까? 이렇게 제 뒤통수를 치면 제가 뭐가 됩니까? 40일 후에 그들을 다 죽이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그들이 울고불고 살려달라고 하니 오야오야 하시며 그들을 용서해 주시겠다고요? 그렇게 하시면 선지자인 제가 사람들 앞에서 뭐가 됩니까? 당신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당신은 내 편이 아니라, 내 원수의 편이 되셨습니다. 당신은 나를 버리신 것입니다. 나를 니느웨까지 와서 이렇게 버리실 계획이었다면 왜 저를 물고기 뱃속에서 살려내셨습니까? 그때 제가 죽었어야만 했었습니다. 살아있는 것이 저주스럽습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나를 살려 주신 이유가 이런 꼴을 보라고 하신 것입니까? 이방 족속이 잘 되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나는 죽겠습니다. 나를 살려주신 일도 이제는 감사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했던 것도 후회가 됩니다. 제 생각이 처음부터 옳았습니다.당신이 이러실 것이라고 제가 처음부터 말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니느웨는 오지 않았어야만 했습니다. 박넝쿨을 주셨으면, 뜨거운 동풍은 주시지 않았어야지요. 이제 장난은 그만 하십시오. 12만 명이 회개하니 그것이 당신께 그렇게 큰 기쁨이 되었습니까? 나는 당신께 기쁨이 되기는커녕 당신을 넘어지게 하는 돌부리입니다. 그들을 택하셨으니, 이제는 저를 버리십시오. 저는 이제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누가 나를 선지자로 여기겠습니까? 이제는 아무도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믿으려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선교사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당신은 나를 함정에 빠트린 것입니다. 이제는 그만하겠습니다. 더 이상 저를 찾지 마십시오. 더 이상 제 인생에 상관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께 너무 너무 실망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절대로....”

   요즘 현대 사회를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시대]라고 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감성시대”를 가리킵니다. 어떤 사람도, 어떤 사회도, 어떤 제도도 개인의 의사나 선택을 정죄할 수 없다는 시대입니다. 내 생각대로, 내 느낌대로, 내 감정대로 살면 된다는 시대입니다. 그런 태도가 하나님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터져 나옵니다.

   저는 요즘 요나처럼 하나님을 향해서 [막말] 쏟아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습니다. 요나를 보면서 인간의 생각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나는 깊은 바다 속으로 빠졌지만, 스올의 뱃속으로 들어가 생명을 보존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스올의 뱃속에서 하나님께 자신을 사망의 구덩이에서 건져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고, 구원의 하나님을 찬양했고, 다시 얻은 생명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드리겠다고 서원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하나님을 향해서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생각대로 하면 존경받는 하나님이 되시고,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그처럼 함부로 대해도 되는 하나님이 되시는 것입니까?

   크리스천의 영성이 무엇입니까? 요나서로 설명하자면, 크리스천의 영성은 요나서 4장을 끊어내는 일입니다. 요나서 3장 10절은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이 행한 것 곧 그 악한 길에서 돌이켜 떠난 것을 보시고 하나님이 뜻을 돌이키사 그들에게 내리리라고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니라.” 요나서가 여기에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다음 절 4장 1절은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요나가 매우 싫어하고 성내며...” 그 다음 절은 더 읽고 싶지 않습니다. 요나는 3장까지 그의 사역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돌아갔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나는 이스라엘로 돌아가지 않고 요나서 4장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성 밖으로 나와서 동쪽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비극적인 기도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요나서에는 요나의 기도문 두 개가 있습니다. 첫 번째 기도는 2장에 있고, 두 번째 기도는 4장에 있습니다. 2장 1절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 4장 2절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 시작은 같았지만 그 내용은 천국과 지옥처럼 달랐습니다. 2장에 있는 요나의 기도는 절제된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4장에 있는 요나의 기도는 막말 기도였습니다. 기도가 다 기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요나서 4장은 요나에게는 비극의 장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 앞에서 우리는 잠잠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요나에게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별하지 못하는 자가 12만명이 있다.”라고 하셨지만, 요나는 하나님께 “좌우를 분별하지 못하고, 선악을 분별하지 못하는 자는 니느웨 사람이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라고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실망스런 모습들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대형교회들이 큰 사건의 축이 되고는 합니다. 한 때 존경을 받았던 목회자들이 추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크리스천이란 사람들이 수갑을 차고 메인 뉴스의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악한 자들이 더 성공합니다. 내게 아픔과 상처와 패배를 줬던 원수들이 더 잘 나갑니다. 그들이 해외여행을 떠날 때, 의사는 나에게 “암” 진단을 내립니다.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나님께서 살아계시지 않는 것입니까? 하나님이 내 편이 아닌 것입니까? 나도 요나처럼 “하나님, 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하시면 안 되는 것입니다.” 라고 소리쳐야만 합니까?

   저는 이제 독한 말을 남깁니다. 초막을 부숴야 합니다. 요나서 4:5절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나가 성읍에서 나가서 그 성읍 동쪽에 앉아 거기서 자기를 위하여 초막을 짓고...” 요나는 거기에 “자기를 위해서” 한 초막을 지었다고 했습니다. 그가 "하나님을 위해서" 초막을 지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요나는 “자기를 위해서” 초막을 지었습니다. 내 중심의 초막, 내 중심의 신앙생활은 철저히 부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자기를 위한 신앙”에 맞춰진 사람은 어려움이 올 때마다 요나처럼 [막말 크리스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 절제(self-control)된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살다가 아무리 힘든 일을 만나도 요나서 4장으로 넘어가는 일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내 안에 일어나는 불같은 성냄, 화산 같은 분노를 끊어내는 것이 크리스천의 영성입니다.

모든 육체가 여호와 앞에서 잠잠할 것은

여호와께서 그의 거룩한 처소에서 일어나심이라.

스가랴 2:13